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건축 및 리모델링,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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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건축 및 리모델링,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2.01.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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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이정구 교수, “담임목회자의 개인적 과시ㆍ양적성장 추구 탈피” 강조

▲ 예배당은 반드시 기도와 찬양,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배우는 거룩한 예배의 처소가 되도록 해야 한다.
예배실보다 높은 층에 위치한 당회장실 성도와의 소통 단절
교회건물 공간배치, ‘비움’과 ‘낮춤’의 성서적 의미 되살려야

최근 예배당을 새롭게 건축하거나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는 교회들은 예배와 교육, 선교, 친교, 봉사 등 보다 다양하고 효율적으로 목회적 기능의 극대화를 꾀한다는 목적 아래 예배당 공간 배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예배당을 포함한 교회건물이 복합적인 선교의 공간으로써 그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먼저 예배당 공간의 위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누구나 정서적으로 편하고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공성’을 갖춘 낮춤의 공간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한국 교회 예배당 공간의 위계가 대체적으로 담임목회자의 과시와 교회의 양적성장을 위한 것이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최근 한국신학연구소가 발행하는 ‘신학사상’ 2011년 겨울호에 ‘현대 한국고층교회의 공간위계 풍경 비판’이라는 연구논문을 게재한 이정구 교수(성공회대)는 제한된 대지면적과 효율성을 위해 고층으로 건축되고 있는 현대 한국 교회 건축의 공간배치 위계성을 신학적이고 목회적인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오늘날 교회 건축이 지닌 문제점을 비판했다.

# 성도 의견이 배제된 예배당
이 교수는 연구논문에서 고층으로 지어지고 있는 한국 교회의 교회공간을 대예배실, 소예배실, 당회장실, 사무실(로비), 주차장, 식당 등 크게 여섯 가지로 구분하고, 어떤 이유에서 어디 어느 층에 각각의 공간을 배치하고 있는지 설명하며, 교회건물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의 선교신학과 정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교회의 본질을 ‘예배하는 처소’라고 한다면 대예배실을 최우선으로 해서 공간의 위계를 각각 선정하고, 교회의 선교적 사명을 신학적, 목회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공간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목회자의 개인적 과시와 교회의 양적팽창을 위한 것이 기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예배당 공간을 분할할 경우 그 곳을 이용할 성도들의 의견의 최대공약수를 산출해 분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목회자나 교회 지도층들이 편의에 따라 임의로 공간을 분할하고, 제공된 공간을 사용하도록 강요를 하거나 익숙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즉, 교회건축비 대부분을 성도들의 헌금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성도들의 의견이 수렴되는 부분은 교회의 외형에 한정돼 있고, 예배당 공간의 위계와 분할에 관한 것은 대체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능에 따라 공간을 분할하고 위치시키는 권한은 당회장과 교회 내 권력이 있는 소수 임직자들의 결정사항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 예배공간 VS 문화공간
또한 대예배실과 소예배실 등 예배당 공간 확보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교수는 “주로 주일에만 사용하는 대예배실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교회건물의 공공성 차원에서 예배공간을 ‘다용도 문화공간’으로 구축한다는 명목 아래 공연장과 유사한 구조로 신축하거나 개축하고 있는 것이 최근 대형 교회의 추세”라며 “다양한 음악회를 개최하고, 결혼식장으로 사용하면서 음향과 조명 시스템을 비롯해 흡음설비까지 구축하는데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러한 설비는 목회자가 주일에 말씀을 선포하고, CCM를 비롯한 복음성가와 성가대 공연을 하는데도 필요한 설비다. 그러나 지역사회 안에 문화공간 시설이 얼마나 있는지, 문화공간을 누가 얼마나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선행조사 없이 교회가 무턱대고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다용도 문화공간 형식으로 교회건물을 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한국사회도 지방자치제를 실시한 이후 각 지역마다 천문학적인 건축비용을 들여 메머드급 문화예술 공간을 경쟁하듯 구축해놨지만 대부분 사용빈도가 낮아 운영적자로 인한 국민세금 낭비로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공간을 만든다는 이유로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교회 건축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주장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자칫 교회의 문화공간이 제한된 신앙공동체만을 위한 것인지, 교회와 목회자의 대외적 과시의 표시인지는 교회가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며 예배 중심의 공간에서 공연장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예배당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특히 “교회가 고층 건물인 경우 대체로 지하 1~2층에 소예배실을 두고 있지만 왜 지하에 소예배실을 두어야 하는지 특별한 신학적 이유를 지니고 있는 교회도 없다”며 “소예배실은 주로 평일예배에 소수가 사용하는 다용도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예배공간의 위계에서 주로 지하에 마련된 소예배실은 신학적으로 그리스도의 무덤을 상징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소예배실은 그리스도의 희생과 대속에 관계없고 적합하지 않은 집회를 갖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소예배실은 침묵의 공간, 애도의 공간, 회개의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교회가 납골당을 설치한다면 지하가 좋고, 그 옆에 소예배실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 당회장실은 예배당보다 낮은 곳에
당회장실 공간배치 위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보통 당회장실은 본당건물에 마련돼 있다. 교회건물이 한 층인 경우에는 가능한 예배실과는 먼 위치, 고층인 경우에는 예배실보다 위층에서 예배실을 전체적으로 관망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공간구조는 당회장의 신변과 생활, 연구 활동 등을 보호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으로써의 기능을 할 수 있고, 소수의 교회 임직자들과 소통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지만 대다수 평신도들과의 소통에는 위치적으로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예배당 위에 예배가 아닌 다른 기능을 위해 점유된 공간은 낮은 곳으로 임하라는 성서적 공간위계가 아니고, 교인이나 시민들의 정서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당회장실을 경유해 예배실로 인도되는 동선을 오가면서 성도들과 목회자는 상호 친밀감을 고양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물 로비를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하고, 당회장실을 직무 기능상 적절한 위치에 배치한 것이라고 주장해도, 정작 지역주민들의 정서로는 당회장실의 위치는 권위적인 것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목회자가 당회장실을 사용하는데 다소 불편함이 있을지라도 사회와 교회, 목회자와 성도, 목회자와 지역주민 간의 수평적이며, 상호적 신앙공동체 형성을 위해 시각적으로 세상을 섬기는 낮은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이 당회장실의 신학적 공간위치”라고 역설했다.

이 외에도 로비와 사무실, 주차 및 식당공간을 배치함에 있어서도 교회 구성원 공동체만을 위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하면서 지역사회 주민들 누구나 정서적인 불편함 없이 교회의 시설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교회의 공공성을 형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모든 교회는 그 교회만의 독특함과 선교적 이념을 전달하기 위해 공간위계를 세운다고 할지라도 교회공간의 위계는 가능한 성서적 풍경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는 곧 채움보다 비움이며, 높임보다 낮춤의 공간 위계를 말한다. 위계를 세웠다고 해도 예배하고 친교하며 이를 돕는 여러 기능 공간 중에 그 어느 공간이 다른 공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한편, 이 교수는 “교회공간은 다양한 세대가 저마다의 가치관과 신앙관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예배와 기도, 친교의 공간들이 집합된 선교의 공간으로써 공간의 위계를 설정하지만 누구나 정서적으로 편하고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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