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종교인 과세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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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종교인 과세 어떻게 볼 것인가
  • 정민주 기자
  • 승인 2012.03.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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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 80% 면세점 이하 목회자에게 ‘득’

종교인 과세를 검토하겠다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 이후 종교인 과세 논란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박 장관이 왜 이 문제를 거론했는가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한 언론은 1년 전 국세청에서 열린 제2차 공정사회 추진회의에서 당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과 유사한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윤 장관은 ‘일감몰아주기’ 기업에 대한 과세방안을 제시했고,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조세계의 반응에도 결국 세제개편안에 과세안이 포함됐던 것. 따라서 조세계에서는 박재완 장관이 이번에 ‘종교인에 대한 과세 필요성’을 제기한 이상 올 세제개편안에 과세안 포함이 유력하다고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언론은 박 장관의 발언이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며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 관철을 위해 기독교계와 협상하기 위한 카드로 나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종교인에게도 과세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이다.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한국교회언론회(이하 교회언론회)는 지난 22일 논평을 통해 “종교인 과세문제를 합리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회언론회는 “납세는 국민의 의무를 통해 국가에 도움을 주는 행위이며, 국가를 위해 늘 염려하고 기도하는 성직자들이 굳이 반대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몇몇 대형교회를 포함한 다수의 교회가 이미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문제를 논할 때, 기독교에 대한 공격적 여론을 조성하는 언론의 보도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들의 보도가 종교인 과세 문제를 기독교에만 해당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타종교는 과세와 무관한 것처럼 만들어 건전한 논의를 저해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 교회가 종교인 납세를 실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기독교계에서는 90년대 초기부터 이 문제를 토의했지만, 미자립 교회가 절대다수인 상황에서 납세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있어 개별 교회차원에서만 납세를 결정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언론회는 “오래된 관습은 단기간 내에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며 “과거부터 종교인에게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고, 국가의 정책도 갑자기 큰 변화를 주는 것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종교인 과세문제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하 종자연)도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박재완 종교인 과세 문제에 적극 찬성하는 뜻을 밝히고 종교인 과세를 지체 말고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종자연은 “종교가 공익적 활동보다는 교세확장과 사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매우 불편해하고 있다”며 “종교권력이 되어 이익 집단으로 변질되고 자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에서 종교인 과세는 조세의 형평성을 실현함과 더불어 종교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최소한의 감시와 견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종자연은 “종교인이 국민의 의무는 하지 않고 종교인으로서의 특혜만을 주장한다면 종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더 멀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국민의 다수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더 이상 주저 말고 현행 법제에 부합하는 일관된 조세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 자문위원장 손봉호 교수는 1997년부터 종교인 과세 문제를 거론했다. 소득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손 교수는 “목회자의 80%는 면세점 이하로 소득신고를 한다고 해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 문제는 결국 사례를 많이 받는 소수의 목회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속국가인데, 마치 기독교가 국교인 것처럼 착각을 하고 있다”며 “정부가 세금으로 도로를 깔고 학교를 짓는데, 목사가 되서 세금을 안 내고 다른 사람의 덕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한경직 목사를 비롯해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있는 목사들은 이미 세금을 내고 있었다”며 “정부가 나서기 전에 목회자들이 자진해서 납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기윤실 정직윤리운동본부장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도 2000년 교회를 개척하면서부터 교회사역자들과 함께 세금납부를 실행에 옮기게 됐다.

신 목사는 “세금납부는 국가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세금납부를 하면 잃는 것보단 얻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교회 입장에서는 재정지출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재정이 투명해지고, 금융거래나 사회복지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 예를 들어 소득증명이 어려워 대출을 받지 못했던 목회자들이 소득증명서를 통해 쉽게 대출 받을 수 있고, 4대 보험으로 질병이나 출산에 따른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서 ‘개독교’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세금 납부를 통해 교회를 부끄럽게 하는 일을 막고 교회가 세상 앞에 떳떳해질 수 있다”며 목회자들이 세금납부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신 목사는 “한국 교회는 통일된 회계계정이 없기 때문에 교회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공교회에서 표준 회계계정을 만들고 국가에서도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기총을 비롯한 보수권은 교회로부터 목회자가 받는 돈은 근로소득이 아니라 영혼을 보살펴주는 봉사에 대한 사례비이며 이중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여전히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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