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위험성 있는 십자가 첨탑 관리에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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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위험성 있는 십자가 첨탑 관리에 나서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3.01.0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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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오는 6월까지 ‘첨탑 양성화 기간’ 자진신고 요청

붕괴 및 낙하 위험이 있는 교회 십자가 첨탑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접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미 경기도 안양시는 지난해부터 지역 기독교 단체들과 함께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교회 십자가 첨탑을 철거해 오고 있으며, 부천시도 지난 8일 교회 첨탑 붕괴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공작물 축조물로 신고하지 않은 첨탑에 대해 자진신고를 받기로 했다.

부천시는 지난 8일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교회 첨탑 양성화 기간’으로 정했다며, 6m가 넘는 첨탑을 세운 교회는 구청에 자진 신고를 해 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따라 부천 시내에 세워진 525개 교회 중 건물에 대한 신고는 했지만 교회 첨탑 신고는 하지 않은 교회들은 해당 기간 내 자진신고를 해야 할 전망이다. 물론 6m 이하의 첨탑은 신고하지 않아도 돼지만 안전하지 않을 경우에는 건물주가 스스로 보수, 보강의 안전 조치를 해야 한다.

신고는 공작물축조신고서와 안전도검사가 필요한 경우 건축사 등의 구조확인서를 첨부해 구청 건축과를 방문하면 된다. 양성화 기간 내 첨탑을 신고한 교회는 행정처분을 면제받을 수 있지만 신고하지 않은 첨탑에 대해선 50만 원 정도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며 이후 위법건축물대장에 등재된다. 위법건축물대장에 등재된 대상은 추후 각종 인허가 시 불이익을 받게 된다.

부천시 건축과 한 관계자는 “현장 조사결과 교회 첨탑 대부분이 함석판을 두른 형태여서 강한 바람에 견디기 어려운 구조가 많았다”며 “이번 조치는 교회 첨탑 현황 파악 및 안전관리를 통해 사고를 미리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회 첨탑은 건축법 상 ‘공작물’에 해당되기 때문에 설치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나 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안전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노후됐거나 지나치게 높은 첨탑은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부천 시내 교회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부천시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김채우 목사(성석교회)는 “지난해 부천에 위치한 2개 교회 십자가 첨탑이 도로로 쓰려지는 등 위험천만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던만큼 첨탑의 안정성 문제는 반드시 점검하거나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십자가 첨탑을 안전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개교회의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부천에는 1천300개 교회가 있는데, 이 중 1천개 정도가 임대 교회다. 임대 교회의 경우 건물주가 첨탑의 바닥 부분을 안전하게 고정하는 볼트를 박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첨탑의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천시가 십자가 첨탑의 안전을 위해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지역 교회를 상대로 한 공청회와 같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 부천시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교회 십자가 첨탑을 보수하거나 철거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여름 태풍 ‘볼라벤’과 ‘덴빈’에 의해 전국에 있는 교회의 십자가 첨탑 수십 개가 무너지면서 교회 안팎으로 첨탑의 안정성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당시 제주도 한 교회 십자가 첨탑이 쓰러지면서 전봇대를 덮쳐 인근 500여 가구의 전기가 끊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수원, 광주, 부천 등지에서도 십자가 첨탑이 붕괴되는 등 다행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십자가 첨탑을 철거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8월 2일 교회 첨탑 및 골프장 철탑, 광고판 등의 구조물의 내풍 설계 기준을 정비하고, 구조안전 확인 절차를 마련하는 등 안전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안양시는 교회별로 신청을 받아 십자가 첨탑 104개를 철거해오고 있다. 안양시는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시내 20여 개 십자가 첨탑이 쓰러지면서 안양시 시목회 및 기독교연합회에게 ‘도시경관 개선사업’을 제안하는 등 지역 교회와 수차례 협의를 해왔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는 첨탑 철거를 진행해오고 있다.

현재 안양시는 개교회 십자가 첨탑 철거를 돕기 위해 한 교회당 2백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해당 교회가 원할 경우 지역 환경에 적합하고 안전한 첨탑 모형을 제공하는 등 행정적으로 도와주는 등 지역 교회와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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