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Diversity in 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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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Diversity in 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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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2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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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기 목사 / 예수로교회

잔치가 끝나면 맛난 포도주를 마시고 기분 좋게 돌아가는 잔치꾼들이 있을 것이고, 영문도 모르고 먹고 마시고 취해 연회장을 칭찬하는 구경꾼들도 있을 것이며, 물로 된 포도주의 비밀을 아는 하인도 있을 것이다. 가나 혼인잔치 집에서 예수님이 돌 항아리는 쓰신 이유는 그곳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쓰임을 받았고. 정결예식을 따라 깨끗한 그릇이기에 쓰임 받았으며, 자기를 비우고 준비된 그릇이기에 주님께 쓰임 받았다.

잔치 끝날에 주님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물으실 때에 과연 한국 교회는 하객들로부터 칭송받는 연회장이 될 것인지, 주님께 쓰임 받은 기적의 항아리와 하인이 될 것인지, 주님의 때에 주님의 손에서 빚어지는 새로운 한국 교회가 되어야 하리라.

세계교회협의회(WCC-World Council of Churches) 제10차 부산총회가 오는 30일 개막을 앞두고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셈이다. 겉으로 드러난 차질없는 모습과 달리 총회를 둘러싼 미숙함과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것도 사실이다. 잔칫집을 찾은 손님들 앞에서 혹 주인들이 낯을 붉힐까 심히 걱정도 된다. 총회를 유치한 이후 지금까지 4년여 동안 지속돼 온 한국 교회내의 교리적 신학적 찬반 논쟁이 총회 직전까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 교회가 단지 장소만 제공하는 잔칫집 마당이 아니라, 개최국의 주도적 롤(role) 역할과 한국 및 한국 교회와 관련된 구체적인 주제들을 총회에 상정하여 한국준비위원회가 꼼꼼히 그 메리트(merit)를 챙겨야 할 일이다.

대내외적으로 명분만 축적할 것이 아니라 7개의 주제 강연이나 24개 주제와 85개의 마당(Workshops and Exhibitions)을 통해 에큐메니칼(ecumenical)운동을 부르짖는 WCC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들의 교회가 분열되고 있는 원인 분석과 치유책에 대한 대안, 신앙의 자유를 위해 핍박받는 백성들에 대한 문제 같은, 실질적 주제들을 주도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총회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편안한 장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얼마나 매끄럽게 회의가 진행되었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예배와 총회에서 선포될 메시지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이번 부산총회의 주제가 생명, 정의, 평화다. 과연 여기에 대해 우리가 어떤 복음적 응답과 도전을 합의해 이 시대 교회와 사회에 기여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issue)다.

20세기에 영향력 있는 개신교 신앙운동은 소위 에반젤리컬 운동(Evangelical Movement-복음주의)과 에큐메니칼 운동(Ecumenical Movement-교회연합과 일치)으로 꼽히고 있다. WCC는 에큐메니칼(Ecumenical) 운동을 대표하는 국제기구다. 교파, 교회의 차이를 초월하여 모든 기독교 교회를 통일시키고자 하는 운동이다. 에큐메니즘(ecumenism)은 공간적 개념뿐만 아니라 진리와 질서를 뜻하는 원리적 개념(cosmos)을 함축하고 있다.

다양성 속에서 일치냐(Unity in Diversity), 일치 속에서 다양성이냐(Diversity in Unity), 이는 아이어이(於異阿異)의 모자이크(Mosaic)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했다. 잘못된 집을 지으면 언어가 우리를 속인다. 다양성 속의 일치가 자칫 다양성을 포장한 복음의 변질로 기독교의 본질 자체가 희석되는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God of Life, Lead Us Justice and Peace!) 예수님이 지휘하시는 한국 교회 오케스트라의 화음이 필요하다. 한국 교회를 세울 생명신학의 근간을 살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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