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면 다 된다” 탐욕스런 ‘맘모니즘’ 교회 안에도 팽배
상태바
“돈이면 다 된다” 탐욕스런 ‘맘모니즘’ 교회 안에도 팽배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4.05.13 2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짚어본 한국 교회의 개혁과제

물질탐욕과 극단적 이기주의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가
권력과 결탁하고 부도덕을 은혜로 포장한 죄 회개해야
세월호 희생,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경고로 받아들이자

세월호 침몰한지 한 달. 아직 차가운 바다 속에 20여 명의 실종자가 남았고,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은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참사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아프긴 마찬가지. 너나할 것 없이 마치 내 자식을 바다 속에 두고 온 것 마냥 깊은 우울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무색했던 두 시간. 선원들의 긴급한 안전조치와 대피명령만 있었어도 안타까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유리창을 두드리며 “살려 달라” 외치는 아이들에게 구조의 손길이 닿았다면 이렇게 많은 이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돌아보면 그 두 시간이 얼마나 참혹한지 국민 모두 죄인이 되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지난 9일 안산제일교회를 찾아온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은 “아이들의 한을 풀어 달라”고 했다. 왜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달라는 것. 검찰 조사가 시작된 후 세월호 사건은 선원과 선주, 그 배경이 된 이단사이비 집단을 비롯해 해경과 관료들까지 총체적인 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세월호 사태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인명 경시 풍조와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한민국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을 보며 한국 교회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이 일이 과연 대한민국만의 문제일까. 한국 교회는 ‘공범’이 아니라고 외칠 수 있을까. 우리에게 돌아오는 질문이 무겁다. 본지는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며 목회자와 학자 등 각계 기독교 리더들의 반성을 통해 한국 교회가 묵인한 죄와 미래로 나아가는 개혁과제를 짚어 보았다.

“세월호의 참혹한 재난은 희생을 당한 사람들의 잘못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지요. 바로 우리 모두의 잘못으로 일어난 재난입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대표회장 김명혁 목사는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며 우리 안의 죄를 먼저 고백했다.

한국 사회와 교회는 우리도 알지 못하는 가운데 ‘돈과 물질에 대한 탐욕’에 사로잡히게 됐고, 자본주의적 맘모니즘‘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경제 개발을 빌미로 자연 환경을 파괴하고 부의 축적을 위해 가난하고 병든 사람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인권과 생명을 유린하게 되었지요. 나 자신의 경제적 번영과 행복추구에 사로잡힌 나머지 인권과 생명을 유린하고도 우리는 몰랐습니다. 생명 경시와 극단적 이기주의가 우리 안에 팽배합니다.”

김 목사가 지적한 ‘극단적 이기주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웃이 재난을 당해도 나 혼자 피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왜곡되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책임이 점점 희박해 지고 있는 것이다. 이웃의 생명을 무시하면서까지 잘 살겠다는 마음이 차마 볼 수 없는 재난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탐욕’을 원인으로 지적한 이는 또 있다. 국민대 교양학부 교수 이의용 장로 역시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선주의 탐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들은 수백 명 사람의 생명보다 ‘돈’을 중시했고 이것은 사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IMF 구제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은 “역시 돈!”이라는 가치관을 갖게 됐고, 짧은 시간에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선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나쁜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학습하고 말았다는 것.

