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문화선교 ‘전문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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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화선교 ‘전문성’이 필요하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2.10.1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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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를 찾아서 ④ 삼청감리교회 카페 ‘앤’, 독일황실 원두로 차별화 성공

▲ 서울 삼청감리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 ‘앤’은 100여 개나 되는 지역 카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한국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3천7백만 잔. 소통과 대화의 장으로 자리 잡은 카페가 교회 안에 자리 잡은 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오늘날 교회 내 카페의 종류는 교회에서 자체 운영하는 경우, 외부 프랜차이즈에 맡기는 경우, 자체 브랜드화하는 경우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교회 카페, 부족한 점은 없을까.

많은 카페 전문가들은 교회 카페의 부족한 점으로 ‘전문성’을 지적한다. 교회카페의 경우 전문커피업체와 복지 차원에서 운영되는 카페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어 그 성격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강남구청이 지난 4월부터 두 달여간 ‘비과세 대상 부동산 이용실태 감사’를 통해 교회 카페를 포함해 기독교 기관 10여 곳을 대상으로 5억여 원을 추징한 일은 지역사회 내 위치한 교회 카페 성격의 모호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역사회에 녹아든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은 교회카페.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교회카페에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 100분의 1의 확률, 카페 ‘앤’
갤러리를 포함해 음식점과 카페 등 많은 가게가 들어선 서울 삼청동. 그곳에 가면 100년 역사를 간직한 서울삼청감리교회(문희수 목사)에서 운영하는 문화선교센터 카페 ‘앤’을 만날 수 있다. 7년 전 문희수 목사는 사택에서 교회 뒤로 이어지는 담을 허물고 지하 주차장에 카페 앤을 세웠다. 그 출발점은 교회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문 목사의 역발상에서 시작됐다.

“카페 ‘앤’은 히브리어로 샘물이라는 뜻으로 이곳에서 누구나 쉼을 얻고 영혼의 안식을 얻길 바라는 뜻에서 지었습니다.”

지역사회를 향해 개방과 소통을 목적으로 한 문화선교센터 카페 앤이 다른 교회카페와 차별화된 점은 전문성. 카페 ‘앤’은 이를 위해 독일 황실에서 3백 년 간 8대째 전승되어 온 ‘달마이어’원두를 쓰고 있다. 달마이어를 원두로 하는 블랜딩 커피는 조선호텔을 비롯해 주로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며 품질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 맛은 신맛과 쓴맛의 조화가 적절해 맛이 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 다른 차별화된 점은 좋은 원두를 다루는 직원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메뉴도 다양화해 바리스타는 에스프레소를 비롯해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푸치노뿐만 아니라 콘파냐, 그린티프라페, 모카프라페, 그린티라떼, 과일주스 등에 이르기까지 같이 다양한 커피와 음료를 만들어낸다.

“교회 카페도 전문성이 부족하면 사람들이 오지 않아요. 그래서 카페 ‘앤’은 정식 영업허가증을 낸 전문 카페입니다. 바리스타는 4대보험이 적용되는 정직원으로 전문자격증을 가진 신자분이 함께하고 있죠.”

덕분에 7년 전 삼청동에 카페가 10여 개였을 때 시작한 카페 ‘앤’은 그 수가 100여 개로 늘어난 지금까지도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남아 주민과 함께하고 있다.

▲ 어린이도서관으로 시작한 교회도서관 ‘꿈과 쉼’은 45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지역 내 도서관이다.

# 어린이 도서관 '꿈과 쉼'

그렇다면 북카페로 운영되는 카페 ‘앤’의 수익금은 어디로 이어질까. 7년간 차곡차곡 쌓인 수익금은 그대로 교회 내 장서 1만 1천 권을 보유한 어린이 도서관 ‘꿈과 쉼’을 만들어 내는데 쓰였다. 3번의 확장을 통해 교회 내 어린이 도서관으로 자리 잡은 ‘꿈과 쉼’은 매일 30여 명의 어린이가 방문하는 장소로 교회 꿈나무를 키워내는 산실 역할도 감당했다. 지금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그 역할을 변화해가고 있다. 보유서적 비율은 현재 20권 중 한 권이 신앙 서적일 경우로 일반서적이 더 많다.
지역 주민 누구나 책을 대여할 수 있고 거부감 없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또한 신간은 도서회원 요청 희망서적과 아동작가 및 담임목사 추천을 통해 매주 40여 권을 구입하고 있다.

“열린 공간을 주민에게 선사하고 공동으로 누려 지역주민이 교회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돕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또 다행히 그 가운데 하나님을 알아가는 사람이 한 가정 두 가정씩 늘어갔습니다. 꼭 우리 교인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죠. 하나님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일은 참 좋은 일이니까요.”

지역 내 문화 공간인 ‘꿈과 쉼’ 도서관 회원은 현재 450여 명에 이른다. 회원 가입비율은 신자와 일반인의 경우 4대 6 정도. 도서관은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언제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책은 서적 양이 많아 분류번호가 900번까지 이르며 신앙 서적은 물론 사회 문화 여행 예술 경제 자기개발서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 긍정적 문화선교 전파 효과
교회 변화의 시작은 최근 환경적 요소로도 이어졌다. 도서관 내 나무 가구 칠의 경우 어린이 아토피 및 건강을 고려해 친환경적 물질로 처리됐고 최근에는 도서관 내 모든 전등을 LED 등으로 교체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삼청감리교회는 예배당 전체 전등 중 절반 정도를 최근 LED로 교체해 문화선교가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북카페로 운영되는 카페 ‘앤’의 인테리어나 소품도 문 목사가 인사동에서 직접 산 작품이다. 문화선교 내 전문성을 살린 삼청감리교회 쉼터에는 지역 주민 가정이 들려 도시락을 함께 먹고 가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교회 카페는 직접 선교는 아니라도 간접선교의 가교 역할을 하는 곳이죠. 열린 공간으로 교회를 개방하면 교회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자연스럽게 주님을 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역 주민 누구나 와서 책을 읽고, 주말에는 자녀와 함께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삼청교회는 지역사회 안에 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교회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전문 바리스타와 원두의 차별화는 삼청감리교회가 교회카페 7년의 경험 속에서 찾아낸 카페 ‘앤’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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