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신학자들, ‘WCC 영성’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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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 신학자들, ‘WCC 영성’를 말하다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5.0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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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학술원, ‘WCC 영성과 한국 교회’ 주제로 제19회 영성포럼

▲ 보수와 진보 신학자들은 기독교학술원이 지난 3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WCC 영성과 한국 교회'를 주제로 개최한 제19회 영성포럼에 참여해 WCC 신학과 영성에 대해 함께 토론했다.
WCC 제10차 부산총회를 앞두고, WCC 신학과 영성을 중심으로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 보수와 진보 진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학술원(이사장:이영엽 목사, 원장:김영한 박사)이 지난 3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WCC 영성과 한국 교회’를 주제로 제19회 영성포럼을 개최했다.

이른바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신학자들이 WCC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제시하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으로 진행된 이날 영성포럼에는 이형기 박사(장신대 명예교수), 이동주 박사(선교신학연구소장), 박종화 목사(경동교회)가 발표했고, 장훈태 교수(백석대), 김홍만 교수(국제신대), 채수일 박사(한신대 총장), 최덕성 박사(기독교사상연구원장) 등이 논평자로 참여했다.

# 종교간 대화,  ‘공동의 선’ 추구 VS ‘복음선포’ 우선
‘종교대화의 영성’을 주제로 발표한 이형기 박사는 WCC의 공식문서에 나타난 ‘종교간 대화’가 추구하는 기독교 신앙과 신학(영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종교간 대화의 궁극적 목적은 사랑과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공동체 추구에 있다.

이 박사는 “종교간 대화는 생명의 관계망 속에 있는 인류공동체를 포함하는 지구생명 공동체의 공동선에 기여해야 한다”며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등 이웃종교들과의 대화는 물론, 에큐메니칼 교회들과 근본주의적 에반젤리칼 교회들도 ‘공동의 선’을 향한 적극적인 대화와 연대를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WCC의 종교간 대화의 신학은 각 종교가 각각 자신의 고유하고 독특한 ‘이야기’(종교)를 지니면서 타종교들의 고유하고 독특한 이야기들의 다원성과 다양성의 차이, 타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WCC의 ‘이웃간 대화’는 기독교의 신학적 확신들과 정체성, 고유성과 특수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기독교의 특수한 입장에서 타종교들을 본 것이지 모든 종교들을 동질화시킨 것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종교들의 다원주의가 아닌 종교들의 다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논평한 장훈태 교수는 “발제자는 복음전도의 현장에서,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는 인류사회의 현장에서, 창조보전에의 참여 현장에서 이웃 종교들과의 연대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 부분은 ‘복음’ 중심이 아니라 사회복음 ‘사상’으로 보인다. 인류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복음주의 선교학 관점에서 볼 때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들은 영적으로 죽은 자들이다. 하나님 영광의 복음을 온전히, 담대하게 선포하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이다. 하지만 이 박사는 이런 측면에서 어느 입장에 있는지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홍만 교수도 논평을 통해 “기독교를 포함하는 모든 살아있는 종교들의 특수성과 보편성과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결국 종교다원주의에 해당되는 말”이라며 “하나님이 모든 민족들을 부르시고, 구원하시는 것과 모든 민족들의 종교들을 구원하시는 것과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성경 자체가 갖고 있는 하나님의 속성에서 나오는 독점성이 곧 기독교의 특수성과 보편성이다. 인간적, 이성적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괴로운 교리라고 해서 보편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특수성을 허물어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 반 개종주의, 복음선교 오해 VS ‘오직 믿음으로’ 보편타당한 교리 아냐
‘WCC와 개종의 영성’을 주제로 발표한 이동주 박사는 “WCC는 복음적인 개종선교를 크게 오해하고 있다”며 “가톨릭권이나 정교회권에서 전도한 결실로 일어난 개종은 종파나 교회 집단에로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로 하는 것임을 WCC는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박사는 “WCC의 반 개종주의는 구원을 받기 위해서 믿음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진정한 회개와 개종은 오직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지, 인간의 힘과 수단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다는 특징이 있음을 WCC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WCC는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하나님의 심판 또는 최후의 심판 같은 것을 놓쳐 버렸다”며 “모든 인류는 화해와 일치의 대상이기 이전에 먼저 구원의 대상, 복음을 들어야 할 대상이다. 결과적으로 WCC의 반 개종주의는 예수를 믿는 믿음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기독교운동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동주 박사의 발표에 논평자로 참여한 채수일 박사는 “WCC가 개종강요 선교를 반대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WCC가 비기독교인들에게 예수를 믿고 영접해야 구원을 받는다는 믿음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으로 보인다”고 대응했다.