‘탐욕’이 빚어낸 비극 앞에서 교회는 무엇을 했는지 물었다. 이의용 교수는 “교회가 물질 중심의 탐욕적인 가치관을 예방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죄”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대의 교회에서 세계교회 사상 최대의 횡령사건이 벌어지고, 탐욕에 물든 교회들은 소유권을 놓고 추악한 내분을 겪고 있다. 교회가 ‘삶’보다 ‘돈’에 집착하면서 역사상 가장 부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신주의 앞에서 신학도 무너져 가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더불어 “구원파만 말씀보다 돈을 숭배한 집단으로 비난할 수 있는가” 되물으며 자성을 촉구했다. 성경 말씀보다 돈을 추앙하고 현세의 삶과 유리된 내세만을 강조하는 교회가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는 것. 이 교수는 “교회를 크게 짓고, 성도를 모으는 것이 목회의 성공이라고 여기는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성도들이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교회가 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만 ‘영적 대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물질주의 세계관을 묵인한 교회의 책임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 대학원장 양승훈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해외 교민 사회에서도 충격과 안타까움이 크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배후에 두 가지 근원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가 지적한 두 가지 역시 ‘물질주의 세계관’과 ‘내세 중심의 구원관’이다. 양 교수는 “세월호와 구원파의 비리를 추적하는 사법당국의 수사를 지켜보면서 돈을 벌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물질주의 세계관의 한 단면을 보았다”며 “돈만 생긴다면 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생각이 어디 구원파 만의 문제이겠느냐”고 반문했다.

“정경유착과 로비, 매수, 뇌물, 심지어 협박을 해서라도 돈만 벌고 힘만 생기면 된다는 생각이 소위 정통교회에는 없느냐”고 물었다. 비윤리, 부도덕의 죄를 저지르고도 요소요소에 자기 인물을 심어 놓고 이런 저런 ‘보험’만 들어 놓으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교계를 지배하고 있지는 않은지, 구원파 사건을 계기로 물질과 세속적 힘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는 우리 교회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과 결탁하는 ‘정교유착’의 문제는 백석대 오필환 교수(전 부패학회장)도 지적했다. 오필환 교수는 “교회가 사회의 질서를 파괴하고 비합법적으로 온갖 인맥과 방법을 동원해 특혜를 받으려고 한다면, 그 일로 안전사고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낯을 들겠냐”는 것.

목회사학연구소장 조성돈 교수도 “안전이라 도덕이라는 측면에서 편히 갈 수 있는 교회가 얼마나 있겠냐”며 “탈법과 부도덕이 은혜로 이해되는 한, 한국교회가 나아가 한국 사회가 변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했다.

이처럼 은혜로 모든 것을 포장하는 편리한 사고는 구원론의 왜곡에서 시작됐다. 백석대 총장 최갑종 박사는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며 구원은 오직 믿음으로, 선행(삶)은 구원과는 무관한 상급의 대상이란 이름 아래, 신자와 교회의 윤리성을 외면하는 가르침이 구원파의 구원론과 무관하며, 구원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한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최 박사는 “구원은 우리의 행위와 무관하게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하나님의 은혜로 받는 것이며, 신자의 선한 행위는 최종적인 구원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구원에 덧붙여 주는 상급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이것을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바른 구원관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양승훈 교수도 “예수만 믿으면 무슨 죄를 지어도 천국에 간다는 식의 이신득의, 견인교리를 잘못 해석하게 되면 이는 구원파의 깨달음 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행위구원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 교리의 잘못된 해석을 심각하게 살펴보면서 한국 교회의 세계관과 신학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필환 교수 역시 “부패한 행위와 부도덕한 행위, 물질 만능적 사고방식에 얽매인 사람들의 가치관을 주님이 행하신 모든 말씀을 따르는 제자도로 변화시키고 사회 정의를 세우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선원들이 직업윤리와 전문성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면 과연 목회자들은 수많은 영혼을 책임질 목회적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가도 점검 과제로 꼽았다. 오필환 교수는 “진정 목회자에게 필요한 윤리의식과 목회적 소명이 무엇인지 전 교계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며 “교회에서는 성도들에게 사회의 법과 질서를 지키며 원칙에 따르는 정직한 국민이 되도록 이끄는데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나님은 누가복음 13장을 통해 “또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니냐.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치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고 경고하고 있다.

김명혁 목사는 “그들은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를 깨우치기 위해 희생당한 ‘희생양’들이었다”며 “회개치 않으면 우리 모두 망할 것이라는 경고에 귀를 기울이고, 재난의 시기에 우리가 어떠한 자세와 결단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자”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