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형교회 신화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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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대형교회 신화에서 벗어나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4.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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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마당 교회위원회, 4월 정기포럼

대형 교회는 한국 교회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목회자와 성도들 할 것 없이 각각 이런 저런 이유로 대형 교회를 고집하고 있는 현실이 한국 교회의 현주소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른바 ‘작은 교회’가 새로운 교회 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그냥 규모만 작은 교회가 아닌 ‘건강한 작은 교회’다. 하지만 건강한 작은 교회도 결국 대형 교회의 신화를 극복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생명평화마당 교회위원회가 지난 16일 저녁 명동 청어람에서 ‘대형 교회, 그 신화를 넘어서’를 주제로 정기포럼을 갖고, 대형 교회를 둘러싸고 있는 신화는 어떤 것이 있으며, 과연 신학적, 교회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지, 교회와 사회에 정말 유익한 것인지, 복음적인지 조명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발제자로 나선 연세대 명예교수 박영신 박사(예람교회 공동목사)는 “초대형 교회로 나아가고자 한 일종의 거대주의는 산업화와 함께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성장’이라는 세속 가치의 오름세와 긴밀하게 이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박 박사에 따르면 현재 ‘대형 교회’는 미어지도록 사람들이 모여드는 넓은 길이다. 경제 성장과 부의 증식 속에 세속의 욕망이 교회를 매혹시켰다. 모두다 교회 성장을 갈망하고, 모두가 교회의 자산 가치를 늘이고자 안간힘을 썼다. 교인이 많아져야 헌금도 많아지고, 대형 교회 애찬자들의 틀에 박힌 표현 그대로 한다면 ‘교회가 큰 일을 하려면 대형화돼야 한다’는 믿음이 교회를 뒤덮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교회 성장에 물음을 던지며 ‘작은 교회’를 추구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박 박사는 이들을 가리켜 ‘좁은 길을 걷는 자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작은 교회는 대형 교회와 구별되는 대안의 교회가 아닌 ‘본래’의 교회”라며 “대형 교회가 아니면 큰 일을 할 수 없다는 ‘대형 교회 이데올로기’에 맞서 하늘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만한 성장 체제 밑에서 업신여김을 당해 밀려난 변두리의 예언전통을 이어가고자 하는 체제저항 운동”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작은 교회를 추구하는 이들은 세속의 성장 욕망으로 얼룩지게 된 본래의 ‘말씀’을 분리해 오직 그 말씀에 헌신함으로써 대세라는 것에 굴하지 않고 다수라는데 무릎 꿇지 않은 사람들”이라며 “성장에 찌들어 왜곡되고 퇴색된 오늘날의 교회론과 신앙관을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작은 교회는 교회 안에 모이는 숫자와 교회의 외형이 근본에서는 전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교회 건물 안에 모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소속 교단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행정과 경영 조직체로서의 대형화를 거부하며, 민주적인 운영과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교회와 사회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펼치고 있다.

박 박사는 “작은 교회 사람은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섬세한 귀를 가졌기 때문에 당당하고 억세다”며 “하나님의 도구로 살아가기 때문에 하늘의 소리를 시민의 말로 바꾸어 사회 안에 증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메가처치 논박’의 저자 신광은 목사(열음터교회)도 “한국 교회는 ‘교회성장’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교회적 운동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무의미한 질주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시 성서적이고 보편적인 교회론과 씨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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