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마을이 색을 입고, 빈민촌 아이들에겐 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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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마을이 색을 입고, 빈민촌 아이들에겐 꿈이 생겼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08.23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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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예술대 사랑봉사단 남아동 컬리쳐 지역 비전트립

가난과 에이즈로 버려진 마을에 집짓고 페인트칠 하며 ‘구슬땀’

지구 반대편, 멀고먼 나라 남아공에 예쁜 집들이 세워졌다. 백석예술대학교 사랑봉사단이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와 집짓기에 팔을 걷어붙였고, 고운 색색의 페인트로 아름답게 장식했다.

지난 2일 한국을 출발한 학생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컬리쳐 빈민지역을 방문했다. 이곳은 남아공 최대의 빈민지역이자 에이즈 감염자 집단 거주지로 정부에서조차 방치한 곳이다.

조명희 교수를 단장으로 정성수 교수와 학생 14명이 참여한 남아공 사랑봉사단은 스스로에게 단 하루의 쉼도 허락하지 않았다. 긴 여행과 시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사단법인 나누리건강가정세우기운동에서 남아공에 세운 50여 채의 집에 페인트를 칠하며 보수작업을 진행했다.

서툰 페인트칠이었지만 빈민가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아름다운 그림들로 장식했다. 탁아소 2곳 페인트 작업과 집짓기에도 참여한 백석예술대 학생들은 그야말로 구슬땀을 흘리며 자신들의 사랑과 열정을 쏟아 부었다. 마을은 순식간에 잿빛 도시를 빠져 나와 생기 넘치는 빛의 마을로 변했다. 그 변화만으로도 살아갈 희망을 얻게 한 기적같은 순간이었다.

백석예술대가 남아공으로 시선을 돌린 것은 사랑을 필요로 하는 보다 절실한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올해 몽골과 하얼빈, 태국으로 각각 음악교육사역을 떠났던 백석예술대 비전트립팀은 국내 땅끝마을 섬 목회현장 지원에 이어 지구 반대 먼 나라 남아공 빈민들의 삶에 눈을 돌렸다.

나누리가 진행하는 집짓기 운동에 동참하게 된 봉사단 학생들은 전혀 낯설어 하거나 거부감 없이 남아공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백석선교센터 소장 조명희 교수는 “컬리쳐 지역은 주소지도 없는 버려진 땅이었다”며 “제대로 씻지 못해 불결한 모습을 한 아이들을 처음 접했지만 봉사단 학생들에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불결하고, 혹여 에이즈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수 있지만 봉사단 학생들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빈민가 아이들을 안아주고 그들의 손을 잡고 놀아주었다. 조 교수는 “편견 없이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그리스도의 마음을 보았고, 학생들이 하나님의 일에 동역할 수 있도록 이미 준비되어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도심에서 30킬로 정도 떨어져 있는 컬리쳐 지역은 가장 가난한 마을로 현지인들도 들어가기 꺼리는 지역이다. 지역 아동들은 2~12세로 부모를 잃고 이곳에 모인 고아들이 대부분이다. 남아공 빈민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에이즈 감염으로 강간과 매춘을 통해 감염되고 그들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이 에이즈에 감염된 채 세상에 나오면서 고통이 되물림 되는 아픔을 안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인섭 선교사는 빈민가 아이들의 결연과 학교 건립, 보건시설 마련 등에 힘쓰고 있었다. 15년 간 일간지 기자로 생활하다가 근육소멸증이라는 희귀병을 얻은 후 하나님께 기도하며 치유를 체험한 한 선교사는 이후 남은 인생을 하나님께 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3년 전 남아공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고 선교사로 들어갔다.

아프리카 지역이지만 서구 자본과 문화가 들어온 남아공은 백인 중심의 사회가 구성된 반면, 흑인들은 실업률과 가난, 질병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컬리쳐 지역에는 80만 명의 빈민이 거주하며 이곳 아이들은 교육과 의료의 혜택에서도 소외되어 있다. 때문에 한 선교사는 한 달에 35000원 결연으로 생활비와 기초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의 노력으로 이미 147명이 후원자를 만났지만 아직 100여 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가난 속에서 배움의 기회를 잃어가고 있다.

백석 사랑봉사단을 맞이한 한 선교사는 “서툰 페인트칠이지만 사랑과 정성이 느껴졌다”며 “한국에서 온 봉사단의 손길에 의해 아름답게 변해가는 집과 탁아소를 보면서 이곳 주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봉사에 참여한 외국어학부 조보금 양은 “에이즈 환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고 치안문제가 있다고 해서 두려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사랑에 목마른 아이들을 보면서 닫힌 마음이 열렸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매일 사역을 하면서 아이들을 만났고 그들에게서 꿈과 희망을 발견했다. 조 양은 “아이들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을 들었고, 지금까지도 눈에 아른거린다”며 “먼 아프리카까지 보내신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해 기도하고, 영어 전공자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주님의 계획에 동참하고 싶다”고 비전을 밝혔다.

짧은 시간 이웃을 만나는 비전트립이지만 현지인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참가한 봉사단 학생들에게는 사랑과 비전이 심어지는 소중한 사역이 아닐 수 없었다.

한인섭 선교사는 “빈민가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자리 창출과 에이즈 확산을 막아줄 보건 시설, 성교육 프로그램의 도입 등을 통해 새로운 삶을 선사하는 사역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명희 교수 역시 “컬리쳐 지역에 학교 등 시설이 건립되면 우리가 도와줄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며 “학교 측의 배려로 먼 곳까지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할 무궁무진한 봉사 자원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남아공 사역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며 이웃을 위해 아파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학생들을 통해 희망을 보았다고 강조했다.

기도로 준비하고 말씀으로 무장한 백석 사랑봉사단의 성숙한 믿음은 남아공에서 실천으로 이어졌다. 아직 여운이 남아 있는 백석예술대 남아공 봉사단은 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채색 마을에 그리스도의 빛을 심어 놓고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린 그림이 남아공 빈곤층 아이들에게 ‘꿈과 소망’으로 열매 맺길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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