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37% ‘관계 문제’로 교회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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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37% ‘관계 문제’로 교회 떠난다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2.09.1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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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청년이 없다. 그 이유는?

많은 청년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뜨거웠던 신앙은 금세 식어버리고 다들 어디론가 발걸음을 돌린다. 이러한 사태는 이미 교회 내에서도 ‘문제’로 규정된 것.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또한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교회의 미래를 봤을 때 청년들의 교회 이탈은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문화사역을 해야 한다, 큰 관심을 쏟아야 한다, 목장모임을 가져야 한다’ 등 각종 대안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회 내 청년들의 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가고 있다. 청년이 많은 듯 보이는 대형교회. 그 곳의 사역자 또한 “대형교회도 청년이 줄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대안의 시급성에 대해 우려했다. 이 시대의 청년들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교회를 떠나는 것일까?

# 교회에 사랑이 없다
본지는 교회에 출석하는 대학생 114명을 대상으로 ‘한국 교회 청년들이 떠나는 이유’에 대한 주관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청년 이탈의 이유로 지목한 것은 바로 ‘관계의 문제’(42명). 세상의 유혹(26명), 신앙생활 강요(십일조, 주일성수, 금주금연 등 21명), 과중한 사역(11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은 청년들이 문제로 지목한 ‘관계의 문제’는 △세상과 다를 바 없는 교회 청년들의 모습에 실망 △참된 위로를 받지 못해서 △새로운 사람에 대한 방치 △청년부 안에서의 의견 다툼 △교회 어른들과의 충돌 등이 제시됐다. 적은 숫자였지만 담임목사와의 갈등(7명) 또한 교회를 떠나는 이유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한 학생은 “교회 청년부 모임에 참여하면 자신의 모습과 조금만 달라도 서로 헐뜯고 험담을 한다. 하지만 교회는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며 “교회에 사랑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양주 든든한교회 강석보 목사는 교회 어른들이 본을 보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회의 목사와 장로들의 분쟁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어른들이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며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랑을 배우겠는가. 이제는 교회의 어른들이 욕심을 내려놓고 사랑을 실천할 때” 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많은 숫자를 차지했던 부분은 ‘세상의 유혹’. 이에 대해 백석대학교회 청년대학부 담당 최규명 목사는 “세상에서 즐길 거리가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청년들에게 있어 ‘개척자 정신’이 결여된 것이 큰 문제”라며 “기다림을 참지 못하는 성급한 요즘 청년들에게 오랜 시간 쌓여가는 신앙생활이 힘든 것은 당연하다. 이런 청년들이 계속 이탈하게 되면 교회는 미래가 없다. 이들에게 진심어린 사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작은 교회 청년들
작은 교회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청년 선교는커녕, 있는 청년들을 붙잡아둘 방법도 없다.

29세 박 모 청년. 직장을 다니는 그는 주말이 돼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토요일과 주일, 교회에서 맡은 사역이 많은 이유에서다. 심지어 평일에도 직장 일을 끝마치고 바로 교회로 향한다. 수요예배 찬양인도 또한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가 교회에서 맡은 사역은 청년부 임원, 성가대, 교사, 수요예배 찬양인도자까지 총 네 가지. 이런 그를 교회에선 ‘만능엔터테이너’라고 부른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청년이 10명 넘게 있던 이 교회에는 현재 다섯 명의 청년만 남았다. 그 중에서도 두 명은 얼굴 보기가 힘들다. 교회의 많은 사역들이 청년을 필요로 하지만 일꾼이 부족하다보니 그가 많은 것을 맡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예배에 지장이 생기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을 희생하고 있었다.
과중한 사역 때문에 교회를 떠난다고 대답한 학생들도 11명이었다. 설문의 다른 질문과 연관지어 봤을 때 대부분의 청년들이 미자립교회 또는 개척교회의 청년들이었다.

분당우리교회 청년부 담당 조영민 목사는 “우리 교회로 교회를 옮기는 청년 중 과중한 사역에 지쳐 오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며 “사역을 위해 버티고 버티다 오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특히 청년들이 관계문제와 사역의 과중으로 교회를 떠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멘토링’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청년들이라면 스스로 신앙생활을 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그들이 진정한 그리스도의 제자로 정착할 때까지 일대일 양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청년사역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작은 교회에 출석하던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에 대해 분당우리교회 조영민 목사는 “작은 교회에 맞는 적절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청년들은 사역의 도구가 아니라 양육과 보호의 대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작은 교회의 장점을 살려 깊이 있는 가르침을 이어간다면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자립교회에 출석하는 청년들은 대형교회에서 체계적인 양육을 받는 청년들에 대해 동경과 부러움은 물론 심할 경우 피해의식까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은 과중한 사역 때문에 잠깐의 쉼도 허락되지 않는데, 대형교회의 청년들은 웃고 즐기며 행복한 신앙생활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설문에 나선 학생들은 △미자립교회로 청년 파송 △청년들을 붙잡아 줄 믿음 좋은 지도자 양성과 보급 △청년대상 프로그램 개발 △대형교회와 미자립교회의 자매결연 △젊은 사역자를 통한 청년 선교 강화와 청년들의 여론 수렴 등의 대안을 내놨다.

설문에 참여한 백석대 최 모 학생은 “대한민국 청년 크리스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도”라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크고 작음을 떠나 하나님 안에서 서로 도우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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