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라이온즈 3연패에는 기도의 힘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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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라이온즈 3연패에는 기도의 힘이 있었어요”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3.12.16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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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의 아내 배태연 집사의 기도 이야기
▲ 남편이 감독이 되고, 우승을 3번 하게 해달라는 기도와 피아노학원을 시작하는 것까지 모두 기도응답을 받은 배태연 집사. 요즘 그녀는 더 깊고 넓은 기도의 지경을 개척해가고 있다.

올해 삼성라이온즈구단은 프로야구 역사상 첫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류중일 감독은 우승 후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의 정성스러운 기도 덕분”이라고 밝혔다. 류 감독이 “내 생애 최고의 선택이자 행운”이라고 말하는 주인공은 바로 배태연 집사(대구우리교회). 늘 영광의 뒤안길에 가려있었지만, 사실은 그 영광을 빚어낸 한 아내의 기도 이야기가 흥미롭다.

▲ 배 집사의 기도노트에는 선수들의 사진, 이름, 형편과 함께 성경말씀들로 가득차있다.
기도노트에 선수들 이름 적고
배태연 집사가 처음 기도를 시작한 것은 남편 류중일 감독이 오랜 세월 코치로 머물러 있었을 때였다. 교회라고는 어린 시절 몇 번 나간 것이 전부였던 그녀였지만 남편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교회 문턱을 가뿐히 넘게 해주었다.

“코치생활을 오래 하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가 기도를 시작했죠. 남편이 감독이 되어 10년을 하고 우승을 3번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런데 정말 그 기도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갑자기 남편이 감독이 되었어요. 깜짝 놀랐죠.”

당시 삼성라이온즈는 감독을 교체할 큰 이유가 없었다. 기존의 감독이 이미 우승을 2번이나 하는 등 성적이 좋았고 계약기간도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당시 류중일 코치가 감독으로 승격되었을 때 주변에선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남들은 몰랐지만, 그 동안 고생했던 남편이 빨리 감독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해왔던 배 집사에게는 정말 ‘응답’이었다.

‘기도를 구체적으로 하라’는 담임목사님의 조언에 배 집사는 기도노트를 만들었다. 거기 선수들의 사진, 이름, 특징들을 꼼꼼히 적었다. 새벽마다 모든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의 약점과 장점까지 껴안고 간절히 기도한다. 어떤 날은 늦게 시합 끝난 남편의 식사를 차려주고 나면 새벽 2시에 자리에 눕는다. 그래도 어김없이 4시 30분이면 또 일어난다. 남편이 그런 배 집사를 보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 끝날 때까지 금식기도
“이번 한국시리즈 마지막 게임 때도 저는 교회에서 기도하고 있었죠. 한국시리즈같이 중요한 게임 때는 금식기도를 하거든요. 새벽기도회를 갔다 와서 낮에 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밤에 다시 교회로 가죠. 하루 종일 시합 끝날 때까지는 밥을 먹지 않아요. 교회에서 기도하고 있으면 제 휴대폰이 소란해질 때가 있어요. 그러면 지금 분위기가 좋은 거고, 잠잠하면 안좋은 거죠. 올해는 힘들었잖아요. 그래서인지 올해의 승리는 정말 기도의 응답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정규시즌 1위로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삼성이 한국시리즈 초반에 무력하게 연패를 당했다.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역전으로 승리했다. 자연히 배 집사의 ‘기도의 싸움’ 역시 7차전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였다. 남편은 요즘 웃으면서 이제 기도제목을 바꾸라고 한다. ‘3번 우승’이 다 응답되었으니 말이다.

“남편이 감독이 된 것도, 그후의 우승도, 또 제가 피아노학원을 시작한 것도 다 응답받은 것이었어요. 받은 은혜가 너무 커서 부족하지만 뭔가 주님의 일을 하고 싶었죠. 어느 날 새벽기도를 하다 보니 피아노 앞에 빈자리가 보여요. 그래서 아, 저게 내 자리구나, 생각이 들었죠. 또 저녁마다 아이들을 교회에 모아놓고 성경말씀을 함께 읽고 찬양을 하며 전도하고 있죠. 제 자신을 돌아봐도, 어린 시절에 교회를 한번이라도 나오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그녀가 남편을 위해 기도를 시작했을 때 그 대상은 꼭 ‘하나님’이 아닐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그녀의 시댁과 친정은 기독교와는 거리가 아주 먼 형편. 그러나 그녀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른 것은, 그래도 어린 시절 몇 번 교회에 나갔던 추억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에 불렀던 ‘주의 친절한 팔에 안기세’라는 찬송이 어른이 되어서도 그녀의 마음을 다독여줄 때가 많았다.

