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환의 문화카럼] 누구의 슬픔이 더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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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환의 문화카럼] 누구의 슬픔이 더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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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1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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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의 얼렁뚱땅 세상보기 (7)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습. 젊음을 절대화하고 우상하는 현대인들. 죽음은 나의 인생 스케줄에 적혀있지 않은 우리들의 어처구니 없는 모습.

이 모든 부인이야말로 우리 인간에게 ‘죽음'은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은 ‘부재'의 ‘존재' 아닌가? 얼마 전 영화 ‘목숨’을 보면서 느낀 점이다.

영화 ‘목숨’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삶과 죽음을 리얼하게 표현했지만 생각보다는 그렇게 슬프지는 않았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영화는 감정의 조작(manipulation)이 거의 없었다. 사실을 사실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

떠나는 자, 남아 있는 자. 과연 누가 더 슬픔이 클까?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간 환자들의 평균 수명은 21일이다. 이 기간 동안 그들은 연습한다. 떠나는 자는 이생을 떠나 저 곳으로 날라가는 연습을 한다. 남은 자도 연습한다. 떠나는 자를 더 이상 붙잡지 않고 자유함 속으로 먼저 보내드리는 연습을 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몇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왜 호스피스로 들어갔던 시간이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을까? 왜 병원으로 탈출해서 짜장면 한 그릇과 막걸리 한 잔을 마시고 싶었을까? 왜 신부 수업을 받던 그 신학생은 진정한 인생의 의미와 신의 확신을 그곳에서 발견하기 시작했을까?

우리는 인생을 살기에 바빠서, 사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인생은 언젠가 끝나게 마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저 앞만 보고 달린다. 언젠가 우리가 달리는 그 길 앞에는 낭떠러지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낭떠러지가 조금 더 있다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조금 더 있을 거라고 막연한 기대를 가지면서….

그런 의미에서 영화 ‘목숨’은 우리로 하여금 ‘인생의 낭떠러지'를 두려움과 고독으로 기다리지 않고, 의미와 사랑으로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죽음에 대해서 의미있는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떠나는 자와 남은 자, 죽음과 가족, 인생과 마지막. 올해를 보내기 전 꼭 보아야 할 영화다. 사는 게 좋은 걸 잊은 당신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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