[추태화의 문화칼럼] 입춘, 대길인가 대은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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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의 문화칼럼] 입춘, 대길인가 대은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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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0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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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태화의 종횡무진 문화읽기 (24)

겨울 찬바람이 아직 북풍으로 불어오고 있지만 섭리는 천기를 움직이고 있다. 2015년 2월 4일은 입춘(立春)이었다. 이 절기가 되면 복(福)을 좋아하는 우리 백성들은 정성껏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사자성어를 한지에 적는다. 그리고 대문에 붙이며 이렇게 마음의 소원을 외친다.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 대문을 활짝 여니 모든 복이 들어오기를 희원합니다. 그렇다. 시기가 어느 덧 겨울에서 봄으로 전환되는 시각에 들어선 것이다. 입춘이 되면 얼었던 땅이 녹고 만물이 소생하기 시작한다. 비유적으로 죽음의 동토(凍土)가 생명으로 깨어나는 시절이 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어둠의 시대가 끝나고 생명의 잔치가 벌어지는 시각이다. 해 아래 살아가는 백성들이 드디어 두터운 겨울 의상을 벗어던지고 가볍고 싱그러운 채색옷으로 갈아입는다. 입춘은 전환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다.

인생의 몸에도 변화가 온다. 봄과 함께 가리고 숨겼던 내면의 생명이 움튼다. 사람들은 속에서부터 우러나는 생명의 환희가 여러 가지 삶의 의욕과 희망으로 샘솟는 것을 자각한다. 그 안에는 욕망도 스며있다. 그 중 하나가 인간의 본질적 욕망 성욕이다. 그런데 이 성(性)이 현대 문화에 와서 길을 잃고 있다.

봄의 한자어인 춘(春)은 생명, 청춘, 열정, 출발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또한 색욕이란 단어를 비유하기도 한다. 생명은 본디 아름답고 귀한 것이지 않은가! 이제 봄과 함께 인간의 내적 욕망 중 하나인 성이 깨어날 것이다. 성이 신비와 터부의 옷을 벗고 일상의 소재로 다가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적어도 왜곡되어선 안되겠다. 하지만 현대의 성문화는 왜곡된 부분이 많고 위험스럽기까지 하다. 입춘과 함께 깨어나는 성문화, 분명 대길(大吉)만이 아니다.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실천이 다시 한번 강조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니니”(고전 10:23).

봄과 함께 일상문화로 다가오는 성, 그 성에 대한 관심과 노출, 그리고 실천은 인간 욕망과 죄에 포로되게 해서는 안된다. 입춘이 겸손히 맞아들여야 하는 대은혜의 새 출발이라면, 인간 내면에서 봄과 함께 움터오르는 욕구와 욕망도 은혜 안에서 새 출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믿음의 백성들이 절기를 지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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