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르포] 하나님과 만나는 가장 빠른 방법,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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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르포] 하나님과 만나는 가장 빠른 방법, 기도
  • 김목화 기자
  • 승인 2011.12.2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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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로 여는 새해 - 오산리기도원에서 만난 사람들

▲ 새해를 맞아 기도원을 찾은 사람들은 교단도 달랐고 사는 곳도 달랐다. 전국 곳곳에서 오직 주님께 새해를 헌신하는 마음으로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기도로 여는 새해 - 오산리기도원에서 만난 사람들
금식하고 하루 묵어가며 오고가는 기도의 발걸음

기도원의 새해가 밝았다.

수능 후 공부에 지친 자녀에게 새 힘을 불어넣어 주고파 방학을 맞은 딸과 함께 찾은 부모들의 모습부터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지러 찾은 이들까지 기도원의 아침은 새해 아침답게 활기차다.

평소 직장생활에, 살림살이에, 취업준비에 바쁜 청년, 집사, 권사들도 새해를 맞이하는 데 앞서 집근처 교회기도실을 찾을 법도 한데, 시간을 쪼개고 쪼개 기도원을 찾는다. 게다가 금식 기도원이다.

하나님 앞에 지나간 한 해를 내려놓고 새로운 한 해의 소망을 찾아가기 위해 발길을 모으는 이곳. 파주, 오산리 최자실 기념 금식기도원에서 새해를 맞이해 보았다.

# 기도원 접수하다
지나간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차가운 겨울바람에 날려 보내고, 새로운 각오와 마음가짐으로 새해 아침의 첫 공기를 들이켰다. 기도원에 다가갈수록 보이는 농촌 풍경이 정겹다. 꼭 이루리라 결심했던 새해의 다짐들은 곧 작심삼일이 되곤 하지만 그래도 한 해의 첫 시작을 위해 기도원을 찾았다.

기도원 입구에 위치해 있는 접수처. 이곳에서 먼저 기도원 숙소와 일정들을 체크하고 지시사항들을 전달받았다. 한산할 법도 한데 연초라 그런지 접수처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이곳에서 만난 인천 한사랑교회 송창규 장로에게는 기도원이 조금 특별하다. 20여 년 전 은혜의 체험 후 늘 위로와 응답을 구할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때마침 이번 새해를 위해 기도가 간절하던 권영숙 담임목사와 마음이 맞아 함께 기도원에 올랐다.

“2011년 마무리도 중요하지만, 새해 교회 사역을 위해 단련하고 충전하고자 기도원을찾아왔습니다. 기도의 제목이 생길 때나 매년 연말이면 올라오는 기도원이지만 오늘은 마음가짐이 새롭네요.”

송 장로의 목소리에서는 벌써 힘이 느껴진다. 함께 온 권 목사도 “새롭게 한 해를 향한 소원을 가지고 왔다”며 “예비한 그 약속을 지키고 하나님께 합한 길을 걸어가, 주님의 마음을 시원케 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 아침부터 눈이 와 길이 미끄러웠지만 기도원을 찾은 노인의 뒷모습에서 힘이 느껴진다.

# 대성전에서 만난 사람들
오전 예배가 시작됐다. 대성전에 앉은 3백여 명의 성도들 가운데 유난히 돋보이는 예배자가 있다. 흰 까까머리에 무릎을 꿇은 모습이 비장하다. 예배 중 틈틈이 앞의 흰 종이를 들춰보기에도 바쁘다.

알고보니 지난 13년간 전국 곳곳의 복음이 닿지 못한 곳을 찾아다니며 전도했다는 이연배 권사(가명·여의도순복음교회). 그는 내년부터 전에 돌아보지 못했던 160개 지역을 다시 찾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또 한 번의 여정을 떠나기에 앞서 기도원에 찾은 것. 흰 종이 수십 장에는 까만 볼펜으로 적은 짤막한 성경 구절로 가득하다. 그는 말씀에 의지하면 힘이 난다고 한다. 지난 전도생활에 건강때문에 가지 못했던 곳을 다시 찾아가 복음을 전하겠다는 그는 떠나기에 앞서 하나님께 먼저 구하기 위해 기도원에 찾았다.

탈진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예수의 사랑을 전한다는 이 권사. 지칠 때마다 기도원으로 들어가 회복의 시간을 갖는다고도 한다. 오직 행하는 믿음으로 예수만을 의지하며 새해 첫 발을 내딛는다는 그의 얼굴이 기쁨으로 훤하다.

# 말씀을 먹는 사람들
77세 때까지 기도원 성가대에 섰다는 정인애 권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7년이 지난 지금, 다리에 힘도 없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 기도원에 오르는 일이 쉽지 않다. 멀리 이사를 가 마음은 기도원을 향해도 쉽게 찾아갈 수 없었다. 마침 함께 온 손녀의 도움으로 다시 기도원을 찾았다. 그녀는 “모세가 85세에 크게 쓰인 것 같이 나도 내년이면 85센데 더 열심히 전도하고 싶어”라며 전도의 열매를 맺는 2012년이 되길 바랐다. 그렇지만 다리가 아파 힘이 없어 걱정이란다.

