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전도에서 무엇을 강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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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전도에서 무엇을 강조할까?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2.11.29 17: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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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전도에 나선 한국교회, 복음의 본질 회복이 교회 갱신의 열쇠

많은 이들이 한국 교회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전도의 방법이다. 사람이 붐비는 명동 한복판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전도자, 지하철을 누비며 큰소리로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 모처럼 맞은 주말 아침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라며 단잠을 깨우는 전도자까지 전하는 이에게는 복음이지만 듣는 이에게는 소음인 전도가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개중에는 이런 방법들은 “이단들이 포교하는 전략”이라며 “정상적인 한국 교회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그저 똑같은 기독교인일 뿐이다. <편집자 주>

최근 모 교회는 ‘여자친구 있어? 소개팅 해볼래?’라는 문구와 함께 해당 교회 여자 청년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기재해 전도지를 제작, 배포했다. 전도지를 본 언론사들은 일제히 교회가 성 상품화에 나섰다며 맹렬한 비판을 가한바 있다.

다른 어떤 교회는 “교회에 등록하면 스테인리스 냄비, 헤어 드라이어, 여행용 가방 등 선물을 증정한다”는 전도지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물량전도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들을 전도하는 방법도 어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친구를 전도하면 전도자는 물론 전도된 친구에게까지 문화상품권을 증정하는 것. 문화상품권을 활용하면 영화를 볼 수도 있고, 책을 살 수도 있으며, 심지어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도 구입할 수 있다.

이런 문화상품권을 증정하는 교회들과 함께 최근 교회 중고등부에는 신조어도 생겼다. 일명 ‘문상사냥꾼’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여러 교회들을 돌며 문화상품권을 줄 때까지 교회에 출석하고 상품권을 받은 후 다른 교회로 다시 문화상품권 ‘사냥’을 나서는 청소년들을 비꼬는 말이다.

# 이단의 포교법
교회들의 전도가 이벤트, 물량공세로 본질을 잃어버리는 사이 이단들은 ‘복음’의 영역을 침투하고 있다. 오히려 교회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이단이 나서 메꿔주는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다.

한 이단 단체는 지하철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응해달라고 접근해 개인의 성향을 파악하고 개인정보까지 얻어내 포교에 나선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접어두고 오로지 설문조사로만 접근하기 때문에 별다른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설문에 응하고 나면 며칠 후 개인 휴대폰으로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인터넷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당당하게 언론사를 꾸려 이단을 옹호하는 발언을 일삼기도 하고, 심지어는 방송국까지 차려 이단 설교방송을 내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예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용하는 포교방법은 바로 ‘성경공부’다. 아이러니하게도 선물과 돈으로 물량전도에 나서는 한국 교회와는 달리 이단들은 말씀으로 전도에 나서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박형택 목사는 “먼저 이단들이 말씀으로 전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오해”라며 “이단들이 전하는 말씀은 하나님이 주신 진짜 말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은 성경을 짜깁기하고 자신들의 논리를 끼워 맞춰 포교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들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에 은밀한 곳에서 성경공부를 통해 사람들을 꼬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반 성도들은 성경공부에 갈급함을 느끼고 있고 그런 와중에 성경공부를 제안하는 이단들에게 쉽게 빠져드는 것이 사실.

박 목사는 “기존 교회에서 체계적 복음제시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 중 하나”라며 “말씀이 제대로 교육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이상한 느낌을 가져도 갈급함을 채우기 위해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도를 넘는 전도법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두 번째로 이단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바로 ‘인간관계’를 통한 포교법이다. ‘목사님, 교인들이 너무 친절해요’라는 도서에 따르면 교회에 ‘새 신자가 들어오는 이유의 75~90% 정도가 가까운 사람으로 인함’이며 교회를 떠나는 사람 중 약 47%도 ‘인간관계 문제로 인해 떠난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갈급한 것이 말씀 뿐만이 아니라 따뜻한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이단에 현혹됐다 다시 교회로 돌아온 한 성도는 “제 몸이 가장 힘들었을 때 한 사람이 다가와 도움을 줬다”며 “회사에 죽을 쒀 가져다주고, 집에서 밥상을 차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들의 교육까지 책임져 주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고 회상했다.

또한 “너무 잘해주다 보니 성경공부를 하자는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고, 조금 이상하다 싶은 부분이 감지됐을 때도 그의 친절 때문에 의심하기조차 미안했었다”고 덧붙였다. 성도들이 교회에서 목 말랐던 친절, 도움의 손길을 이단들은 포교의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박 목사는 이 문제의 원인에 대해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성도들의 교류가 줄어들었다. 교회가 작을수록 성도들이 가족 같이 지낼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도를 교회 성장의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 또한 문제”라며 “교회는 하나의 모임이며 성도들은 교회를 이루는 하나의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전도의 해답은 없나
최근 CBS기독교TV는 ‘한국교회를 살리자-신천지 OUT’이라는 사이트를 오픈해 신천지의 실태에 대해 고발하고, 미혹되지 않는 법을 교육하는 등 신천지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각 교회들도 교회 입구에 ‘신천지 출입금지’ 스티커나 포스터를 부착해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물론 이런 교육과 대책을 통한 자성도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본질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했을 때 이단의 침투는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한국 교회의 취약점인 체계적인 말씀 교육과 함께 가족 같은 인간관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신학대학교 하도균 교수는 “사람을 끌어오는 것이 전도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기독교의 도를 전하는 것이 전도”라며 “그 도는 예수의 복음을 전해 생명을 세우고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가 다시 본질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

하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 교회가 말씀과 복음을 잃고 성장주의에 빠져있다”며 “전도에는 어떤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에 의해 변화를 받은 사람들이 세상이 줄 수 없는 가치를 맛보고 진심으로 건네는 말 한마디가 진정한 전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교회가 회복해야 할 본질은 “주님의 영혼을 살리고 세우는 것이 목적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초대교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체험이 있었고,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은 건강한 성도들이 있었다”며 “성도들은 단지 그들이 경험한 예수에 대해 믿어보라고 이야기 했고, 그들의 단순한 권유로 로마제국이 변화했다”고 말했다.

전도에 어떤 방법이 따르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회복할 때 산재해 있는 문제들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이단들을 비판하고 비난하며 그들의 잘못을 꾸짖고, 기성 교회들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 교회가 사랑의 마음을 잃어 주변의 이웃들을 등한시 할 때 이단들은 그들에게 접근해 사랑과 친절이라는 가면을 쓰고 그들을 꼬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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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 2012-12-05 05:38:50
말씀으로 전도하는 것은 예수님과 예수님의 제자들이 전도하는 방법인데 그렇게 전도하는 것이 이단이라니 이해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