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기로에선 ‘여명학교’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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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기로에선 ‘여명학교’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2.11.16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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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부터 시작되는 중학교대안학교 증설에 따뜻한 관심 필요

▲ 22개 기독교 공동체가 설립한 여명학교는 현재 72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그 중 52명은 고등학교 과정을, 15명은 중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여명학교>

북한이탈주민 A군. 고등학생인 그는 방과 후 학원이나 도서실이 아닌 아르바이트 현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고된 일을 마친 후 새벽이 가까워진 시각 혼자 사는 원룸으로 돌아온다. 공부 대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생활비와 북한에 두고 온 가족 때문이다. 당장 혼자 살기에도 빠듯하지만 학업을 비롯해 여러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한다. 그런 A군은 기도로 지친 몸을 달랜다.

북한이탈청소년 대안학교에 다니는 B양의 하루는 오전 7시 학교에서 친구와 선생님을 위해 아침밥을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다른 두 친구와 함께 전교생 70여 명과 선생님 10명을 위해 아침밥을 만드는 B양. 제과제빵사가 꿈인 그는 받은 근로장학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국내 북한이탈주민 수는 2만 4천여 명. 그 중 취학 연령대나 북한이탈청소년 수는 2천700여 명이다. 이들이 국내 처음 들어와 겪게 되는 어려움은 단순한 언어ㆍ문화적 차이만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 이전을 동시에 경험한 이들은 남한의 같은 연령대가 겪지 못한 경험하고 있다. 보람과 희망을 찾아 상처와 아픔을 믿음 안에서 이겨내고 새로운 꿈을 키워가는 과정을 함께 하기위해 여명학교(교장:이흥훈 목사)를 찾았다.

# 같은 또래, 전혀 다른 현실
국내 입국한 북한이탈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은 크게 네 가지. 기본적으로 생각ㆍ문화ㆍ언어적 이질성을 포함해 고향 탈출과정에서 겪은 내재된 트라우마, 경제적 어려움, 학업문제 등이 있다.

국내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학교로 정식 인가를 받은 곳은 여명학교와 원불교재단에서 운영하는 한겨레학교가 대표적이다. 그 중 서울시 남산동 2가에 위치한 여명학교는 2004년 1월 남서울은혜교회를 중심으로 22개 교회 공동체가 연합해 세웠다. 현재 총 72명의 탈북청소년이 재학 중인 이곳은 52명이 고등학교과정을 수료하고 있고 중학생 15명이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다.

공부만으로도 빠듯한 시기지만 이들이 당면한 현실적 고민은 남한의 또래들과 사뭇 다르다.

이흥훈 교장은 “국내에서 스스로 생활을 책임지고 더러는 북한 가족도 걱정해야 할 경우도 적지 않다”며 “모두 상황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탈출 과정과 고향에서 생겨난 비슷한 아픔과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재학생 중 28명은 편모 가정에서 자라고 있고 16명은 무연고로 문화적 차이나 적응, 공부 이전에 당장 생활비를 걱정해야 되는 경우도 있었다. 90% 이상 기부로 운영되는 여명학교는 이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근로장학금 지급으로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학습과 회복, 선교와 교육을 병행하기에는 아직 많은 사랑이 더 필요한 입장이다. 여명학교 관계자는 그래서 교사는 교육뿐만 아니라 생활지도, 생활비 지원을 위한 프로젝트 기안 보고에도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 기부 교부금 문제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정식 탈북청소년학교로 인가된 한겨레학교는 국가로부터 일반교부금과 특별기부금이 같이 지원되지만 여명학교의 경우 특별기부금을 제외하면 부족한 상태. 여명학교 관계자는 외국인국제학교와 대안학교는 그 성격이 다름에도 똑같이 교부금법시행령법이 적용돼 여명학교는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로는 첫손가락에 꼽히는 이곳 예산은 현재 19개 교회 공동체에서 전체 예산의 25%를 지원하고, 개인 후원자 지원이 25%, 프로젝트 지원 등을 통해 충당되고 있어 현재 상황은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에게도 1인 3역을 요구하고 있다.

여명학교에서는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공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학생을 위해 사회생활 첫걸음, 열린사회통일한국 등 네 가지 교과서를 자체 제작해 학생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또한, 꾸준히 진행되어온 미술치료와 심리상담을 통해 고향과 국내 입국 이전 거쳤던 북송 및 인신매매 등과 같은 극적인 경험으로부터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로뎀나무센터 전문 상담사가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신앙을 통한 회복도 병행되고 있다. 부족한 공간 속에서도 교내 따로 마련된 기도실에서는 신앙을 통한 회복을 꾀하고 있다.

황희건 교사는 “이 아이들의 상처는 우리가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하며 “주님의 역사하심으로 회복과 성장이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련했다”고 전했다. 기도실을 따로 낸 것은 기도를 통한 회복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 하나의 민족, 세 가지 가능성
탈북청소년의 가능성에 대한 여명학교 입장은 어떨까.

여명학교 이흥훈 교장은 “약한 자를 들어 강하게 쓰시는 주님의 예비하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선에서 죽음을 경험한 친구들이 많은데 그 고난이 앞으로 삶을 이겨내는데 큰 힘이 될 것이고 한국과 통일한국사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매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 진학률도 높아 연세대, 한양대, 가톨릭대, 건국대 등에 합격생을 배출했다. 또 올해부터는 현실적인 면을 택한 학생을 위해 전문대 취학의 길도 열어가고 있다. 탈북학생의 경우 종합대학학비는 국가와 학교가 반씩 부담하는 형태로 운영해 왔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인천재능대, 여주대, 천안연안대 등 전문대와도 제휴가 이뤄져 입학의 문이 더욱 다양해지고 넓어진 것이다.

보다 체계적인 조기교육을 위해 여명학교는 대안중학교 증설과정을 내년 3월 목표로 추진 중이다. 대안중학교는 같은 건물 3층 공간에 마련될 예정이며 예산문제와 일부 인가문제를 제외하면 모든 조건은 갖춰진 상황이다.

황희건 교사는 “특별한 관심과 교육과정이 병행된다면 다가올 시대에 이만한 인재도 없다”며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다 경험한 이들이 다가올 통일한국 시대에 크게 쓰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한과 북한 그리고 탈북주민을 생각한다면 한 나라에 세 가능성을 품은 인재가 각각 동시에 성장하고 활약할 시대가 조만간 온다는 것이다. 그는 미래 통일한국에 있어 남한과 북한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이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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