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신용으로 등급화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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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신용으로 등급화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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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10.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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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경제의 침체 등으로 세계경제가 불황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세계적인 신용평가 회사들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올렸다.

신용등급을 올린 이유는 우리나라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 가운데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부채가 가장 적을 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도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건전하며, 북한의 권력세습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고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확대하고 있어 체제 붕괴의 위험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국가 신용등급 상승은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높여 정부와 기업이 해외에서 돈을 빌릴 때 종전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채권에 대한 인기가 계속 올라가면서 채권을 매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이번의 국가신용등급의 상승으로 우리나라 채권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이에 따라 금리도 더 낮출 수 있게 되었다.

국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외화표시채권 규모가 대략 2,700억 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이번의 국가신용등급의 상승으로 적게는 3억 달러 많게는 4억 달러 가량의 이자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국가신용등급이 올랐다고 해서 우리 경제의 앞날에 탄탄대로가 열리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데 따른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경제상황은 만만치 않다. 가계 부채가 1,000조원에 달할 정도로 위험수위에 도달하였고 공기업 부채가 390조원으로 위기의 뇌관(雷管)을 안고 있다. 거기다 IMF사태와 카드사태를 겪으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심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6백만 명 이상의 신용불량자들이 생겼다. 신용불량자들은 경제활동을 하는데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는다.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나려면 금융기관의 빚을 모두 갚아야 하는데 경제적인 기반이 무너져버린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나기란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운 일이다.

정부에서는 정책의 실패로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되자 용어 사용에 부담을 느꼈는지 2005년 5월부터 신용불량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대신 개인별로 1등급에서 10등급까지 신용등급을 매겨 관리하도록 했다. 금융기관의 신용관리 방법을 바꿔도 신용불량자들의 신용등급은 여전히 경제적인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는 신용등급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여전히 그들은 경제적인 면에서 불구자들로써 금융을 이용할 수 없으며 따라서 빈곤층의 대열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득수준이 낮거나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인 사람들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이용할 수 없는 금융소외계층이다. 이 계층의 사람들은 자금력이 열악하기 때문에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영원한 열등아들이다. 이런 계층의 사람들이 늘어나면 사회적인 불안요인이 증폭될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에서는 궁여지책으로 미소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대출과 같은 금융소외자들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미소금융은 2009년 12월 정부 주도로 시작되었으며 지원대상은 개인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들로 무담보·무보증으로 소액의 사업자금을 빌릴 수 있다. 햇살론은 2010년 10월부터 도입되었으며 대출 대상은 신용등급이 6등급이하거나 연소득이 2천만 원 이하인 사람들이며 10% 대의 저금리로 2천만 원 한도 내에서 사업자금이나 긴급생계자금을 빌릴 수 있다.

새희망홀씨대출은 2010년 11월부터 출시되었으며 대출 대상은 신용등급이 5등급 이하거나 연소득이 3천만 원이하인 사람들이며 생계자금으로 2천만 원 한도 내에서 빌릴 수 있다. 그러나 금융소외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서민금융도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신용불량자들에게는 이용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그런데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20대 청년들이 빚더미에 앉아 신용불량자들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 청년들이 빌린 총대출금이 8조원을 넘어섰고 이 중에서 상환기일이 지났으면서도 갚지 못한 금액이 7조원 가까이 되며 이에 따라 신용불량자가 된 청년들이 2만 명에 이르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된 청년들의 대부분이 학자금과 생계를 위해 돈을 빌린 것을 보면 가난한 집안의 자녀들인 것이 분명하다.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는 청년들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경제적인 노예로 평생을 살아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모두가 일어나 저들을 도와야 할 때다. “일어나 우리를 도우소서 주의 인자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구원하소서”(시 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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