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교회에 ‘위기 대응 매뉴얼’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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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교회에 ‘위기 대응 매뉴얼’ 있으세요?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4.05.27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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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목회적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각 교회들 재난 대응 인식 아직 미미한 상황
재난으로 인한 상처 ‘치유하는 교회’ 돼야

경기도 안양에 있는 A 교회, 지난 해 연말 교회 부속 건물 신축 공사 중 작업을 하던 인부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회 전체가 우왕좌왕 당황한 것은 물론, 교회-사망자 가족-건설회사와의 합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된 채 3개월여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충북의 B 교회, 지난 해 여름수련회 물놀이에서 중학생 한 명이 익사한 사고가 발행한 이후 교회의 대응과 처리 문제에 불만을 품은 학생의 가족 모두가 교회를 떠났다.

이 두 교회의 공통점은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었다는 것. 여타 교회들 또한 사건이 터지면 담임목사가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형편이다. 부목사가 있는 교회라면 그나마 형편이 낫겠지만 담임목사 혼자 목회하는 경우라면 모든 법적, 사회적 책임을 비롯한 사고 처리를 혼자서 고스란히 감당해 내야 한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사건 이후 ‘재난대응시스템’에 대한 교회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지만, 현재 교회들의 상황은 이들 교회와 별 차이점이 없다. 해외에 단기선교여행을 보내거나 해외봉사활동을 정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교회들조차도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까지 연결되기에는 역부족이다.

# ‘재난안전교육’ 실시 필요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교회 내 ‘재난안전교육’. 교회에서 화재 등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고 성도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한 교육이다. 5월 중순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있는 연동교회(담임:이성희 목사)가 주일예배 광고시간에 영상을 통한 재난안전교육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훈련된 내용은 교회 안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화재 진압과 대피 방법, 출구의 위치 설명 등이었다. 강단을 중심으로 왼쪽 벽 부분에 있는 성도들은 뒤쪽에 마련된 비상출구를 통해 대피하고, 본당 안에 비치된 소화기가 어디 있는지에 대한 것 등이었다. 연동교회 1층에는 2개의 출구와 5개의 비상구가 마련돼 있는 상황. 하지만 교회 뒤편에 있는 출구 외에 5개의 비상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성도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실시된 이날 교육에 교인들의 반응은 적극적이었다. 평소 같으면 무관심하게 들어 넘길 내용이었지만 이날만큼은 이 광고와 교육에 귀를 기울였다. “예배당 왼쪽에도 출구가 있고 그쪽으로 피신할 수 있다는 건 알지 못했는데 영상교육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됐다”고 문경휘 권사는 말한다.

# 재난의 때, 어떻게 설교해야 하나?

재난 이후 남겨지는 트라우마 역시 교회와 목회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 안산의 모 교회는 5년 전 여름수련회에서 성도 6명이 바다에서 숨지는 사고를 겪었다. 이후 교회에서는 일체의 행사가 금지됐고, 남겨진 상처는 아직까지 목회자와 성도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

이런 경우 목회자들은 어떤 설교를 해야 할까. 그리고 이런 상황이 닥칠 경우 어떤 목회를 해야 할까. 이관직 교수(총신대신학대학원. 목회상담학)는 “목회자들이 해답 제시보다는 사건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이해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성도를 빨리 일으키려고 하다 보면 설교자의 입장에서 ‘해답’을 제시하려는 우려를 범하는 문제를 지적하는데, 이보다는 애도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규왕 목사(수원제일교회)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지금, 주변의 아픔을 돌아볼 줄 아는 그리스도인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의 문제와 이웃의 고통이 바로 나의 문제임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하고, 고통을 나누고 슬픔을 대신 지고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이 목사는 말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설교자는 설교를 통해 벌어진 사건과 그 가운데 있는 고통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그 문제와 고통 속에 있는 가족들을 향한 하나님의 아픈 마음도 설교를 통해 나타나야 하며,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슬픔에 젖어있는 가족들과 더불어 슬퍼하는 국민들을 위로하는 일”이라며, “이것이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임을 강조한다.

# ‘재난대응시스템’ 구축 서둘러라

현재 한국 교회는 교회 안팎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난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상태. 한국위기관리재단 김진대 사무총장은 한국 교회가 서둘러 ‘재난대응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2월 이집트에서 발생한 버스 테러 사건과 4월의 세월호 침몰 사건을 비롯해 한국인 선교사 북한 억류, 아프리카 선교사 교통사고, 필리핀 유학생 피살 사건 등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한국 교회는 여전히 뒷짐을 진 상태”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단기선교여행 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하거나 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가 강도를 당해 돌아올 경우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사무총장은 우선 각 교회들이 당회가 중심이 된 조직을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담임목사와 부목사, 장로 등 중직자들로 구성된 조직을 구성하고, 장기적으로 책임자를 정해 개 교회가 처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을 연구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도들을 비롯한 교회 차량의 교통사고, 여름수련회 사고, 교회 건축과 관련된 각종 사고와 민원,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각종 안전사고, 교인들 간에 발생하는 시비, 목회자와 성도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 등 교회 안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사건과 상황들을 나열하고 그 중에서 확률적으로 위급한 것부터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이 어떤 경과를 거쳐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수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를 모니터링을 통해 자료화하고, 구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률적인 부분과 외부 대응팀까지 꾸려 운영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달.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세월호 사건의 직격탄을 맞은 안산시기독교연합회(회장:유재명 목사)가 지난 26일 ‘안산기독미래네트워크’ 설립을 위한 창립 발기인 총회를 마쳤다는 소식이 위안이 된다. 안산시 47개 교회가 동참한 기독미래네트워크는 사단법인으로 발족돼 교회와 교단을 넘어 이번 참사의 희생자와 실종자 전원을 품는 사역들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단원고 학생들과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콘서트’를 8월에 열고, 실종자 가족들과 지역 주민들을 위한 회복을 위한 콘서트도 10월에 계획돼 있다.

대전신학대학교 허호익 교수는 “심리적 회복을 위한 인지적 치유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주도홍 교수(백석대학교) 또한 “한국 교회가 복음의 능력으로 ‘상처 입은 자들을 치유하는 치유자의 모습’으로 다가가야 한다”며 한국 교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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