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신학으로부터 탈피, ‘한국신학’ 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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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신학으로부터 탈피, ‘한국신학’ 정립해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4.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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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직신학회, ‘제8회 조직신학자 전국대회’ 개최

▲ 한국조직신학회가 지난 20일 '한국신학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제8회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전 통일부 장관 이재정 박사(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주제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기독교 역사상 유례없는 부흥을 이룩한 한국 교회. 선교적 측면에서도 해외에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한 제2의 선교국가가 됐다. 하지만 세계 교회에 내놓을만한 ‘한국신학’을 정립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가운데 한국조직신학회(회장:김흡영 교수)가 지난 20일 ‘한국신학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제8회 조직신학자 전국대회를 개최하고, 세계 신학의 큰 흐름 속에서 독특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한국신학의 정체성과 과제가 무엇인지 성찰했다.

‘민중신학은 여전히 유효한 신학인가’라는 주제강연을 진행한 이재정 박사(성공회대 석좌교수)는 “민중신학은 신학의 혁명이었다”며 “한국에서 신학자들이 사회 현장에 뛰어들어 새로운 신학운동을 벌이게 된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한 성찰과 함께 부패하고 무자비한 독재정치와 사회경제적인 구조의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박사는 “민중신학이 전통적인 신학의 규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교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될 수 있는 것인가, 실제로 역사와 사회의 변혁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현실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며 새로운 민중신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즉, 민중신학에 있어서 민중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 민중이 누구냐 또는 민중의 동력이 어떻게 역사변화에 작용하느냐는 것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수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중이 아니라 민중의 꿈을 오늘의 상황에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우리 사회는 경제적인 규모, 민주적 정치과정, 사회적 현상 등 지난 20년 간 엄청난 변화를 만들었다”며 “여러 가지 사회적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사회가 점점 우리가 기대하던 ‘새로운 질서’로 지향해 갈 수 있도록 새로운 신학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록 과거의 형태와는 다르다할지라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억압받는 사람, 소외된 사람, 업신여김을 받는 사람 또는 가난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존재한다”며 “여전히 민중의 사회적 전기,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창의적 동력, 사회에 대한 절규 등은 여전히 사회변화를 위한 유효한 힘”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오늘날 사회 변화의 동력 중심은 민중이 아니라 국민 대중”이라며 “민중신학은 사회와 역사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새로운 질서 또는 새로운 창조의 세계를 교회와 신학이라는 틀이나 고정된 텍스트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조명하고, 해석하고 밝혀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두 번째 주제강연자로 나선 허호익 교수(대전신대)는 ‘한국신학의 새로운 모색-왜 천지인 신학인가’라는 강의를 통해 “한국신학은 동양적인 것과는 차별성이 있는 한국적이어야 하며, 한국적이기 이전에 성서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신학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한국신학의 새로운 모색을 위해 고려해야 할 해석학적 관점을 제시하며 자신이 그동안 모색해 온 ‘천지인 신학’을 간략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천지인은 신관, 인간관, 자연관이 중심이다. 하나님과 인간, 자연을 하나의 통전적인 생태계로 보는 것이다.

즉,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바른 수직적 영성적 관계, 인간과 인간 사이의 바른 수평적 연대적 관계, 인간과 자연(물질) 사이의 바른 순환적 친화적인 관계를 성경적, 신학적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허 교수는 “현대신학적인 관점에서 구원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려면 하나님과 화해로서의 개인구원, 이웃과 화해로서의 사회구원, 자연과 화해로서의 생태구원의 삼중적인 화해를 통전적으로 설정해야 할 과제가 제시된다”며 “삼중적 구원론은 천지인의 조화라는 삼태극의 구조와 상응하는 천지인 신학으로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천지인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ㆍ인성ㆍ우조성의 삼성론과 삼중적 구원론뿐만 아니라 신과 인간의 바른 관계를 회복하고, 마음과 몸의 바른 관계와 나아가 물질과 정신의 균형적인 발전을 지향하는 영성신학, 정의와 평화의 상생신학, 여성신학, 생태신학 등 모든 신학적 패러다임의 통합을 모색하려는 해석학적 원리를 지향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한국조직신학회장 김흡영 교수(강남대)는 “한국신학은 더 이상 남에게서 수동적으로 배우고 모방하는 신학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능동적이고 자립적인 연구와 통찰을 통해 부족하더라도 당당하게 제소리를 내며, 글로벌 신학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신학의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적 상황에 맞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고백과 해설, 서구신학으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한 김 교수는 “한국신학은 우리의 독특한 신학적 풍토와 정서를 반영한 새로운 신학적 패러다임을 정립함은 물론, 세계신학의 큰 흐름 속에서 독특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글로벌 신학으로 확대, 편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종교개혁 △근현대 △포스트모던과 한국적 수용 △여성, 해방, 민중, 탈식민 △종교, 문화, 토착화, 예술 등 5개 분과에서 조직신학자들의 15개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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