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창조의 집에서 생긴 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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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창조의 집에서 생긴 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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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1.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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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무언 할아버지가 창조의 집 뒤편에 있는 해우소에서 볼일을 보고 나왔다. 창조의 집 후문 앞에 오토바이 한 대가 정차해 있었다. 창조의 집 안에서 갑자기 밝은 빛이 보였다. 잠시 후 폭발음이 들렸다. 한 청년이 후문을 열고 나왔다.

“누구세요?”

할아버지가 청년을 향해서 말했다. 청년은 오른손에 든 헬멧을 가지고 곽무언 할아버지를 사정없이 내려친 후 오토바이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불이야!”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김창진, 황금원, 주도원은 창조의 집으로 달려왔다. 창조의 집 문을 열자 내부는 화염에 휩싸여 아무것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세찬 불길 때문에 접근조차 할 수가 없었다.

최만석은 선화리에서 대대로 사는 부농이었다. 선화리 근처 20여 리에 사는 농민들은 다 최만석의 농토를 임대하여 농사를 짓고 있었다. 3년 전부터 소생언이 생기면서 그가 수확한 쌀을 판매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

최만석은 소생언 농장을 생각할 때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소생언 농장을 어떻게 해서 없앨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절치부심하고 있었다. 그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아들 최헌식을 내려오게 하였다.

“얘야! 소생언이란 농장 때문에 내가 미칠 지경이다.”
“왜요, 아버지?”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 던져버리는 격이 되었다.”
“자세히 말씀을 하세요.”
“소생언에서 생산되는 쌀을 읍내 장에서 염가로 파는 바람에 내 쌀이 팔리지 않고 창고에 그대로 남아 있단다. 또 농기구를 무료로 빌려주어 내 농기구를 빌리던 사람들이 발길을 끊은 채 오래 되었구나."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선린은 창조의 집이 불타 한 줌의 재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다. 앞길이 막막하기만 하였다. 김창진 실장이 우편물 한 통과 전보 한 통을 선린에게 전달해 주었다. 편지 한 통은 시온미래산업(주) 대표이사 최석열로부터 온 것이었다.

“귀하께서는 당사 소유인 선화리 소재 임야와 전답을 전 대표이사인 이지원으로부터 임차기간 약정 없이 지금까지 무상으로 임차하여 사용하여 왔습니다. 당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회의 결정으로 귀하가 점유, 사용하고 있는 토지를 당사가 직접 사용하기로 결의하였으므로 본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주 내에 당사에게 반환하여 줄 것을 촉구합니다.”

선린은 지난날 이지원이 병원에서 그에게 한 말을 회상했다.

“고마워.”
“뭐가?”
“나를 살려줘서.”
“꿈이 있는 사람은 죽을 수가 없는 거야.”
“나의 생명은 너의 것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너를 위해서 살겠어.”
“너는 나와는 꿈이 다른데도 왜 나를 위해서 사니?”
“그래 나의 꿈은 너하고는 다를지 몰라. 그래도 내가 성공하면 너를 위해서 그것을 쓸거야.”

선린은 이지원이 시온미래산업(주)를 설립한 후 태양열발전사업을 성공리에 경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물러나다니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전보는 S병원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백설희 위독! 동관 609호실로 조속히 오시기 바랍니다. S병원 신경외과전문의 항상성.”
“무슨 전보입니까?”

김창진 실장이 물었다.

“내가 보호할 사람을 위해서 온 전보네.”
“여기 33명의 노인을 보호하는 외에 또 다른 노인이라도 있어요?”
“노인이 아니야.”

선린은 만사를 제쳐놓고 S병원으로 달려갔다. S병원 신경외과 제1진료실 항상성 의사를 만났다.

“제가 진선린입니다.”
“환자의 보호자를 찾던 중 환자의 소지품에서 이런 것이 나와서 전보를 쳤습니다.”

“선린 오빠, 저 같은 사람은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빠에게는 적합하지 않는 여자란 걸 잘 알아요. 하루 속히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19xx. x. x. 설희 씀.”

의사가 건내 준 설희의 봉투는 꽤 오래된 것이었다. 오래 전 실무도에서 마지막으로 설희를 만난 후 쓰여 진 것 같았다.

609호실, 백설희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의 머리는 온통 붕대로 감고 있어 자칫하면 그의 얼굴을 식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선린은 백설희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어 보았다. 맥박이 너무나 가냘프게 뛰고 있었다.

창조의 집이 불탄 후 33명의 노인들과 청년들은 선화초등학교 강당에서 밤을 지냈다.

다음 날 오전 10시, 선린과 김창진 등 6명이 창조의 짐의 불탄 잔해를 정리하고 있었다. 소생언 입구에 승합차 1대가 정차해 있었다. 승합차에서 7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선린에게 다가왔다.

“우린 미래산업(주) 직원들입니다. 이곳 농장주를 만나러 왔습니다.”

한 사람이 선린을 향해 말했다.

“제가 이곳의 책임자입니다.”

선린이 말했다.

“우리 회사가 귀하께 임대한 토지를 직영한다는 통지서를 발송한 것을 받으셨지요?”
“예.”
“여기 거처할 집조차 불타 없어졌고 또한 인수, 인계할 물품도 없으니 앞으로 우리 회사가 이 토지를 직접 관리해야 하겠습니다.”
“제가 새로운 사장님을 만나서 협의하겠습니다.”

창조의 집이 불탄 자리에 김창진, 황금원, 주도원이 대형 천막을 설치하고 있었다. 전일 소생언을 찾아왔던 청년들이 다시 찾아왔다. 그들은 다짜고짜로 세워진 천막의 기둥을 뽑고 천막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천막을 해체하는 것을 세 청년이 만류하자 그들은 무자비하게 그들을 폭행했다. 그곳에 늦게 도착한 선린이 그들에게 소리쳤다.

“멈춰라!”
“잘 왔다. 저놈을 해치워라!”

3명을 폭행하던 6명의 청년들이 선린에 다가왔다.

“폭력을 쓰는 자는 폭력으로 망할 것이다.”
선린이 그들에게 말했다.

그들에게는 법보다도 주먹이 우선이었다. 그들은 선린의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3명이 합세하여 선린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선린은 넘어지면서 월계수나무에 머리를 부딪쳐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지원 사장은 TV뉴스를 통해서 소생언이 불타는 장면을 보았다. 그는 진선린을 위로하기 위해서 소생언을 찾아왔다. 그는 먼발치에서 6명의 청년들이 선린을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S병원 609호실 선린은 의식불명인 체 침대에 누어 있었다. 그는 환상 속을 헤메고 있었다.

수천 그루의 해바라기꽃이 소생언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었다. 백설희가 해바라기꽃 옆에 서서 미소를 지으면서 선린을 향해서 소리쳤다.

“오빠, 빨리 와요!”

잠시 후 설희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참 후 설희가 다시 나타나 그의 손을 잡고 밝은 빛을 향해서 사뿐사뿐 걸어가고 있었다.

선린의 침대 옆에서 설희가 선린의 왼손을 잡은 채 묵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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