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사태로 'WCC 반대' 결집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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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사태로 'WCC 반대' 결집도 어렵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04.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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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기총 전국대회로 전면전 선포 불구 보수권 참여 않고 냉담한 반응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합동 중심의 보수 교단 결집을 위해 WCC 반대 카드를 뽑아들었다.

한기총 WCC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사당동 총신대학교 대강당에서 ‘제23회 5차 전국 지도자대회’를 열고 WCC 반대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는 WCC 반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를 통해 보수권의 한기총 결집을 호소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동안 길자연 전 한기총 대표회장이나 홍재철 대표회장 등은 줄곧 “WCC총회라는 행사 자체를 반대하진 않겠지만 WCC의 한국 사회 확산을 막겠다”는 뜻에서 반대운동을 외쳐왔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서는 2013년에 열리는 WCC 10차 총회 자체에 대해 문제를 삼으며 반대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혀, 이를 둘러싼 한국 교회의 대립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합동 이기창 총회장의 사회로 시작된 예배에서 홍재철 목사는 “한국교회가 종교다원주의와 동성애를 인정하는 WCC를 용납한다면 교회 성장이 둔화된 ‘제2의 유럽’처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설교를 전한 직전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는 “WCC는 말씀 없는 허구에 지나지 않고 자칫 한국교회를 무너뜨릴 수 있다. 한국교회는 오직 유일신이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회의에서 김영우 총신대 이사장(한기총WCC대책위원장)은 “통합이 WCC 유치만 하지 않았어도 우리가 이렇게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WCC 때문에 교단이 갈라졌는데 어떻게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며 한기총이 이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기총은 이날 WCC 반대 성명을 내고 △제네바 WCC 본부 반대 서한 보내기 △항의방문 △전국 및 해외조직 구성 △전국교회에 반대 현수막 걸기 등의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 원색적 반대 성명 우려할 수준

한기총이 이날 발표한 성명서는 WCC의 문제점을 10가지로 지적하며 “그리스도의 제자의 길인 사도적 사명을 포기하고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하므로 선교 및 전도를 왜곡하고 기독교의 근간을 원칙적으로 부정하며, 마지막 때에 하나님의 거룩한 일을 방해하는 반 그리스도적 사명을 받은 단체라고 규명한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더 심각한 것은 10가지 문제점을 검증없이 '여론몰이‘식으로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한기총은 WCC에 대해 “종교다원주의이며, 종교혼합주의이자, 용공주의”라고 비난했다. 또 “개종전도금지를 주장하고, 로마가톨릭을 주장하며, 성경불신주의와 가시적 교회일치주의를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WCC 주장을 피력하면서 어떠한 근거도 대지 않은 채 ‘~카더라’식의 논리를 성명서에 적어 내려간 것이다.

이에 대해 에큐메니칼권에서는 “WCC 총회를 직접 보게 되면 아마 이와 같은 비난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WCC야말로 다양한 신학을 가진 기독교 교단과 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성경에서 어긋나는 논의와 결정은 내릴 수도 없는 보수적 결의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10가지 반대 내용에 대해서는 근거조차 없고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반대 기치를 높여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한기총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WCC 10차 총회 준비는 에큐메니칼권을 비롯해 중도와 보수를 지향하는 교단들까지 간접적으로 참여할 전망이다.

오히려 한기총 사태로 인해 보수교단들의 반대운동 참여가 흐지부지한 상황이다. 고신과 합신 등 보수를 대표하는 교단들이 현재 한기총 참여를 보류하고 있어 WCC 반대가 결국 합동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심지어 합동 내에서조차 WCC 반대운동을 둘러싸고 정치적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 합동 내 WCC 반대 대책위원회는 서기행-김동권 목사 라인이 주도하고 있으며 한기총을 중심으로는 길자연-김영우 목사 라인이 색을 달리하고 있다.

결국 한기총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WCC 반대운동에는 예장 통합에 대한 반발과 감정이 담겨있어 신학적 관점에서 반대를 일관해온 서기행 목사 그룹과는 다른 목적을 갖고 있어, 과연 두 그룹의 정치적 갈등이 WCC 반대라는 명문 하나로 모아질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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