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복음의 빛으로 … 초록색 물결로 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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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복음의 빛으로 … 초록색 물결로 번지다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3.06.1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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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의 여름을 걷다 <상> : 한국을 사랑한 파란눈의 선교사

여름 휴가지를 고민하는 이즈음 각종 매체마다 유독 눈에 띄는 ‘순천’. 한창 열리고 있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겸해 평소 ‘순천만’도 한 번은 가보고 싶었는데, 고생만 하다 오는 거 아닐까? 걱정마시라. 복음을 전하기 위해 순천에 온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보는 ‘순천시기독교역사박물관’주변부터 독특하고 재밌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소개한다.

본격 여름휴가철은 아직 많이 남았지만, 봄부터 이미 여름기운을 팍팍 느껴온 터. 때문에 피서든 여름 휴가든 일정을 서둘러 짜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 많고 비싸고 매년 가는 여름 휴가지는 뒤로 제쳐두고, 황금같은 여름 휴가를 농촌, 산촌, 어촌에서 보내는 건 어떨까?

이 모든 것을 겸한 곳이 있다. 바로 ‘순천’이다. 게다가 전라도 중에서도 남도의 훈훈한 시골밥상을 느낄 수 있고 혼자서도, 친구랑도, 가족들끼리도 편하게 즐길거리, 볼거리가 많다. 게다가 호남지역 기독교 역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기독역사박물관이 지난해 11월 개관해 ‘신앙체험여행’으로도 딱이다.

▲ 온규열 관장
지난 5월 31일 정오, 전남 매산등(매산언덕)에 얼굴이 하얗고 코가 큰 외국인 무리가 오른다. 미국 남장로교회 선교사들이 100여 년 전 개척한 순천의 기독교 역사를 찾아온 여행객들이다. 매산중학교, 매산고등학교를 지나며 아직까지 보존되어 있는 매산등의 기독교 유적들을 둘러보며 언덕빼기를 오르니 ‘순천시기독교역사박물관(관장:온규열 목사•사진)’에 다다른다.

“웰컴 투 더 순천 크리스천 히스토리 뮤지엄(Welcome to the Suncheon Christian Museum, 순천기독교역사박물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인자한 인상의 온규열 관장이 유창한 영어로 이들을 맞이한다.

순천시기독교역사박물관은 19세기말 복음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부터 전남 동부지방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기까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독교 박물관이다. 1447㎡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채플실(‘ㄱ’자 교회), 메모리얼파크, 묵상의 숲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국내외 관계자 고증을 거쳐 수집한 1900년대 기독교 관련 유물 650점 및 영상 등도 전시했다.

“우리 박물관은 20세기 초 이후 순천지역에 전래된 기독교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1784년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되고, 1913년에 순천에 미국 남장로회가 선교부를 설립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순천 기독교의 역사가 사진, 유물, 영상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은 전시시설 관람에 그치지 않고 백년의 기독교선교역사의 유적을 그대로 보존, 재현했다. 1990년대 초 순천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순천지역 선교사들의 활동모습, 낯선 이국땅에서 펼쳤던 110년 간의 선교활동은 파노라마 형식으로 구성됐다. 또한 걸으며 배울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코스로 운영해 누구나 쉽게 순천기독교 발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다.

1909년 선교구역 분할정책 예양협정에 따라 순천에는 미국 남장로교회 선교의 꽃이 폈다. 45년간 다양한 활동을 펼친 레이놀즈 선교사, 호남선교의 최초 개척자 테이트 선교사 등 물론 젊은 여자임에도 선교사로 입국해 군산에서 어린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활동한 리니 데이비스 선교사까지 그들의 업적을 고스란히 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순천 선교의 개척자 오웬 선교사의 업적도 살펴볼 수 있다. 그는 과로로 인한 급성 폐렴으로 별세했지만 오웬 선교사의 활동으로 순천 교외에도 처음 교회가 설립됐고 무엇보다 순천중앙교회가 순천시에 설립되어 오늘날까지 그 믿음의 유산이 이어지고 있다.

1관에 전시되어 있는 조지왓츠 기념관 축소 모형

선교사들은 복음, 교육, 의료봉사의 세가지 분야에서 헌신했다. 복음을 위해 성경학교를 세우고 교육을 하기 위해 매산학교를 세웠다. 또한 한센병자치료를 위한 애양원, 일반환자를 위한 알렉산더 병원(안력산병원)을 설립,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무료 진료하는 등 사회적 소외계층들을 위해 희생적으로 봉사했다.

박물관이 위치한 매산등 주변에는 매산중•고등학교, 순천의료원, 중앙교회(순천읍교회 자리), 선교사들이 머물렀던 코잇 가옥, 프레스톤 가옥, 크레인 가옥, 메모리얼 공원, 묵상의 숲 및 조지 와츠 기념관 등 유서 깊은 선교 현장이 한 길로 이어져 한국 근대사의 모습도 차례로 엿볼 수 있다. 파노라마 형식으로 구성된 매산등 기독교 유적길은 박물관을 중심으로 비기독교인들에게도 효과적으로 기독교 역사를 전달할 수 있다.

메모리얼파크에는 1965년식의 랜드로버가 자리하고 있다. 순천의 검정고무신이라 불리며 순천 복음화에 힘쓴 인휴 선교사가 타고 다녔던 차량과 동종 모델이다. 인휴 선교사는 전국 두메산골과 비포장의 험로를 달리며 각 교파들의 교회와 개척후보지를 확인했다. 박물관에는 당시 의료선교에 힘썼던 맨튼 윌슨(애양병원 초대원장)이 탔던 포드자동차 T모델도 세워져있다. 이는 1921년식으로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보관중이던 차량을 선교사 후손인 린튼가에서 기증받았다.

온규열 관장은 “20세기 초 순천에 찾아와 다양한 선교 활동으로 순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선교사님들의 귀한 정신을 계승하고자 역사박물관이 세워지게 됐다. 근대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가난하고 병든 국민들을 도와준 순천은 기독교 성지가 되다시피 되었다”며 “후대를 위해서라도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역사박물관의 외관은 하나의 언덕처럼 생겼다. 매산등, 매산언덕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곳에서 백년 전 한국을 사랑한 미국의 선교사들의 숨결이 언덕바람을 타고 역사박물관을 감돈다. 
 
용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순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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