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편안히 찾을 수 있는 ‘도서관’으로 새로운 선교 모델 개척
상태바
누구나 편안히 찾을 수 있는 ‘도서관’으로 새로운 선교 모델 개척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2.10.10 1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를 찾아서 ③ 평일 도서관ㆍ교회당으로 변하는 호모북커스

▲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호모북커스는 지역사회에 녹아든 도서관교회의 한 형태를 보여준다.

최근 도심 한 가운데 지역사회에 녹아든 교회가 하나씩 등장하고 있다. 특히 개척 교회 위주로 지역과 어울리게 선교의 영역을 넓히는 것은 주목해야할 점. 도서관이나 공연장ㆍ카페ㆍ레스토랑 등의 외형을 갖춘 교회도 하나씩 등장하고 있다.

이들 교회는 지역사회에서 평일에는 도서관이나 카페 레스토랑으로 활용되다가 주말에는 예배당으로서 복음 전파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그 중 평일에는 도서관으로, 주말에는 교회당으로 활용되는 곳이 있다.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호모북커스(김성수 목사). 지난해 5월 대학로에 문을 연 이 교회는 남서울은혜교회와 잠실 새한교회, 강북 삼덕교회를 거치며 9년간 청년부와 대학부를 이끈 김성수 목사가 복음에 대한 꿈을 담은 곳이다.

“기존의 한국 교회의 한계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큰 해답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성도가 몇 명이 되던지 그 안에서 사역을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평일에는 주민들이 와서 소통하고 책을 읽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공간으로 사역의 방향을 잡게 되었죠.”

김 목사가 보유한 4천권의 책에서 시작한 호모북커스는 누구나 이용 가능하고 회원 가입 후 정기 대출이 가능하다. 현재 고정적으로 가입해 방문하는 주민이 30여 명을 포함해 매주 평균 70여 명의 지역주민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절반은 일반서적이고 남은 반은 신앙서적으로 채워진 도서관 교회 호모북커스는 신간이나 구간을 선별해서 구입하고 있다.

호모북커스의 착안은 지역사회 내 부족한 도서관 수도 한 원인이 됐다. 선진국에 비해 마을에 턱없이 모자란 도서관 수. 김 목사는 동네마다 필요한 도서관 역할을 지역 교회에서 일정량 감당한다면 사회에서 교회가 또 다른 문화를 창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책 읽는 사람들’이란 뜻을 가진 호모북커스가 보유한 서적은 정치ㆍ경제ㆍ문화ㆍ인문학ㆍ역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기존 교회도 평일에 교회 활용방안을 창의적으로 강구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생각됩니다. 공공도서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 적입니다. 서양에는 지역마다 작지만 유명한 서점이나 도서관이 있는데 교회가 정신문화를 가꿀 수 있는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 목사에게 있어서도 그 시작은 쉽지 않았다. 장소를 정하기 위해 서울 곳곳을 안 다녀 본 곳이 없을 만큼 발품도 팔아봤다. 그렇게 영리부문을 배제하고 시작한 사역은 월세 한 달 치만 손에 쥔 상황에서 이뤄졌다.

“오시는 분께 여기가 교회라거나 제가 목회자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교제를 통해 믿음을 쌓는 방법을 택했죠. 단기간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호모북커스의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정기적 책읽기 모임 ‘책길 삶길’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부터 시작한 이 모임은 주민 18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는 2주에 한 번씩 모여 읽은 책에 대해 토의한다.

특히 교인 위주로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책읽기 모임에서는 신앙서적을 읽고 자신의 고민이나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도 만들어가고 있다. 책에 대한 정보는 카페나 페이스북을 통해 전하고 있다. 초등학생을 위한 모임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을 책을 선정해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모이는 경우다.

“취미로의 독서를 통해 누구나 와서 책을 읽고, 자주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친밀해집니다. 도서관 교회는 그 가운데 해답을 찾고 치유나 회복을 함께 찾는 과정을 함께한다고 봅니다. 정기적인 이런 과정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는 열매도 맺을 수 할 수 있겠죠.”

김 목사는 이런 사역의 방향을 규모의 논리를 배제한 채 내실화하고 싶다는 뜻도 같이 밝혔다. 규모가 늘어나면 소통과 교제에 한계점이 있는 만큼 작은 교회를 추구하는 그는 내실화를 위해 교인 수가 많아지면 교회를 나눌 수도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참여하는 교인 중 미술가와 뮤지컬 배우가 있는 만큼 기존의 복음전파와는 다른 과정을 겪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다양한 관점과 시행착오는 오늘날 한국 교회가 처한 상황을 감안할 때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기독교의 특별한 폭발적 성장은 한동안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정체나 줄어드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는데 좀 더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초기 고급 정신문화의 산실이었던 교회가 이제는 변방으로 물러난 지금 김 목사는 세상의 가장 밀도 있는 고민이 기도로 이어지는 장소가 호모북커스이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복음전파를 위한 패러다임의 다변화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