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환의 문화칼럼] 나를 발가벗긴 한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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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환의 문화칼럼] 나를 발가벗긴 한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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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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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의 얼렁뚱땅 세상보기 (5)

‘산둥 수용소’(랭던 길키 지음)라는 책을 읽었다. 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 책만큼 인간의 내면과 본질에 대한 고민과 통찰력을 이렇게 낱낱이 밝혀낸 책을 만나본 적은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책 ‘산둥 수용소’가 철학, 신학, 심리학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을 잠깐 요약해 소개한다면 한 젊은이가 중국 수용소에 수감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일기 형식으로 정리한 것으로 인간이 숨기고 있는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때는 1940년대, 당시 중국에 머물고 있는 수많은 부류의 사람들(상류층부터 시작해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교수, 개신교와 가톨릭 선교사, 사업가, 일반인, 미국인, 유럽계 사람들 등)이 수용소에 강제로 끌려와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된다.

감자 하나, 계란 하나 때문에 자신이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받고 있던 존경을 한 순간에 날려버려야만 하는 일과 거짓과 위선 앞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합리화….

결국 인간은 ‘자신의 생존본능’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이기심에 의해 움직인다.

수용소 안에서 인간의 종교와 철학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영적인 삶이라는, 소위 ‘더 깊은 차원의 문제들’은 실제 삶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 보였다”(p. 141).
인간의 가면, 바리새인적인 모습, 이중성 그리고 위선…. 이 모든 것들은 이기심과 욕망이라는 이름 앞에 다 벗겨지고 비참하게 무너져 버린다. 과연 신앙은 무엇일까? 종교는? 철학은? 인간에게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산둥 수용소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오늘날 현대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처한 상황에서 유일한 소망은 인간의 ‘종교성’이 수많은 우상이 아닌 하나님 안에서 진정한 중심을 발견하는 것이다. 인간이 서로 나누고,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도 정직하며, 공동체를 세울 만큼 충분히 합리적이고 도덕적이기 위해서는 이기심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반드시 인간은 의미와 안정성을 제공하고 자신의 충성과 헌신을 바칠 수 있는 영적 중심, 자신의 복지를 초월하는 영적 중심을 찾아야 한다”(p.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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