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효성칼럼] 경계를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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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성칼럼] 경계를 넘다
  • 방효성
  • 승인 2012.08.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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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성의 성지를 찾아서 (8)

작년 스위스에서 있었던 국제 아트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퍼포먼스중 하나를 소개한다. 행위자는 면도용 거품비누를 꺼내들고 얼굴에 바르기 시작한다. 얼굴전체가 하얗게 변했다. 다음 면도기를 꺼내어 면도를 하기 시작한다. 코밑 까지 깨끗이 면도를 마쳤다.

다음에 행위자는 여성용 립스틱을 가지고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한다. 빨간색 립스틱을 화장하듯 입술에 곱게 바른다. 입술의 윤곽이 선명히 들어난다. 여성들이 입술의 모양을 또렷하게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순간 행위자는 립스틱이 입술을 벗어나 코밑 언저리와 턱과 뺨으로 칠해지고 있다.

▲ 방효성 작가가 지난해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아트심포지움에서 '경계를 넘다"를 주제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관객들이 다소 의아해 하는 가운데 면도를 한 얼굴의 아랫부분이 모두 립스틱으로 빨갛게 칠해졌다. 금방 선명한 입술이 얼굴전체로 칠해지면서 추한 모습으로 변했다. 행위자는 마스크를 쓰고 그 위에 본래의 입술모양을 그리면서 퍼포먼스를 마쳤다.

얼굴은 눈과 코와 입 눈썹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저마다 분명한 경계와 자리가 있다. 면도하는 자리와 립스틱을 칠하는 자리가 있다.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벗어났을 때 순간 추해지는 모습을 얼굴을 이용하여 보여주었다.

우리들이 쉽게 쓰는 말이 있다.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됩시다’, ‘우리는 하나’, ‘너와 나의 막힌 담을 헐고’, ‘경계를 허물고’ 이러한 식의 말이 우리 시대의 트랜드가 되었다. 유행처럼 번지는 말들 속에 교회에서는 ‘열린 예배’가 생겨나고, 정치권에서도 이런 수식어를 볼 수 있다. 소통부재의 시대에 소통의 의미를 강조하다보니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편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담, 울타리, 경계 등의 말이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반대로 오픈마인드라는 말이 이상적으로 들린다.

이러한 낭만적 말 속에 불편한 진실이 있다. 집집마다 울타리와 담이 있다. 지역마다 경계를 두어 관리하고 나라와 나라에는 국경이 있다.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것을 지키며 남의 것을 인정한다. 내 것이 소중하듯 남의 것도 소중하다. 이것은 물리적인 것만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 이념까지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다. 서로의 생각과 마음과 이념을 강요받지 않을 자유가 있는 것이다.

있어야 할 자리와 지켜주어야 할 자리 그리고 자리를 벗어났을 때에 추한 모습을 퍼포먼스에 담았다. 자기의 땅과 남의 땅. 자기의 것과 남의 것은 지켜지고 지켜져야 한다. 모든 이해관계를 접고 하나가 되자고 하는 발상은 더욱 위험한 것이리라. 이웃과도 담이 있어야 내 것을 지키고 이웃의 것을 지키는 편안한 경계가 된다.

요즘 독도문제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 하다. 이유야 어떻든 한 나라의 영토인 독도를 자꾸 언급하며 주장하니 진실이 왜곡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것 남의 자리. 자기 것과 자기 자리를 지키는 일이 생각보다 그리 쉽지는 않은 세상이다. 있어야 할 곳을 벗어난 생각과 정신까지 자기 자리를 떠난 립스틱의 흔적들처럼 추하지 않을까.

요즘 크리스천들은 있는 자리는 어떠한가. 하나님의 자녀로 있어야 할 곳에 있는가. 세상과 구별된 삶이란 또 하나의 경계다. 우리가 넘지 말아야할 경계가 있다. 지켜야할 경계가 있다. 우리의 자리는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자리에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 고전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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