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새로운 자본주의: 정갑연 할머니에게 물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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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새로운 자본주의: 정갑연 할머니에게 물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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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3.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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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새로운 자본주의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 세계의 석학들이 한국에 모였다.

자유시장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실업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양극화의 골이 깊어질 데로 깊어졌다. 미국의 이코노미스트이자 저널리스트인 아나톨 카레츠키는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지난해 말 '자본주의 4.0: 위기와의 씨름 중 새 경제 탄생'이란 저서에서 자유시장 자본주의에 어둠이 드리우고 다음 단계에 대한 요구가 등장하고 있다면서 ‘자본주의의 새로운 버전’의 도래를 예고했다.

자유시장 자본주의가 2008년 세계경제에 위기를 몰고 오자 ‘시장 지상’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이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새로운 버전의 자본주의가 나와야 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6,7일 개최된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서 ‘자본주의 4.0: 따뜻한 자본주의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국가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가진 전직 총리 7명과 세계적인 기업 CEO, 석학 등 총 41명이 참석해 금융위기 이후 세계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새로운 자본주의의 미래상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나누며 논쟁을 벌였다.

특히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자본주의 4.0시대에 국가와 복지의 역할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로버트 라이시 전 미국 노동부 장관은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크다. 정부는 추락을 받쳐주는 안전망 역할을 하기 보다는 경제가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뜀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자본주의 4.0’의 저자 아나톨 갈레츠키는 "뜀틀이 정부가 해야 하는 역할을 잘 표현해준 것 같아 매우 맘에 든다. 유럽 연금제도와 같은 비대한 복지제도는 마치 암(癌)과 같다. 암처럼 점점 번져가며 다른 세포를 죽이고 결국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못 하게 한다"고 말했다.

라이시와 갈레츠키는 복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자세’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칼레츠키는 “부자가 세금을 더 낸다고 해서 재정 적자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부터 따져봐야 한다.

‘부자세’로 복지를 위한 공공지출을 늘려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이라고 했다. 반면 라이시는 “30년 전에 비해 미국 중산층의 실질임금이 오르지 않아 세금을 더 걷기가 어렵다.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현재 전체 부(富)의 40%를 갖고 있는 상위 1%의 부자들의 소득에 세금을 더 매기거나 금융 거래에 0.5%의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토론 후 콘퍼런스에 참석한 청중들은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부자가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65%가 찬성했다.

경남 함양군 안의면 산자락의 3평 단칸방에 살고 있는 정갑연 할머니가 염소를 키우며 모은 돈 1억원을 안의고교에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할머니는 반찬도 자신이 가꾼 채소와 산에서 캔 산나물로 장만하고 어지간히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 전화기, 냉장고, TV도 없으며 옷장도 없고 옷이라고는 서너 벌의 작업복이 전부다. 자신을 위해 돈 쓰는 일이 거의 없다.

할머니가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는 기초노령연금 월9만1000원이 전부다. 할머니는 도움을 받으며 살기를 싫어한다. 이런 할머니께서 1억 원의 장학금을 내어놓으니 돈을 전달받은 학교의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교사들과 학생들이 놀라고 또 이 사실이 언론에 밝혀지자 가슴이 살아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의 구축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 이외에 천민자본주의가 저질러 놓은 깊고도 넓은 양극화의 골은 어떻게 메워나갈 것인가! 양극화의 골을 메워나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부자세’와 같이 가진 자들에게서 강제로 빼앗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갑연 할머니와 같이 사회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양극화의 골을 메워나가는 것이다.

‘부자세’와 같은 방법으로 양극화의 골을 메워나가는 것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모두가 행복하지 않도록 만든다. 빼앗긴 부자들은 강제로 돈을 거두어가니 기분이 상하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국가로부터 당연히 받아야할 도움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니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정갑연 할머니의 경우에는 스스로 어렵게 모은 돈을 베풀면서도 삶의 가치와 의미를 느끼고, 도움을 받는 학생들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이며 할머니로부터 학교에서 배우는 그 이상의 가르침을 받게 될 것이다. 가진 자들이 스스로 베풀며, 베푸는 자와 받는 자의 삶의 가치를 아름답고 숭고하게 만들어가는 자본주의가 성경이 말하는 자본주의고 인간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있는 자본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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