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트라우마부터 감싸주어야 통일이 시작된다”
상태바
“탈북민 트라우마부터 감싸주어야 통일이 시작된다”
  • 이석훈 기자
  • 승인 2014.08.04 1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과마음선교회, ‘북한 주민들의 트라우마’ 주제로 세미나 개최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손과마음선교회 세번째 세미나 후에 선교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손과마음선교회(이사장:최덕순 목사) 세 번째 세미나가 최근 서울 정동제일교회에서 개최됐다.

특히 이번 주제는 체제와 환경이 주는 마음의 상처를 중심으로 ‘북한 주민의 심리적 외상과 그 대책’을 내세워 ‘상처받은 2천만의 마음, 누가 품어줄 수 있나?’를 한국 교회에 던지는 슬로건으로 삼아 눈길을 모았다.

이번 세미나는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 전체가 정신적 상처, 즉 ‘트라우마(trauma)’를 겪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 7천만 국민들의 ‘국가적 트라우마’에 대해 주목했다. 특히 북한 주민들과 탈북민들의 트라우마 현상이 다가올 통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는 자리가 됐다.

주제 발제는 전진용 교수(하나원 정신신경과)가 ‘탈북민들의 심리적 외상 문제’를, 탈북민 출신 상담가 유혜란 박사(연세대)가 ‘북한체제 트라우마 불안 이해와 통일을 위한 준비’를 각각 발표했다.

그리고 최바울 선교사(가명·C국)가 ‘탈북민들이 겪는 트라우마의 복음적 치유’를, 탈북민 출신 김명숙 전도사(평양산정현교회)가 ‘기도와 상담으로 회복되는 기적의 현장’을 제목으로 각각 치유사례를 발표했다. 또 임헌만 교수(백석대, 한민족가족치유연구소 대표)가 논찬을 맡았다.

“탈북민들은 진정한 이웃으로 대해주기를 바래”

하나원에서 4천여 명의 탈북민들 상담한 바 있는 전진용 교수는 “많은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심신의 압박을 경험하고, 탈북 중 중국 등 제3국에서는 북송에 대한 두려움을 겪었으며, 또 탈북 후 남한에 정착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 등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며 “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성공적 남한 정착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들의 이 문제를 잘 파악하여 해결해 주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마음의 상처를 “더 큰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다시 말해 남북한의 문화 차이에서 겪는 문제들이나 북한에서의 외상 경험을 이해한다면 장차 통일을 대비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개 탈북민들은 그토록 소망하던 남한에 와서도 ‘마음의 어려움’을 경험한다. 자신을 ‘북한 사람’으로 보는 시각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불안해하고, 게다가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북한의 도발 등이 발생하면 ‘마치 자신을 비난하는 것 같은’ 감정을 갖기도 한다. 또 이질감과 사회적 편견 및 차별, 정체성 혼란 등으로 힘들어하고, 문화적 차이로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괴로움을 겪는다.

전 교수는 “탈북민들의 심리적 문제를 어느 한 가지로만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특히 탈북민들은 심리적 문제나 외상 경험을 신체적 문제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신체화(Somatization)’는 심리적 문제 해결에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심리적 외상의 치유에 대해선 “탈북민들은 자신에 대해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보다, 자신을 진정한 이웃으로 바라봐 주기를 원한다”며 “지역사회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 탈북민들도 외롭거나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마음을 터놓을 사람을 만나지 못해 힘들어하기도 한다”고 했다. 따라서 탈북민들의 마음을 이해해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다면, 이들이 받은 상처들을 치유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들은 ‘거짓 자기’로부터 벗어나야”

상담 분야 탈북민 1호 박사인 유혜란 박사는 “2만 6천명으로 추산되는 다양한 계층 출신의 국내 탈북민들은 사회 부적응으로 인해 실업, 범죄, 자살, 가정불화, 이혼, 비행, 매춘, 알콜 중독, 정신병 등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며 탈북민들의 사회 부적응 문제의 근본 원인은 ‘북한체제 트라우마 불안’으로 야기된 체제 상처인 ‘거짓 자기(false self)’에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체제 트라우마’란 생존을 위협하는 기근과 ’칼날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한’ 체제 노이로제, 즉 김씨 일가의 공개처형을 비롯한 집단수용, 연좌제, 지속적 감시와 통제로 감옥화된 체제적 재앙 등 조건반사적 통치행태로 인해 공포와 불안이 반복적으로 경험되는 증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생리적 욕구와 자율성을 박탈당하고, 자유의지와 사고력, 이타성과 종교성 등 인간성을 상실한 삶을 강요당하면서 주민들을 ‘우상화 수단’으로 길들이고 있다.

유 박사는 “따라서 북한 주민들의 삶은 ‘참 자기(self)가 부재하는 삶’이고, 생존을 위해 발달된 ‘거짓 자기’는 북한체제 유지의 주요 기반이 되고 있다”며 “만연한 우상숭배는 거짓 자기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우상강화법의 사디즘(sadism)적 체제공포 행위의 힘과 거짓 자아를 발달시키고 무기력과 왜곡된 가치관으로 복종하는 주민들의 마조히즘(masochism)적 수용의 힘이 비대칭적으로 역기능속에서 상호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 자기’는 인간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삶을 선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안내시스템 역할을 하지만, 거짓 자기를 지닌 사람은 ‘자아 존중감’이 부족해 현실에 피상적으로 적응하면서 자기파괴적 행동을 반복하는 삶을 살아간다. 유 박사는 “자기를 초월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는 신에 대한 긍정에서 온다”며 “북한의 우상화는 결국 주민들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유혜란 박사는 “탈북민들은 인간의 기본적 신뢰가 결핍된 북한 사회에서 왜곡된 방어기제로 생존하다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라며 “북한 사회에서 불신에 의한 만성적 의심은 대인관계를 왜곡시키고 병리적 의존과 집착을 낳았으며, 왜곡된 가치관은 자기애적 책임전가로 심리적 고립을 더욱 강화시켰기 때문에, 같은 언어를 사용함에도 탈북민들은 한국 사회에서 의사소통 결여, 진실한 대인관계 단절로 인한 사회적 고립을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세미나를 통해 한국교회가 탈북민에 대한 좀 더 폭넓은 이해와 배려를 베풀어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북한주민과 탈북민들이 겪는 심리적 트라우마 현상을 살펴서 저들의 언행을 관용하고 이해하는 긍휼의 심정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사무총장 김창범 목사는 “탈북민들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를 위로하고 넉넉히 품어줄 수 있어야 장차 2천만 북한주민의 마음도 품어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바로 이러한 마음으로부터 진정한 통일준비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200여 명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1부 예배, 2부 세미나 순으로 진행됐다. 예배에서 최덕순 이사장은 ‘역사의 주관자 하나님’이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국제정세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통일이 쉽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도 “휴전선 저편에서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이 있고, 역사의 주관자 되신 하나님께서 움직이신다면 통일은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배는 김창범 목사(사무총장)의 사회, 홍원표 목사(신림감리교회)의 기도, 신종환 목사(수정교회)의 특별찬양, 그리고 윤희화 목사(서울대교회)의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