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초인플레이션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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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초인플레이션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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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4.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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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 이상덕 목사
세계경제를 주도하던 미국이 2008년 부동산 거품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부동산가격이 폭락하고 경기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하자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었다.

그래도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제는 양적완화 즉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고 대신 엄청난 규모의 달러를 직접 시장에 풀기 시작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통상적으로 쓰는 정책수단이 아니다. 중앙은행이 가장 싫어하는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수밖에 없는 비상수단이다. 일본의 아베정권도 집권에 성공하자 중앙은행 총재를 갈아치우면서까지 돈을 풀어재끼고 있다.

아베 정권이 임명한 신임 구로다 총재는 앞으로 2년 안에 통화량이 두 배가 될 때까지 무작정 돈을 풀겠다고 선언했다. 중앙은행 총재가 해서는 안 될 말을 서슴지 않고 떠벌리고 있다. 유로 존도 마찬가지다.

재정위기로 국가부도 위기까지 내 몰리고 있는 회원국들을 지원하느라 돈을 풀기가 바쁘다. 돈을 퍼부어서 침체 국면을 헤매던 경제가 살아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는데 그런 쉬운 방법이 있다면 어느 나라가 국민들을 고생시키겠는가! 돈을 풀고 난 다음에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후유증이 두렵기 때문에 양적완화라는 손쉬운 방법을 어지간해서는 쓰지 않는 것이다.

지금 세계적인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초래될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로 존에서 인플레이션이 촉발되기 시작하면 완충장치를 할 수 있는 나라가 없다. 인플레이션은 한 번 시작되면 물건을 미리 사두어야 되겠다는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부추겨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경제에 거품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그 거품으로 인해 경제는 또 다시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고통을 안겨다 준다. 특별히 물가가 올라 먹거리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 심한 고통이 따른다.

인플레이션 중에서도 가장 악성인 인플레이션을 초인플레이션이라 한다. 초인플레이션이 되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인플레이션이 가져다주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심각했던 초인플레이션은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에서 일어났다. 1921년 1월에 0.35 마르크 하던 신문 한 부 값이 그 다음 해 11월에는 2억 배가 오른 7,000만 마르크가 되었다. 신문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모든 물가가 다 그렇게 올랐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이 호프집에 가면 생맥주를 한꺼번에 여러 잔을 주문해 앞에 가져다놓고 마셨다고 한다. 술을 천천히 즐기며 마시는 독일 사람들의 습관을 생각하면 생맥주를 미리 시켜 앞에 가져다놓고 마신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그러나 초인플레이션 상태에 있던 당시에는 맥주 김빠지는 속도보다 맥주 값이 더 빨리 올랐기 때문에 아예 미리 사다놓고 마신 것이라 한다. 이지경이 되니 사람들은 돈만 생기면 물건을 사기에 바빴다. 직장인들이 봉급을 받으면 즉시 시장으로 달려간다. 조금만 동작이 느려도 원하는 물건이 바닥나거나 물건 값이 올라 돈이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휴지조각이 된 지폐는 벽지로 사용하거나 난로에 불을 붙일 때 불쏘시개로 사용하기도 했다 한다.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인플레이션은 가진 자들에게는 더 많이 가지도록 하고, 없는 사람들에게는 있는 것까지도 빼앗아 간다.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사회가 불안해 진다. 경제학자 프리드만은 인플레이션은 치명적인 질병이므로 제때에 치유하지 못해 악화되면 사회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케인즈도 사회기반을 뿌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가장 교묘하고도 확실한 방법은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유발시키는 것이라 했다. 지나온 역사를 돌이켜 보면 초인플레이션이 근대사에 가져다준 폐해가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와 독일에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그 결과 러시아에서는 공산혁명이 일어났고, 독일에서는 나치정권이 권력을 장악해 인류역사상 엄청난 변혁과 참상이 초래되었다.

경제는 큰 강물과 같이 흘러가는 것이다. 한 번 물줄기를 잘 못 잡아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면 갑자기 돌이키지를 못한다. 한국은행까지 윽박질러 돈을 풀다가 인플레이션이 초래되면 프리드만과 케인즈의 말이 실현될지도 모른다. 하나님은 가난한 자들의 신음을 외면하지 않으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궁핍한 자가 부르짖을 때에 건지며 도움이 없는 가난한 자도 건지며”(시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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