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정신이 숨쉬는 ‘4명의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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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정신이 숨쉬는 ‘4명의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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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5.0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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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지지한 영성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 (1) / 안용준 목사(목원대학교 겸임교수)

종교개혁 정신이 숨쉬는 ‘4명의 사도’

16세기 초 독일의 종교개혁은 하나님의 뜻이 성경 안에 제시되어 있다는 루터의 믿음으로 교회의 전통보다 ‘오직 성경’의 사상을 내세웠다. 이러한 신앙 쇄신운동은 뒤러가 새로운 성경 그림을 창안하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평소 성경적 미술 자체의 의미를 회복하는데 관심을 기울여 왔던 뒤러가 루터의 주장을 제대로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종교개혁의 이념을 담고 있는 뒤러의 대표작은 후기 작품인 ‘4명의 사도’(1526)로 알려져 있다(사진).


뒤러는 여기서 미적 화면을 구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종교개혁을 지지하는 개혁의 정신을 표명하였다.
왼쪽의 패널을 보면 사도 요한이 성경을 들고 확신에 찬 모습을 하고 전면에 서있다. 바로 뒤편에 천국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 베드로는 요한이 들고 있는 성경 구절을 들여다보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회화에서 베드로야말로 중심에 위치해 있었으나 요한의 설명에 귀 기울이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되어있다. 믿음이 복음의 열쇠가 된다는 요한복음의 의미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중세의 구질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새로운 시도가 엿보인다.

오른쪽의 패널에는 마가보다 바울이 앞에 등장한다. 여기에선 바울서신의 생명력 있는 문맥을 다른 어떤 복음서의 가르침보다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 루터의 입장이 고려되었다. 하지만 바울을 응시하는 마가의 강렬한 눈빛도 박진감 있게 진행되는 자신의 이야기(마가복음)를 분명히 피력하는 듯하다.

사실상 베드로를 제외한 모든 사도들이 성경을 들고 있는 장면으로 묘사됨으로써 종교개혁의 ‘오직 성경’이 강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교황과 교회의 부도덕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거액의 돈줄을 움켜쥔 사람이 추기경을 매수해 교황에 선출되었다. 성직자들 가운데 첩이나 애인을 두는 일이 도처에서 감지되었다. 면죄부는 구매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고상한 상품으로 둔갑해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종교행사가 성유물에 경배하기 위해 순례하는 거였다. 마치 고대 파르테논신전에 있던 아테나 파르테노스 여신에 수천수만의 순례자들이 찾아왔듯이.

뒤러는 것만 번지르르한 형식과 악에 오염된 종교로부터 벗어나기를 온 맘 다해 소망하고 있었다. 영원의 샘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생동하는 은혜와 말씀으로 온갖 정욕으로 가득한 왜곡과 부정을 잠재우기를 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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