정 권사는 자신이 늙었다고 하나님께서 떠날까 걱정된다며 오로지 ‘말씀의 지팡이’를 가지고 숨찬 걸음이지만 하나님 약속의 말씀만 붙들고 전도하러 나갈 것이라고 고백했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서 점심 금식을 하며 책을 보는 김관장 집사(가명·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12년부터 구역장을 맡았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책은 구역 공과였다. 연말이 가기 전에 자신의 삶도 돌아보고 반성하며 새 해를 맞이하러 왔다는 김 집사. 그는 어느 때보다 마음의 다짐이 새롭다. 그동안 구역장을 하는 데 있어 심적 부담과 시험에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말씀도 더 읽고 여러 공과도 공부하며 노력할 예정이다.

# 오직 기도하는 이 시간
오후 점심 예배가 지나도 예배당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 올해는 새해 바람들이 더욱 간절한가 보다. 게다가 오고 싶어도 바쁜 일상에 오지 못했던 기도원인지라 연말·연초를 맞아 무작정 기도원에 오른 사람들도 많았다.

일주일간 기도원에 머문다는 홍동희 청년(22·동작벧엘교회)은 앞으로의 비전에 대한 순서를 찾고자 기도원을 찾았다. 짧은 기간이라도 하나님 앞에 진심으로 기도하기 위해 기도원에 찾은 그. 홀로 기도원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씨는 교회와 다르게 기도원이 많은 영혼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 또한 약한 자들을 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왠지 마음이 힘들어 보이는 가녀린 여인이 지친 모습으로 자리에 홀로 앉아 있다. 다가가 인사를 하니 12월에 직장을 그만두고 기도원을 찾은 하늘비전교회 이혜숙 성도였다.

어딘가 지쳐보인다며 새해 소망을 묻자 이 씨는 2011년에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참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1박 2일의 일정을 갖고 기도원을 찾아온 그녀는 “드디어 오게 된 기도원, 하나님께 오로지 집중하며 기도하는 시간이었다”며 “기도원을 찾아 내 마음의 짐을 하나님께 내려놓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려가게 되어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또 축복하는 인사로 “새해에는 잘 되길 소망해요”라며 웃음 지었다.

기도하면서 많이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이영숙 권사(가명·금촌주사랑교회)는 평소 교회 기도실에서 기도하곤 했다. 기도 중 마음이 이끌려 기도원에 찾게 되었다는 이 권사는 하나님 앞에서 많이 울었다고 한다.

“영혼이 가라앉아서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요. 한 해를 잘 마무리 하고 성령 충만으로 재무장하려고 기도원에 올라왔습니다.”

사연을 듣고보니 이 권사는 여동생과 조카 둘과 함께 살고 있는데, 모두 예수를 몰라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그녀의 새해 소망은 ‘가족 복음화’다. 여동생과 조카 둘을 위해 참 많은 눈물을 흘린다는 그녀의 눈빛 속에서 소망의 빛이 보였다.

▲ 1인 기도실 앞에 가지런히 벗어 놓아진 신발에서 경건함이 느껴진다. 오직 주님과 마주하는 이시간.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주님을 만났다.

# 88개 기도굴의 통성
대성전을 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여든여덟 개의 개인 기도굴이 일렬로 늘어져 있다. 멀리서 일렬로 늘어진 기도굴을 봤을 땐 무서운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는데 칸칸마다 앞에 놓인 신발들의 모습에 마음이 엄숙해 진다. 기도굴 안의 모습을 들여다보니 책상만한 작은 방 한 칸이 귀엽기도 하고 너무 작아 신기하기도 하다.

기도굴을 엿보다가 네덜란드-필리핀인 룻(Ruth·40·쥬빌리교회)과 칠레인 바네사(Vanessa·30·쥬빌리교회)를 만났다. 그녀들은 한국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된 지 벌써 3년이 되어간단다. 룻은 늘 하던 대로 집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기도원에 가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바네사와 함께 기도원을 찾았다고 했다.

“하나님을 바라보고, 마주 하며, 영광의 길을 걷고 하나님의 일에 충성하기 위해 살 것입니다.”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새해의 계획들을 들으러 왔다는 룻과 바네사는 온전히 하나님께 집중(Focus on God)하기 위해 다시 개인 기도굴로 들어갔다. 주님과 만나는 기도하는 시간이 언제나 기대되고 기쁘다는 그녀들의 기도하는 소리가 기도굴 멀리서도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저 멀리 산 너머로 엄숙하게 떨어지는 빨간 해가 보이는 엠마오관(매점·식당)은 저녁 식사를 하려는 성도들로 즐비하다. 금식 후 먹는 죽을 먹거나 국수 한 사발로 허기를 달래며 또다시 기도하러 나아가는 기도원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단해 보인다.

아침과 점심 금식을 하며 예배와 기도, 사람들의 새해소망을 찾아 돌아다니다 보니 앞에 놓인 국수 한 그릇이 너무 감사하다. 산 너머 해넘이를 보며 새해의 첫 끼, 국수 한 가락을 삼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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