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교회 함께 부를 공동찬송가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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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교회 함께 부를 공동찬송가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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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1.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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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박사 (장신대)

2012년 말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도권 교체의 시기이다. 국내 대선을 비롯해 미국ㆍ중국ㆍ일본의 지도층이 새롭게 등장하는 시기에 직면한 상황 속에서 통일전문가들의 한반도 정세변화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복음주의 목회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를 비롯해 한국기독교학회가 평화통일을 위한 한국 교회의 방향성을 모색했다. 이와 관련 몇 차례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의 주장을 요약해 싣는다. <편집자 주>

2012년 8월에 KBS에서 실시한 국민통일의식조사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의 73.8%가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고, 68.4%가 통일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거의 88.8%의 응답자가 통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기독교인들만 대상으로 조사를 했으면 아마도 그 비율이 더 높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교회가 북한선교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통일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크지만, 분단된 지 70년 가까이 지나면서 남한과 북한이 서로 너무나도 다른 사회로 변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서로의 실상과 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남북한 국민이 서로를 잘 모른 채 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통일은 불행일 수 있다.

북한선교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남한 교회에게도 그러한 대비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목회자, 신학자, 기독교교육학자들 뿐만 아니라 교회음악학자들도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 일반 음악학자들과 음악교육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북한의 음악과 음악교육을 연구하며 통일을 대비해 오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교회음악학자들 중에서는 남북한교회의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갖고 통일을 대비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어 보인다.

음악은 인종과 언어의 차이도 뛰어 넘어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힘이 있고, 예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런데 남북한의 음악은 언어 못지않게 서로 많이 다르다. 사회주의의 북한과 자본주의의 남한은 음악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음악의 기능, 음악의 창작과 보급 방식, 음악 양식, 가사의 주제, 심지어 발성법도 서로 다르다.

이 차이가 굳어지고 심화되기 전에 북한사회와 교회의 노래를 이해하고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발굴하고 창작하고 함께 위한 노력을 남한 교회가, 특히 교회음악학자들이 지금부터라도 시도해야 한다. 음악은 감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슴과 가슴을 연결시켜 주는 힘이 있다. 함께 노래할 수 있다면 정서적으로 이미 하나가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교회에서 사용하는 찬송가뿐만 아니라 지하 교회에서 부르는 노래와, 모든 북한음악의 창작과 보급의 지침이 되는 음악론과 북한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노래 등 여러 부분에 대한 다각적이고 통합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때에야 보다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실천 방안을 제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사료된다. 남북한교회가 함께 부를 노래를 위해 남한 교회가 북한 교회와 우선적으로 협력하고 추진해야 할 일이 공동찬송가를 발간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통일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시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다행히 현재 남북한 교회의 찬송가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노래가 많다. 북한찬송가의 400곡 중 283곡, 전체의 약 70%가 21세기 찬송가에도 수록되어 있다. 공동찬송가를 만들 때 이 노래들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남북한교회의 공동찬송가 편찬위원들이 협의하여 가사를 통일할 수 있다. 서로 많이 달라진 남북한의 언어를 통일하는 일이 그 전에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데, 다행히도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이 2005년에 시작된 이래 2013년 발간을 목표로 남북한의 국어학자들이 계속해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한교회의 찬송가에 공통적으로 수록된 곡들 외에 공동찬송가에 포함되어야할 곡들이 많이 있다. 외국의 좋은 곡들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인의 창작곡이 많이 수록되어야 한다. 통일 후에도 남북한이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안정적으로 통합을 성취하는 데 2-3세대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 국민이 가장 쉽고 깊게 정서적으로 통합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음악이다. 교회에서도 음악이 그런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함께 부를 노래를 찾아내고 창작하고 보급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한다. 남북한의 음악문화가 서로 많이 다르기에 더욱 시급하다. 교회에서도 이러한 작업이 꼭 필요하다. 탈북자가 중심이 되어 개척된 교회가 남한에 이미 여럿 있다. 앞으로 남북한교회가 더욱 협력하고 잘 대비하여, 통일 후에 전국 방방곡곡에서 남북한의 교인들이 함께 노래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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