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로교회, 동성결혼 및 주례 허용 개정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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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로교회, 동성결혼 및 주례 허용 개정안 통과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06.2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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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제221차 총회에서 가결... 노회 수의에 부치기로

결혼의 정의 ‘남녀’에서 ‘두 사람’으로 개정
“교회는 모든 사람 환영하는 장소” 찬성 우위
반대그룹 교단 탈퇴로 이어질 듯...한인교회도 반발

미국장로교회(PCUSA)가 동성애자 목사 안수에 이어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미장로교회는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서 제221차 총회를 열고 교회 정관 중 결혼에 대한 문구를 ‘한 남자와 한 여자’에서 ‘두 사람’으로 수정하는 안(규례서 W-4.9001)을 통과시켰다. 또 동성결혼이 승인된 주에서는 목회자들이 동성결혼의 주례를 설 수 있도록 가결했다. 이는 지난 2011년 동성애자의 목사 안수 허용 법안이 통과된 후 잇달아 시도되는 것이어서 보수 교회들의 반발과 교단 탈퇴가 예상되는 등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그나마 즉각 효력을 발휘하자는 투표에는 61%가 찬성한 반면, 노회 수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에 71%가 지지를 보냄으로써 이 개정안은 노회 과반수 수의를 거친 후에 정식으로 효력이 발휘된다.

이 개정안은 동성 결혼이 합법적인 19개 주 목회자들로부터 발의됐다. 산호세 노회의 총대인 브라이언 프란젠 목사는 “교회는 모든 사람들을 환영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목사들이 그들의 양심에 따라 행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동부지역 오클라호마노회 총대인 짐 밀러 목사는 “동성결혼에 관한 결정으로 교회가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며 반대를 호소했지만 지지여론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노회에서는 “결혼에 관한 충실한 신학적 해석이 필요한데 성경에서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며 강한 반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두 사람’이라는 표현에 ‘전통적으로 남자와 여자 사이’라는 포괄적인 표현을 삽입하기로 했다. 존 윌킨슨 목사는 “결혼에 대한 전통적 이해를 고수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어떤 것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해 미약하나마 전통적 결혼의 의미를 문자적으로 남겨 놓은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 19일 헤쓰 라다(Heath Rada) 총회장은 “동성결혼에 동의하지 않는 노회들을 화해시키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일부 노회들의 반발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라다 총회장은 이날 개정안 통과 후 즉각 미장로교회 회원교회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발표했다. 서신에는 “시민 연합과 결혼 이슈에 대한 총회 해당 위원회로부터의 추천을 승인하여, 동성 결혼이 합법적인 주에서 ‘성령님께서 목사들을 불러 집례하게 하신다고 믿는 어떤 결혼식이라도’ 목사들이 집례할 수 있도록 하는 재량권을 허락했다”고 밝혔다. 또 “규례서의 내용을 ‘결혼은 두 사람 사이(전통적으로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고유한 서약을 포함한다’는 것으로 바꾸자는 추천도 승인했다“고 말했다.

라다 총회장은 “이 두 가지 결정이 깊은 사고와 토론, 기도를 통해 이루어졌다. 미국 장로교 전체가 일정 기간 동안 이러한 조치를 해석하게 될 것”이라며 “오늘 총회의 결정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하나님의 뜻을 알기 위한 깊은 분별의 결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아 달라”고 설명했다.

미장로교회가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규약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170여 노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동성애자 목사 안수가 노회 과반수 동의를 얻어 통과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개정안도 과반수 통과는 무난히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장로교회에서 동성애자 인권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것은 지난 1970년대 후반부터. 1978년 ‘동성애는 인류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에 일치하지 않는다’고 선포했던 권위적인 해석을 언급하면서 성(sexuality)에 대한 대화를 공식화시켰다. 이후 노회는 물론이고 총회에서도 매년 이 문제로 격렬한 논쟁이 일었고, 동성애자의 목사 안수를 막는 규칙의 개정안이 수차례 마련된 바 있으나 노회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해 무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11년 미장로교회는 교단 헌법의 일부인 규칙집의 G-6.0106b에서 규정하고 있는 모든 목사와 장로, 그리고 집사의 안수 기준을 바꾸는데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과거 안수기준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결혼이라는 언약에 따라 정절을 지키며(in fidelity) 살아가거나, 독신으로 순결을 지키며(in chastity) 살아가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었지만, 개정안에서는 이 조항을 삭제, 결과적으로 동성애자가 안수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그리고 불과 2년 뒤, 결혼에 대한 정의 자체를 ‘남녀’에서 ‘두 사람’으로 개정함으로써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번 개정이 더 큰 파장을 낳는 이유는 지난 목사 안수 규정 개정안은 ‘남녀의 결혼’이라는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동성애자에게도 안수의 길을 열어준 소극적 개정이었다면 이번에는 ‘결혼’에 대한 정의로 동성까지 포함하는 ‘사람’의 개념을 적용함으로써 ‘동성결혼’을 교단 법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 장로교회는 동성애자 목사안수 허용과 관련 “교단 안에 더 심한 균열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어 교단의 오랜 과제인 동성애자 인정과 동성 결혼 집례 등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시도한 것은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회 서기인 그레이디 파슨스 목사는 “교회와 사회가 변해왔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게이와 레즈비언에 대해 알아가고 있으며, 법이 변하고 있고 목회적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이번 결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장로교 내 교회들의 반발은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2011년 동성애자 목사안수에 반발해 일부 보수교회들은 2012년 1월 'ECO(The Evangelical Covenant Order of Presbyterians)'를 출범했고, 미국장로교 전국한인교회협의회도 이 단체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미장로교회와 선긋기를 시작했다. 이번 결정 후에도 미국 내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교인들이 미장로교회를 탈퇴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교단 총회의 결의에 치명적 오류가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미장로교회는 이번 개정안을 172개 노회로 보내 찬반투표를 거칠 예정이며, 총 86개 노회 찬성을 얻게 되면 내년 총회에서 정식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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