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이 반도, 그곳에 뭐가 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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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이 반도, 그곳에 뭐가 있길래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4.03.0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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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임재-이스라엘 백성들의 방황의 역사’ 품은 곳

시나이 반도, 귀에 익숙한 지명이다.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던 산, 그 시내산이 있는 곳이 시나이 반도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을 탈출한 이후 모세의 인도로 홍해를 건넌 이후 밟은 땅이 바로 시나이 반도. 그러나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40년 동안 방황하며 광야생활을 했던 주 무대 또한 이 곳이기도 해 우리들에게는 낯설지 않다.

이 시나이 반도는 어떤 곳이고 무엇이 있길래 기독교인들의 순례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일까. 여행 위험지역인 데다 최근 발생한 폭탄 테러로 인해 3단계 ‘여행 제한지역’으로 지정됐는데도 말이다.

# 기독교 초기 사막의 수도자들 활동 지역

지리적으로는 아라비아 반도와 아프리카 대륙을 이어주는 삼각형 모양의 반도이며, 이스라엘,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중동의 주요 4개 나라가 붙어있다. 현재 이집트 국토이며 면적은 61,000㎢로 대부분이 사막지역이다. 시나이 사막은 수에즈 만과 수에즈 운하에 의해 이집트 동부 사막으로부터 분리되지만, 동쪽으로는 뚜렷한 기복의 변화 없이 네게브 사막까지 이어진다.

반도의 서쪽은 수에즈 만과 수에즈 운하, 남쪽은 홍해, 동쪽으로는 아카바 만이 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국경 또한 이 곳에 있고, 이 시나이 반도의 중심에 2,285미터의 시내산이 자리잡고 있다.

기독교 초기 시대에는 많은 사막의 은둔자와 수도자들이 시나이 반도의 남부 산악지역에 몰려들었고, 비잔틴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는 530년 경 이 곳에 있던 시내산 북쪽 기슭에 성 카타리나 수도원을 건축했다. 이후 이 수도원은 시나이 반도에 흩어져 있던 수도자들의 은신처요 기도처였으며, 기독교인들의 중심지가 됐고, 중세기 내내 순례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됐다.

이 수도원에는 박물관이 있는데, 2천여 점의 희귀한 종교 유물과 보석이 박힌 왕관과 십자가, 도금된 샹들리에 등 각 나라의 왕과 통치자들이 보내온 보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수도원 도서관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3천5백여 종의 채색 필사본을 소장하고 있고, 그리스어, 아랍어, 히브리어, 콥트어, 그루지아어로 작성돼 있다. 또한 수도원 내 예배당 뒤편에 ‘불타는 떨기나무교회’가 있다.

# 중동지역 국가들의 격전지

하지만 시나이 반도는 아픔과 굴곡의 역사가 많은 곳이다. 중동지역 국가들의 격전지였다. 1517년 이후에는 오스만 제국에 편입돼 콘스탄티노플에서 보낸 관리의 지배를 받았고, 19세기 초 이집트가 터키의 지배에서 독립한 뒤로는 시나이 반도 여행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알아리시 지역은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터키군과 영국군의 격전지였으며, 전쟁이 끝나고 시나이 반도는 이집트에 양도됐다.

이후 이 땅의 주인은 다시 바뀌는데 1967년 발발한 ‘6일 전쟁’으로 시나이 반도는 이스라엘에 점령된다. 그러나 1979년 체결된 평화조약에 의해 1982년 다시 이집트에 반환됐다. 특히 시나이 반도의 북동부에 있는 기디 고개와 미틀라 고개는 1956년, 1967년, 1973년에 격전이 벌어졌던 곳으로 유명하다.

과거에도 이집트 정부에 대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베두인족 무장 세력들에 의한 외국인 납치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이집트 군부가 이끄는 과도 정부에 불만을 품은 테러가 종종 발생하는 지역이다.

# 시내산(Sinai Mount)

시내산은 수목들이 자라 숲이 우거졌을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진 바위산이다. 제대로 자란 나무 한 그루 볼 수 없는 이 산기슭에 그리스정교회 성 카타리나 수도원이 있다. 산꼭대기에 오르면 작은 교회와 이슬람 사원이 하나씩 자리잡고 있다.

시나이 반도로 들어오는 성지순례객들이 빼놓지 않는 코스가 바로 ‘시내산 등반’. 인기 있는 코스 중 하나. 그러나 대낮에 뜨겁게 내리쬐는 폭염을 뚫고 그늘 한 점 없는 바위산을 오른다는 것은 그야말로 모험 중에 모험. 새벽 이른 시간에 출발해 수도사들이 산 정상까지 만들어놓은 3,750개의 돌계단을 밟고 3시간 정도 산을 오른 후 시내산 꼭대기에서 일출을 본다. 바위산 위로 솟아오르는 일출은 장엄하고, 순식간에 바위산 전체를 시뻘겋게 물들인다.