채 박사는 WCC의 반 개종주의는 예수 믿는 믿음으로 구원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기독교 운동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한 이 박사의 발표에 대해서도 “행위를 강조하는 가톨릭 교회에 대한 안티 테제로 등장한 ‘오직 믿음으로’라는 명제는 16세기 마틴 루터의 주장으로써 오랫동안 교회분열의 교리적 전거가 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마 가톨릭 교회는 세계루터교연맹, 세계감리교회와 함께 ‘오직 믿음으로’라는 신학적 명제가 더 이상 교회분열의 교리적 전거가 될 수 없다는 합의를 했다”며 “독일의 종교개혁 사상이 수많은 개혁교회들의 하나의 전통이 될 수는 있어도 모든 교회들에게 보편적으로 타당하거나 가용될 수 있는 교리가 더 이상 아니라는 선언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 에큐메니칼 영성, 교회들의 생명력 상실 가져와
‘에큐메니칼 영성’에 대해 발표한 박종화 목사는 “WCC를 중심한 에큐메니칼 운동 속에 담긴 영성은 예배적 영성과 성례전적 영성, 사회 참여적 영성, 정의와 평화 실천의 영성, 샬롬의 영성 등 시대적 상황의 다양한 울부짖음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양태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를 주제로 개최되는 WCC 제10차 부산총회는 교회 공동체들이 교파 전통과 역사적, 문화적 상황의 다양성을 서로 인정하면서 동시에 공동의 영성적 실천, 곧 공동체의 ‘제자직’을 위해 일치하자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목사의 발표에 대해 논평한 최덕성 박사는 “WCC의 고백적 다양성과 다양성 안의 일치 영성은 WCC를 추종해 온 주류 교회들의 생명력 상실, 퇴락, 빈사 상태, 죽음과 직결돼 있다”며 “교리와 신학이 서로 다른 교파 전통들을 다양성 안에서 일치하게 하고, 역사적, 문화적 다양성을 서로 인정하는 에큐메니칼 영성은 교회로 하여금 ‘신앙무차별주의’라는 함정에 빠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최 박사는 “자유주의 성경관, 바르트주의 성경관, 급진주의 성경관을 결합한 WCC 에큐메니칼 성경관은진리상대주의에 뿌리를 둔 종교다원주의, 종교혼합주의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독교학술원장 김영한 박사는 “이번 포럼은 WCC 운동에 있어서 신학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해 비판적 성찰을 하면서 진지하게 열려있고 서로 배우려는 태도를 갖고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WCC는 종교대화, 개종, 에큐메니칼 운동을 기독교 정체성을 지키면서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박사는 “WCC총회와 WEA총회를 유치한 한국 교회는 미래 에큐메니칼 운동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며 “사도신경을 고백하는 한국 교회는 인종과 국적, 지역과 교파를 초월해 서로 인정하는 성숙한 신앙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보수와 진보가 협력해 세계 기독교회와 함께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일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교자로 참여한 한신대 명예교수 이장식 목사도 “WCC 총회는 하나님의 온 집안의 형제자매들이 함께 모여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에 감사하며 찬양하는 축제가 돼야 한다”며 “사도 바울이 말한 것처럼 그리스도인의 유월절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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