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임시총회 취소 후 9개 교단 정리작업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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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임시총회 취소 후 9개 교단 정리작업 속내는?
  • 한기총 공동취재단
  • 승인 2011.11.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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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발표 후 일부 교단에 회원권 행정보류 통보


교계 안팎으로부터 파행과 불법 논란에 휩싸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길자연 목사)가 오는 24일로 예정된 임시총회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기총의 임시총회 포기는 지난 18일 대한예수교성결교회 총무 최귀수 목사 외 1명이 제기한 ‘임시총회 개최 중지 가처분’이 발단이 됐다.

임시총회 개최중지 가처분은 지난 21일 법원의 1차 심리에서 한기총 측이 “24일 임시총회를 안 하겠다”고 재판부에 답변하는 것으로 일단 각하됐다. 이번 가처분이 한기총 측에 불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22일 긴급임원회를 소집한 한기총은 임시총회를 취소함으로써 의도했던 정관개정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써는 임시총회를 통해 총대들이 한 자리에 모일 경우 오히려 반대 여론만 모아져 한기총의 현 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신 한기총은 길자연 대표회장의 정관개정 의지에 반발한 교단들을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21일 예장 대신이 한기총으로부터 ‘행정보류’에 대한 문건을 받았고, 예성, 고신, 합신, 개혁(황인찬 측) 등도 행정보류 대상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결국 한기총은 성명에 나온대로 ‘한기총 정관에 따라 처리한다’는 대응을 즉각 실천하는 중이며, 22일 임원회에서 수습위원회를 구성해 행정보류 건을 위임했다.

# 임시총회 포기 왜?

한기총에 있어 임시총회는 정관개정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였다. 지난 10월 28일 실행위원회에서 통과된 선거관리규정과 시행세칙에 대한 보고와 함께 개정 정관에 대한 총대들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정 정관은 크게 △2년 단임제 △공동회장과 부회장 각 10명씩 상향 조정 △상임위원회 신설권한 임원회로 이관 등을 담고 있다. 차기 대표회장 선거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임원수와 상임위원 수 조정이 중요한 개정조항이다. 임원에서 20명, 상임위원회에서 20~30명까지 당연직 총대를 50명 이상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기총은 최근 반대여론이 거세지고, 임시총회 개최중지 가처분까지 제기되자 무리한 충돌을 피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정관개정 없이 선거관리규정과 세칙개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포석이 깔린 것이다. 대표회장 2년제의 경우, 일단 선거에서 이긴 후 개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당연직을 늘리는 대신 한기총이 선택한 것은 회원권 ‘보류’를 선택해 ‘피선거권’과 ‘선거권’을 제한하겠다는 포석이다.

한기총이 보낸 일부 교단에 보낸 공문은 “22일까지 공개사과가 없다면 정관 제7조 및 운영세칙 제3조 4항에 의거 귀 교단을 행정보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정보류’ 통보문을 받은 예장 대신은 차기 대표회장 후보로 김요셉 목사가 거론되고 있는 교단이다. 한기총은 행정보류 사유로 “15일 9개 교단 성명서는 한기총을 음해하는 것이고 명예를 훼손했으며,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으로 본 연합회에 충격을 주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지난 18일 임원회에서 모든 임원이 분노를 느껴 사과가 없다면 행정보류를 결정하겠다는 결의를 내렸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한기총이 회원보류나 제명 등 회원의 자격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행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 이는 한기총 정관사항으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회원권을 제한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이 명확하다.

한기총은 정관 제7조에서 ‘회원의 의무’로 △정관과 운영세칙 및 제반규정 준수 △총회, 실행위원회, 임원회의 결의사항 이행 및 준수 △회비 및 제반 부담금의 납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시행세칙 제3조 ‘회원권 제한과 제명과 탈퇴’란에서 한기총은 이 7조를 이행하지 않거나, 명예를 훼손할 경우 회원권을 제한 또는 제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실행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시행하고, 총회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적어도 실행위원회를 거쳐야 회원권이 제한될 수 있고, 총회를 통해서만 최종 확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실행위원회나 총회 없이 회원권을 유보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으로 한기총은 임원회를 통해 이를 통보하거나 회의에서 배제할 권한이 없다.

