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르포] 혼자라도 괜찮아, 씩씩한 엄마가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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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르포] 혼자라도 괜찮아, 씩씩한 엄마가 될게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4.05.21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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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구세군 두리홈의 미혼모 자립시설 ‘엔젤스토리’, 그리고 카페 ‘레드마마’

평균 연령 20세 나홀로 엄마, 세상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가다

“응애, 응애, 응애애애애.”
여자아이다. 나와 네 눈이 똑 닮았다. 너무 예쁘다.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내 품에 안긴 작은 아이, 꼭 껴안아 본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아기와 나 둘뿐, 아무도 축복의 말 한마디 건네는 자 없다. 남편도 없다. 친정엄마도 아빠도 없다. 그래도 너무 기쁘다. 너무 기뻐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젖을 물려본다. 아가야, 엄마야. 내 딸아, 반갑다. 우리 행복하게 살자.

▲ 구세군 미혼모 돌봄시설인 두리홈의 엔젤스토리가 지난 3월 리모델링 했다. 더 넓어진 공간, 다양한 물건과 메뉴 등 전문성으로 똘똘 뭉쳤다. 카페도 분리해 ‘레드마마’라는 이름으로 새로 런칭했다.

대부분의 평균 나이 18세, 혹은 20대 초반. 소녀. 평범하지 않은 가정 환경. 그리고 아기. 이 모든 게 다 해당되는 여자. 대한민국 미혼모 이야기다.

미혼모 대부분의 가정은 아기와 산모를 돌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거나, 조부모님 밑에서 자랐거나, 가정 폭력이 난무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아이의 아빠는 이미 아이를 가진 줄도 몰랐을 때 이별했거나, 아이 소식을 들어도 번호를 바꾸고 수신 거부, 연락 두절로 소식이 끊긴지 오래인 경우가 많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연령층으로 이루어진 미혼모들은 홀로 몸을 돌볼 수 없는 처지가 대부분이라 미혼모 시설에 많은 의존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 열악하고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맘 편히 머물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아이를 낳아도 일정 기간 몸조리가 끝나면 퇴소를 해야하기 때문에 앞길 또한 캄캄한 미혼모들이다.

입양 절차와 조건도 까다로워지면서 국내외 입양도 급감하고 있다. 게다가 ‘해외입양금지법’도 논의 및 추진되기 시작하면서 미혼모들의 걱정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반대로 입양이 아닌 양육모의 길을 선택해도 걱정은 마찬가지.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친정 없는 엄마들인지라 시설을 나와 머물 거처부터가 시급하다. 거처를 정하고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겨도 저녁에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때문에 제대로된 직장 얻기도 힘들다.

▲ 다양하고 전문화된 물건과 음식으로 단골 손님이 많은 레드마마(왼쪽)와 엔젤스토리(오른쪽).
이에 미혼모 시설인 두리홈(원장:추남숙 사관)이 한부모가정의 교육비 지원과 복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선도해 나가고 있다. 구세군 두리홈의 ‘엔젤스토리’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리차드 보아스(Richard Boas) 박사의 도움으로 2010년 세워진 한부모가정들의 자립(일자리 창출, 교육 지원)에 힘쓰는 착한 가게다.

엔젤스토리는 개인 및 기업이 기증한 의류, 생활용품을 재생산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잡화점으로 후원자에게 소득공제 혜택, 기부금 영수증까지 발급해 많은 기증품들을 모으고 있다.

▲ 전문성과 다양성으로 단골 손님이 많은 엔젤스토리.
옷, 액세서리, 신발, 장식품 등 다양한 물건뿐만 아니라 음료와 빵까지 판매한다. 최근에는 휘슬러코리아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지원 10주년을 기념해 미혼모 자립을 위한 브랜드 카페 ‘레드마마’도 런칭했다. ‘레드마마’는 구세군 빨간냄비의 ‘레드’와 엄마를 뜻하는 ‘마마’를 합쳐 만들었다.

엔젤스토리 매니저 조향숙 부교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미혼모들에게 정말 필요한 곳이 바로 엔젤스토리”라며 “사회성뿐만 아니라 자립심을 키워나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이며, 더 큰 사회에 나가기 전 많은 시행착오를 해볼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상당수의 미혼모들은 취업을 하고 싶어도 이력서 한 줄에 쓰여진 ‘자녀 있음’이란 사실에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어렵게 취업을 해도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일찍 퇴근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금세 그만두기도 일쑤다.

또 임신 중 흡연, 음주 등 제대로 된 태교를 하지 못해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자주 아파 일을 못나가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미혼모들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엄마의 마음 가득 담긴 미니쿠키, 고구마데니쉬, 단팥빵, 턴오버, 소보루빵 등. 가격도 착하다.
특히 제과제빵과 바리스타 분야는 배우기도 쉽고 근무시간도 편하게 정할 수 있어 미혼모들의 관심도가 높다. 레드마마 권대욱 매니저는 “활발한 두리홈 친구들 덕분에 카페를 한 번 찾은 손님들이 금새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미혼모 자립을 위한 공간인 만큼 많은 친구들이 와서 기회를 발견하고 찾아가는 레드마마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매일같이 레드마마를 찾는 동네 주민 김정연 씨(온누리교회)는 “처음 찾았을 때 너무 친절하고 커피와 빵도 맛있어 자주 이용하고 있다”며 “엔젤스토리에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어 가족들이 다같이 애용한다”고 말했다.

레드마마에서 근무 중인 김소영(24) 씨는 아이를 낳고 레드마마에 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김 씨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아이를 돌보기 힘든 여건이 대부분인지라 많은 직장을 전전긍긍하며 다녔다. 하지만 레드마마에 와서부터는 안정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었다. 그는 “파트타임제로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고 월급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어 좋다”며 “미혼모들을 위한 레드마마의 2호점, 3호점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는 물론 넓은 식사 공간과 세미나룸까지 있다.

엔젤스토리의 모든 수익금은 100% 미혼모를 위해 사용된다. 지난해 수입금만 1억 4천여만 원이 모였다. 또한 50명의 미혼모들이 참여해 총 4천여만 원의 월급을 받아갔다.

“제 꿈은 레드마마 2호점 점장이에요.” 레드마마 1호점에서 만난 소영 씨의 야심찬 포부다. 할 수 있다는 희망도 보인다. 혼자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막막해하던 엄마들을 가족과 친구 같은 마음으로 응원해주며 일으켜 세워주는 천사들의 이야기가 가득한 곳. 엔젤스토리는 오늘도 새로운 희망을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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