교회는 작지만 기도는 크다
그녀가 섬기는 교회는 불과 30명에서 50명 정도 모이는 작은 교회. 그러나 그 작은 교회에서 드린 그녀의 기도는 지금까지 모두 응답되었다. 코치가 감독이 되고, 감독이 되어 3번 우승하게 해달라는 기도까지. 대구에서 유명 인사인 남편과 함께 남보란 듯이 큰 교회를 골라 나갈 법도 한데, 그녀는 아직 그 ‘작은 교회’를 지키고 있다. 아니, 지키는 정도가 아니라 저녁마다 아이들을 교회로 인도하며 ‘큰 교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하나님의 섭리는 참 오묘하다. 배 집사가 만약 ‘결혼 전에 교회를 신실하게 다녔던 아가씨’였다면 류 감독과의 인연은 사실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 배 집사는 이 가문에서 믿음의 씨앗이 되었다. 게임이 잘 안 풀리면 배 집사에게 “요즘 기도 안 하냐”고 채근하는 남편, 거의 신자가 다됐다.

야구 시즌이 끝난 크리스마스는 남편이 1년에 한번 교회 나오는 때다. 교인들에게 사인도 해주고 함께 식사도 한다. 남편은 “교회에 가보면 저 때문에 교인들이 좀 많아진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짓기도 한다. 사실 프로야구 감독은 직업상 주일날 교회에 나가기가 쉽지 않다. 배 집사는 1년의 한번이 이제 더 많아질 것을 믿고 기도한다.

프로야구 감독의 아내, 쉽지 않은 자리다. 남편의 힘든 일은 다 함께 겪는다. 그러나 남편의 영광은 다 함께 맛볼 수 없다. 아내는 늘 그늘에 있을 뿐이다. 남편이 시합 외에는 신경 쓸 일이 없도록 모든 가정사는 배 집사의 손에서 해결된다. 교통사고가 나도 남편에게 당장 연락하지 않는다. 몸이 아파도 ‘신랑이 없는 때’를 골라 아플 정도다. 힘든 일들을 꾹꾹 안으로 삼키다 보니, 그녀도 사람인지라, 지칠 때도 있다.

▲ 오른쪽 아래는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 사진. 오른쪽부터 남편 류중일 감독과 양쪽에 두 아들(큰 아들 호윤, 작은 아들 승훈).
승패 초월한 기도의 여정 시작
“믿음이 없었다면 그럴 때에 힘들었겠지요. 그러나 받은 은혜가 크고, 믿음이 있으니, 또 이겨내죠. 남편을 위해 시작한 기도를 통해서 제가 사실 더 큰 은혜를 받는 것 같아요.”

기도가 늘 응답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하나님의 침묵’도 받아들여야 한다. 배 집사는 이미 이런 진리를 터득한 듯하다. ‘남편이 승리했을 때에 무엇이 가장 좋은가’하는 질문에 뜻밖에 깊은 사색이 담긴 대답이 나온다.

“좋은 점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 좋죠. 가까운 분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고요. 내가 기도한 보람도 느끼고요. 그러나 한 시간만 지나면 허망해져요. 이것을 위해 이렇게 기도했나 하고요. 또 남편도 이것을 위해 이렇게 고생을 했나, 하는 맘도 들고요.”

승리의 흥분은 불과 한 시간을 넘지 못한다. 세상적인 승리와 영광이란 사실 덧없는 것일 수 있다. 오늘은 이겼지만 내일은 패할 수도 있다. 결국 그 과정에서 남는 것은 무엇일까?

오직 남편이 잘되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으로 기도를 시작했던 ‘초짜신자’가 이제 어느덧 교회의 새벽기도회 반주를 하고, 저녁마다 아이들을 불러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베테랑 집사’가 되었다.

항상 잘 나갈 수 없다는 것을 그녀도 안다. 그래서 시험에 들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를 빼먹지 않는다. 미국에 있는 동생과 전화로 함께 매일 성경 열구절 씩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린다. 오늘도 새벽마다 피아노를 치며 세상의 어둠을 걷어내는 그녀의 기도는 점점 그 지경이 넓어져 간다. 남편에게서, 자식에게서, 시댁으로, 친정으로, 직장으로, 세상으로 더 뻗어가는 기도의 신세계. 그녀가 개척해가는 기도의 여정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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