# 재정문제 불똥 우려

임시총회를 포기한 또 하나의 배경으로 유력하게 떠오르는 것이 한기총의 재정문제다. 9개 교단은 지난 9일 모임에서 한기총의 재정 사용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아이티 구호헌금을 임의 사용했다는 것과 소송비용 등 막대한 예산 집행에 대한 출처 공개를 요구했다.

현재 겉으로 드러난 것은 없지만 한기총의 재정 불법 사용에 대한 의혹은 이미 교계 안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 아이티 구호헌금을 사용한 것과 회관건립을 위한 목적기금 7억 원에도 손을 댔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다.

회관 건립 기금을 헌금한 엄신형 전 대표회장은 “나도 소문을 들어 알고 있다. 7억 원에 손을 댔다는 말을 들었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배임에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엄 목사는 “통장을 본적이 없으니 내가 먼저 나서서 재정을 문제 삼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한기총 재정의혹은 길자연 대표회장 복귀 후 시작한 리모델링 공사와 직원에 대한 퇴직금 정산으로부터 시작됐다. 아직까지 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교단들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자금의 출처가 의심되는 것이다. 지난 14일 열린 WEA 총회 유치 감사예배 예산은 교회 이름까지 공개했지만, 내부 재정의혹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19일자로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9개 교단이 제기한 각종 문제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고 있지만 재정에 관한 부분은 단 한 줄도 기록하지 않았다. 여론이 확산돼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임시총회 포기 역시, 총회 석상에서 총대들이 재정을 문제 삼을 경우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 9개 회원교단 버리고 ‘독자노선?'

정관개정 이후 한기총에 쏟아진 비난에 대해 한기총은 “시대적 요청이었으며, 합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단문제에 대해서도 논란을 씻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합동복음이라는 교단 실체마저 의혹으로 남은 장재형 목사에 대해 “이단성이 전혀 없다”며 두둔했고, 오히려 ‘질서위원회’라는 정체성도 모호한 곳에 예장 통합 이단대책위원장인 최삼경 목사의 조사를 시작했다.

이단 문제는 9개 교단만 지적한 것이 아니다. 예장 합동 이기창 총회장 역시, “이단의혹이 있는 인사가 WEA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라며 “의혹을 씻고 가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단 문제를 씻어내지 않고는 9개 교단은 물론 합동의 지지도 얻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한기총은 논란의 주체들과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성명을 통해 천명했다.

이어 논란을 피하는 방법으로 9개 교단을 버리고 가는 ‘악수’를 택했다. 예장 대신을 시작으로 회원권 행정 보류 교단을 확대한다면 선거와 총회 모두 수월하게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기총의 모든 일들이 차기 대표회장 선거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길자연 대표회장 취임 후 열린 임시총회와 고성 원로지도자 간담회, 실행위원회 등이 차기 대표회장 만들기에 집중되어 있다. 이미 한기총 한 임원은 “이 모든 것이 특정인의 의지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길자연 목사가 대표회장이지만 임원회에서의 주도권을 다른 사람이 쥐고 있고, 실질적인 업무도 그가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성명까지 발표하며 입장을 피력한 한기총에 대한 교단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고신총회 정근두 총회장은 “작금의 한기총은 위협적인 팩스를 보내 교단을 우습게 보는 행위를 일삼은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행위이며, 본래의 연합정신을 회복하지 않으면 더 이상 함께 일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표명했다.

통합 총회 역시 “한기총의 성명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이단과 재정의혹의 해소, 정관과 선거규정 등의 원상회복만이 한기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심지어 한기총 정상화와 개혁을 촉구하는 교단은 통합, 백석, 대신, 고신, 합신, 개혁, 예성, 기하성 서대문, 기하성 여의도 등 9개에서 기성을 포함해 총 10개 교단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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