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신앙’이 부른 보성 세 자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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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신앙’이 부른 보성 세 자녀의 죽음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2.1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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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기고 때리고”...목사로 알려져 기독교에 화살

전남 보성 한 교회에서 발견된 3남매의 시신이 부모의 뒤틀린 신앙에 의한 죽음인 것으로 전해져 온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전남 보성에 사는 이모(55) 씨는 며칠째 보이지 않는 조카들을 찾아 나썼다가 끔찍한 광경을 목격했다. 아이들의 부모인 박모(43) 씨 부부가 목회를 하고 있는 교회 안에서 3남매의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박 씨 부부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단층 건물을 월세 20만 원에 계약하고 지역 주민 10여명을 모아 놓고 목회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4남매가 모두 감기 증세를 보이자, 둘째 아들(5)과 막내딸(1)은 화순군 내에 있는 소아과에 데려가 처방을 받았다. 큰딸(10)과 큰아들(8)에게는 감기약을 먹였다. 

이후 차도를 보이지 않자 부부는 지난 23일부터 아이들을 굶기며 금식기도를 시켰다. 지난 1일 오후 큰아들, 다음날 오전 큰딸과 둘째 아들이 잇달아 숨졌다. 경찰은 “이들이 금식기도를 하면 숨진 자녀들을 살릴 수 있다고 믿어 번갈아 가며 단식을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긴급 부검을 실시한 결과 시신 곳곳에서 타박상과 가혹행위의 흔적이 발견된다는 검안의의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아이 한 명당 허리띠와 파리채로 39대씩 모두 네 차례 때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씨는 “‘(사도 바울이) 유대인들에게 사십에서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라는 성경 구절에 따라 이렇게 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은 큰아들이 숨진 1일 오전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결과 박 씨는 정규 신학교는 물론 목사 안수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박 씨가 신학대학을 나오거나 정식으로 목사 안수를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목사라고 할 수는 없으나 주변에서 목사 대우를 해줬다”고 말했다. 보성경찰서는 박 씨 부부에게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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