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공감대는 법정분쟁조정 위해 수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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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공감대는 법정분쟁조정 위해 수용 가능하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2.07.1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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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대법관 후보 종교편향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 종교편향과 관련 지난 2010년 5월 대구에서는 팔공산 불교테마공원 조성 1200억 원 지원 반대를 위한 목사 장로 기도회가 열린 바 있다.
종교편향 문제로 화두에 오른 김신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가 지난 12일 열렸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종교편향과 관련해 논란이 된 사항은 재판의 중재ㆍ판결 부문과 외부발언 내용 등이다.

논란은 지난 8일 대법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최재천 의원이 김신 대법관 후보를 상대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본격화됐다. 교계 단체는 이에 대해 반대성명을 내고 사안에 섞여 있는 정치적 요소와 종교적 요소를 구분해 문제가 종교편향으로 확대해석되질 않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그러면 종교편향의 흐름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 종교편향 논쟁의 흐름
종교편향에 대한 문제는 지난 2004년 50여 불교 단체로 구성된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당시 이명박 시장의 서울시 봉헌 발언에 대해 긴급성명을 발표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반대의 불길은 지난 2008년 8월에 서울시 시청에서 열린 정부의 종교차별에 반대한 범불교도대회에서 다시 나타났다. 조계종을 포함한 불교계 27개 종단이 참여한 이 대회에 참여한 승려와 신자 수는 경찰 추산 총6만 명이었다.

이후 지난 2010년 12월에는 황우여 의원이 기독법조인 모임 애중회에서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기를 바란다’는 발언으로 정치권과 불교계의 사퇴 요구가 다시 이어졌다.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김신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불교계와 정계, 그리고 기독교계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 불교계와 정계, 교계의 목소리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이와 관련 지난 10일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종교 편향적 발언에 대해 심각히 우려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어 ‘대법관으로서 국회 임명 동의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후 3개 주요 정당에 공문과 함께 성명서를 전달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대한불교청년회는 지난 9일 김신 대법관 후보가 ‘정교분리 원칙과, 양심적 재판의 원칙을 반하고 있다는 성명 발표를 통해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종교자유연구원(이하 종자연)도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나타냈다. 종자연은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대법관 후보의 헌법 위배 행위는 국회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법정에서의 종교의식 진행은 특정종교를 국교로 인정한 행위라고 전했다.

종교편향에 대한 정계의 우려도 뒤따랐다. 인사청문회에서 앞서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은 기자회견과 자료배포를 통해 △김 신 후보자가 교회 관련 형사사건에서 합의 조정 후 기도하게 한 점 △부목사 사택에 대해 비과세 판결 한 것 △부산시 성시화 발언 등을 헌법 제20조 2항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는 달리 교계는 종교편향과 관련 전혀 다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는 ‘한국법원의 역사 가운데 주목받는 판결 중 하나는 불교도인 형제의 다툼에서 재판관이 판사실로 당사자를 불러 회심곡을 틀어 놓고 한 시간 후 두 형제가 끌어안고 서로 화해했다는 화해조정의 명 판결 예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쟁송당사자의 종교가 같은 경우 자기가 믿는 신 앞에서 그 신앙심을 바탕으로 자비와 관용과 화해를 권고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교회언로회도 “최재천 의원이나 불교계에서 주장하는 ‘종교편향’과 ‘종교중립성 훼손’과는 거리가 있다며 원고ㆍ피고가 같은 종교인 점에서 조정이 이루어진 점을 감안한다”면 “기도도 조정과 합의를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시화 발언에 대해서는 불교의 경우도 어느 지역을 ‘성역화 한다’는 표현은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종교인으로서 개인의 신앙표현을 계속 문제 삼아 종교편향으로 몰아가는 것은 오히려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 침해 사항으로 볼 수 있다고 충고했다.

# 우려의 목소리
8년간 이어진 종교편향 논란. 김신 대법관 후보 논란의 중심에 들어서지 않을 기독교적 대안은 없을까.

한국복음주의협의회 김명혁 목사는 “종교인으로서 판단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조심해야 하지만 종교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고등종교끼리 서로 존중하며 사회 정의와 평안, 화합을 위해 너무 배타적인 종교입장으로 판단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천신학대 조성돈 교수도 “당사자들끼리 통하는 문화적ㆍ언어적 맥락에서 화해를 위해 기도를 권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두 분쟁 당사자 간 문화와 언어를 통해 조정을 이뤄가는 절차를 막는 것은 무리한 주장에 가깝다”고 전했다. 하지만 “밖으로 표현하도록 배운 신앙교육을 감안할 때 같이 사는 사회에서 종교편향에 대한 지적에 있어서는 지혜롭게 조심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입장과 종교적 색채는 구별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는 “이번 문제는 종교편향의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 옹호 여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종교철학이 사랑과 정의ㆍ평화의 가치관을 갖고 사회를 바르게 판단하는데 의미 있게 적용되는 것은 소중한 일”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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