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목회자에게 일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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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목회자에게 일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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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1.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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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준비 제대로 하기(1)

앞으로 5년 후 10년 후 신학생 혹은 목회자인 당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필자가 영국으로 유학을 떠날 무렵인 1996년 당시만 해도 해외에서 신학 관련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온 목회자들은 대부분 쉽게 수도권 지역의 중대형 교회 담임 목사나 신학대학의 교수로 갈 수 있었다. 유학을 떠나 박사과정에 입학하던 당시만 해도 성공적으로 공부를 마칠 수만 있다면 나 역시도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시로서는 당연한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새천년인 2000년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의 교회와 신학교의 상황은 급격히 변화됐다. 신학대학의 교수 자리는 물론 서울 경기지역의 웬만한 교회 담임 목사 자리도 이미 포화상태가 돼버린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해외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박사 학위를 받고 기쁨으로 귀국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막상 귀국한 이들을 기다려주는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행히 필자는 유학을 떠나기 전 부교역자로 섬기던 교회에서 청빙 제의가 들어와 담임 목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박사 학위를 받은 목회자들 가운데 소수만이 담임 목사나 신학대학의 교수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상당수의 학위 소지자들은 안정된 자리를 잡지 못해 수 년 동안을 신학대학의 시간 강사 자리에 만족해야 했고, 중대형 교회의 부목사 자리로 가는 경우는 상당히 잘 풀린 케이스로 여겨졌다. 이런 현상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해서 전임 사역자의 목회 임지가 급격하게 줄어든 결과라 할 수 있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는 해외에서 MBA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일류 기업체 취업을 위한 보증수표로 여겨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 MBA 학위가 더 이상 일류 기업체의 취업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수요를 초월하는 공급과잉 사태가 발생함으로 말미암아 MBA 학위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제 이런 현상이 목회 세계에도 밀려오고 있다.

과거에는 신대원을 졸업하면 웬만한 교회에 갈 수 있었지만 이제 신학대학마다 신대원 졸업생들이 과잉배출 됨으로 말미암아 전임 사역지를 구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운 상황 가운데 놓이게 됐다. 학부 과정에서 명문대를 졸업했다거나, 아니면 교계에 인맥이 있는 신대원 졸업생들을 제외하고는 부교역자로서 목회를 배울만한 전임 사역지를 구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렸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목회자로 훈련받은 신학생들은 졸업 후 곧바로 개척을 하거나, 기존 교회에 몇 년 동안 부교역자로 사역을 한 후 기존 교회의 도움을 받아 개척을 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어느 지역에서나 손쉽게 적은 비용으로 개척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가 끝나고 교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1980년대 중 후반 이후부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수도권 지역이나 도시 지역에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및 건물 임대료 때문에 목회자 혼자서 개척을 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렵게 됐다. 한 때 모 교회의 지원 없이 스스로 하는 ‘나 홀로 개척’이 당연시 되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존 교회의 도움 없이 개척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시점에 이르게 됐다.

이러한 교회 개척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날이 갈수록 교회를 개척하는 목회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기존 교회에 머물러 있으려는 경향이 눈에 띠게 두드러지고 있다. 교회를 개척한 목회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은퇴 시까지 자기가 개척한 교회에서 사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기존 교회에 부임해 가는 부임 목회자는 비록 위임을 받는다 하더라도 개척 목회자에 비해 목회지를 이동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런 이유로 인해 날이 갈수록 부임 목회지는 ‘평생직’이 아니라 ‘임시직’이라는 인식이 목회자와 교인들 사이에 퍼져가고 있다.  <영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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