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기업가 정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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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기업가 정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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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2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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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08시 30분. 영업 1부장이 화난 표정을 하면서 강지철 대리에게 말했다.

“강대리, 자네 이사회에서 무슨 생각으로 그런 돌출행동을 하였는가?”
“부장님, 저는 단지 평소 저의 소신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이사님들 앞에서 한 자네 행동이 회사의 질서를 해치는 행위가 아닌가?”
“제가 한 행동은 회사의 유익을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

그때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대표이사로부터 강지철을 소환하라는 비서실의 전화였다. 대표이사실 재실등에는 ‘부재중’이란 불이 표시되어 있었다. 비서실에는 여비서가 안면에 미소를 띠면서 그에게 말했다.

“사장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어서 들어가 보세요!”

그가 회사에 입사한 후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사장을 만나게 되었다. 이진성 대표이사가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리로 와서 앉게!”

강지철은 7년전 파출소에서 그를 만났던 일을 생각했다.

“자네 나를 기억하겠는가?”
“네, 사장님, 7년전 파출소에서 뵈었습니다.”
“그렇지, 그때 내가 자네에게 한 말을 기억하는가?”
“예.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이 나에게 보답하는 일일세!’라고 하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자네 지금 회사의 경영상태가 왜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는지 아는가?”
“한 마디로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회사란 바로 사람의 조직이네! 조직인 사람이 잘못 생각하면 경영이 잘못된다고 나는 생각하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 혼자 이 회사를 움직이는 것은 아닐세. 나에겐 적들이 많네! 주주들, 이사들, 언제 그들이 나를 향해서 도전해 올지 모르겠네!”
“어려우시겠습니다.”
“우리 아들 이익치와는 어떻게 지내는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걸 사장님께서 아시지 않습니까!”
“자네가 내 아들처럼 나를 도와주기를 바라네!”
“힘이 없는 말단 사원인 제가 무슨 능력으로 사장님을….”
“직위가 필요하다면 필요한 직위를 부여해 주겠네!”
“저는 그럴만한 능력이 못됩니다.”
“아들 이익치를 통해서 잘 알고 있네! 자네가 책 외판원 생활에 실패하고 S대학 경영대학원과 인문대학원에서 3년 동안 경영학과 인문학을 연구했다는 사실을….”

오전 10시. 성결종합건축 13층 대회의실에서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되었다. 주주 759명 중 727명(참석율 95.78%)이 참석하였다. 총무이사가 회의 성원을 보고하였다.

대표이사 이진성이 개회사를 말했다.

“ 바쁘신 중에도 임시 주주총회를 위해서 참석해 주신 여려 주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식순에 따라서 감사보고, 재무보고, 영업보고, 전무이사의 보고 순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감사 김형준입니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감사한 바, 모든 것이 양호한 상태이지만 총 자산 대비 현금비율이 2%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대한 감사결과의 의견은 한정의견입니다.”
“총무이사 박성배입니다. 가결산서에 대한 재무상황을 검토한 바, 장기차입금 650억 원으로 부동산을 매입하여 자금난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드립니다.”
“경영이사 김재억입니다. 회계기간 동안 저희 회사는 1,594억 원의 공사비를 지출하여 아파트를 신축한 바 있으나 경기불황과 IMF 영향으로 분양실적이 15%수준에 불과하여 자금난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전무이사 이항민입니다. 우리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월 22억 원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59억 원의 매출이익으로는 불과 3개월 밖에는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대표이사 이진성입니다. 우리 회사는 창업한지 28년이 되었습니다. 이런 어려움은 창업 이후 처음입니다. 오늘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대안을 가지고 계신 분은 발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회의장 분위기는 점점 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어떤 주주는 “경영진은 경영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외치기도 하였다. 이때 총무이사가 사회석에 나와서 말했다.

“주주 여러분, 진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사회에서 위임한 강지철 서리이사가 연구한 우리 회사의 유동성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
“저는 방금 사회자가 소개한 강지철입니다. 우리 회사가 처한 상황은 단순히 우리 회사만의 어러움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모든 회사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제 개선방안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때 소액주주 1명이 발언권을 얻기 위해서 손을 들었다. 그는 사회석으로 나와서 발언을 하였다.
“저는 소액주 진상철입니다. 금연도 신축아파트 분양실적이 신축물량의 15%란 저조한 실적이 된 원인을 밝히고 나서 대안을 제시해주기 바랍니다.”
“경영이사의 영업실적 발표내용에 의하면 분양실적이 저조한 원인을 경기불황과 IMF의 탓으로 말한 바 있으나 이는 사실과는 다릅니다.”

회의에 참석한 제일 경영이사가 얼굴을 찌푸렸다.

“저의 회사의 신축아파트 분양시기는 1/4분기 초였습니다. 그때는 경기불황이나 IMF가 발생하기 11개월 전입니다. 그 시기에 회사가 법인세 신고를 위한 외부감사 결과가 한정의견으로 발표되고 당사의 주식이 계속해서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한 때 거래중단 위기에 처한 때도 있었습니다. 또한 시중신문들은 우리 회사의 매각설도 실려 있었다. 이러한 것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분양실적이 저조한 결과를 낳게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경기악화가 분양저조의 원인이 된 것이 아니고 분양시기의 선택을 잘못한 것임으로 인재가 그 원인입니다.”

얼굴을 찡그리며 이를 듣고 있던 제일영업이사가 심하게 반발하고 발언권을 얻어 발언을 하였다.

“지금 서리이사 강지철이 유언비어 운운하면서 터무니없는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당장 발언을 취소하세요!”
“거짓은 시간이 지나면 백일하에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사실을 앞에 놓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것이야 말로 너무나 터무니가 없는 일입니다. 이게 제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자료입니다.”

그는 감사보고서의 한정의견서 사본, 분양시기에 대한 주식 시세표, 신문에 게재된 성결종합건축에 대한 매각설 등을 펴보이면서 말했다.

“우리 회사와 같은 시기에 다른 회사의 신축 아파트 분양 실적에 대한 전국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분양률이 87%였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모든 경제가 IMF 11개월 전으로 정상가동 중임을 증명합니다. 우리 회사만 빼고서 말입니다.”

이때 한 주주가 발언권을 얻고서 말했다.

“우리 회사의 분양실적이 다른 회사 평균 분양률 보다 크게 저조한 특별한 원인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예, 말씀드리겠습니다. 전통적인 세일즈는 ABC, 즉 항상(Always), 판매를 끝내라(Be Close)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만든 제품만을 파는 시대가 아니라 기업의 정신을 파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회사는 팔아야 할 기업정신을 준비하지 못하였습니다.”

사회자가 말하는 순간 회의장 여러 곳에서 고함소리가 났다.

“대학에나 가서 강의해라! 시장 바닥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나 말해라!”

다른 곳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났다.

“발언자의 발표를 다 듣고 난 다음에 질문하는 시간을 가집시다.”

회의장은 다시 조용해졌다. 발표자가 다시 발표를 계속했다.

“청약분야에 있어서 청약이 저조한 원인은 회사와 청약자가 기업가(생산자)인 나(I)와 소비자인 너(You)로 분리되어 우리(We)를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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