시내산. 산 전체가 거대한 바윗 덩어리다(사진 출처=이집트 관광청)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을 떠난 지 3개월 만에 시내산에 도착해 그 정상을 바라 볼 수 있는 기슭에 장막을 쳤다고 기록하고 있다(출 19:1, 2). 또한 “시내 산에 연기가 자욱하니 여호와께서 불 가운데서 거기 강림하심이라. 그 연기가 옹기 가마 연기 같이 떠오르고 온 산이 크게 진동하며 … 여호와께서 시내산 곧 그 산 꼭대기에 강림하시고 모세를 그리로 부르시니 모세가 올라가매”라고 하나님의 임재를 묘사한다(출 19:18, 20). 하나님께서는 이 곳에서 모세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셨고, 그를 통해 십계명과 그 밖의 율법들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전달해 주셨다.

4세기 이후 시내산은 지금의 예벨 무사(모세의 산)로 불리는 산에 해당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예벨 무사는 시나이 반도 남단의 높은 산들 중에 위치해 있다. 역사학자 요세푸스는 “시내산은 그 지방에 있는 모든 산들 가운데 가장 높은 산이며, 엄청난 높이 때문뿐만 아니라 깎아 세운 듯한 절벽 때문에 사람이 오르기가 매우 어렵다. 사실 그것은 눈으로 바라보기도 고통스러울 정도다. 그리고 그 산은 하나님께서 그곳에 거하신다는 풍문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감히 접근할 수도 없었다”고 묘사한다.

# 시내 사본(Codex Sinaiticus)

시내 사본은 시내산 기슭에 위치한 성 카타리나 수도원에서 발견된 것으로, 4세기 희랍어 성서 사본을 말한다. 시내 사본은 콘스탄틴 폰 티쉔도르프에 의해 발견됐으며, 발견 당시에는 영양의 가죽으로 기록된 질 좋은 양피지 346장 반 분량이었다. 또한 희랍어로 기록된 신약 사본으로는 유일한 기록물이며, 가로 38.1cm, 세로 34.3cm 크기다.

기독교대백과사전은 “1844년 5월에 성 카타리나 수도원을 방문하던 중 나는 커다란 방의 한가운데서 오래된 양피지로 가득 찬 크고 폭넓은 바구니를 발견했다. 안내를 맡은 도서관 사서는 이것들과 같은 종이 두 무더기가 이전에는 있었는데 썩어버렸기 때문에 그것들을 불에 태웠다고 내게 말해 주었다”는 테쉔도르프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이후 티쉔도르프는 1859년에 다시 수도원을 방문하게 되는데 “수도원 관리자는 방 구석에서 붉은 천에 싸인 매우 부피가 큰 것을 가져와서 그것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나는 보자기를 풀었는데 놀랍게도 15년 전에 내가 그 바구니에서 꺼냈었던 바로 그 단편들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있었다. 기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이 때 나는 자제하여 그 관리자와 나머지 수사들에게 그 사실을 숨긴 채 마치 아무 것도 아닌 양 이것들을 내 방으로 가져가 한가할 때 좀 더 살펴보고자 하니 허락해 달라고 했다. 그곳에서 나는 홀로 기쁨에 빠질 수 있었다. 내 수중에 현존하는 가장 귀중한 성서 사본이 있음을 나는 깨달았다”는 당시 상황을 전하고 있다.

이후 티쉔도르프는 그것을 복사하기 위해 러시아로 가져가도록 허락 받았고, 결국 러시아 황제에게 헌정된 뒤 1933년까지 레닌그라드에 보존돼 있다가 10만 파운드에 영국 박물관에 팔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지순례 여행 관계자들은 “시나이 반도는 이스라엘로 가기 위한 경로로 이용되기도 하는데, 이스라엘과 적대감을 형성하고 있는 주변국들로 인해 이집트나 시리아를 통해 이스라엘로 입국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나이 반도로 들어오는 순례객들은 대체로 카이로에 도착해 3박 4일 일정으로 여행하게 된다. 카이로에서 차량으로 이동해 카타리나 수도원과 시내산을 등반한 후 타바 국경을 통해 이스라엘로 넘어가는 코스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이후 이집트 지역의 성지순례를 비롯한 시나이 반도 관광은 거의 취소되고, 이스라엘 쪽으로 가는 성지순례객들도 1/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 여행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시나이 반도는 광활한 사막지대이지만, 하나님이 임재하셨던 시내산과 이스라엘 백성들의 방황의 흔적들, 사막 수도자들의 거룩한 영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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