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뿌리 위협…기초신앙 ‘빨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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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뿌리 위협…기초신앙 ‘빨간 불’
  • 승인 2002.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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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종교서적 코너를 찾았다. ‘종교베스트 10’에 기독교 관련 서적이 모두 9권이나 올라 있었다. 그런데 베스트 1위(7월 둘째주)에 오른 책은 정작 기독교를 부정하는 내용이 담긴 ‘예수는 신화다’(동아일보 간)였다. 지난 6월 25일 첫 선을 보인 이 책은 불과 한 달새 4쇄에 돌입, 1만부가 인쇄됐다. 1만부 이상이면 베스트셀러에 들어가는 종교출판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실로 엄청나게 독자를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베스트 10에 들어가고 있는 오강남 교수의 ‘예수는 없다’가 1년 반동안 10쇄 이상을 찍고 1만 5천부 가량 팔린 것에 비하면 ‘예수는 신화다’는 종교서적 판매에 새로운 신화를 기록하는 중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 예수가 신화라는 위험한 발상

‘예수는 신화다’는 이교종교 연구가인 티모시 프리크와 피터 갠디가 공동 저술한 책이다. “우리들의 연구 결과로 오히려 신앙이 더욱 확고해졌다”는 저자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기독교의 뿌리와 정통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신약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이야기 즉, 탄생부터 그의 일대기에 기적으로 불리는 사건들까지 모두 이교도의 신화에서 베껴낸 것에 불과하다는 것.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신화 가운데 이교도 신인 오시리스-디오니소스 신화가 예수전기와 유사성을 갖는다며 글이 시작된다. 기독교가 하나님의 유일무이한 역사 개입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로부터 진화한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기독교의 유일신관을 위협한다.

저자들이 증거로 제시하는 ‘오시리스-디오니소스’ 신화에는 이 신들이 육체를 가진 신이며 동정녀에게 났고 3명의 양치기가 찾아오기 전인 12월 25일 누추한 동굴이나 외양간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또 오시리스-디오니소스는 결혼식장에서 물을 술로 바꾸는 기적을 행했으며 죽은 지 사흘만에 부활해서 하늘로 올라가는 등 신약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일화와 흡사한 신화적 내용을 그럴듯한 증거로 내세운다.

# 왜 이런 책이 인기를 끄나

2000년대에 들어 서점가에는 기독교를 비판하는 책이 자주 등장했다. 한국교회의 부정과 타락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 전 CBS 보도국장을 지낸 한용상목사의 ‘교회가 죽어야 예수가 산다’는 그나마 온건한 편에 속한다. 교회의 문제점을 들춰냈을 뿐 기독교의 근간을 흔드는 신학적 오류는 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오강남교수(캐나다 리자이나대)가 펴낸 ‘예수는 없다’는 “성경을 문자대로 믿을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예수탄생의 역사적 사실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리고 종교다원주의에 힘을 싣는다. 예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무교회주의자를 양산할만한 위험성을 드러냈다. 이후 제목에서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예수는 신화다’가 등장한 것은 1년뒤.

예영커뮤니케이션 김승태 사장은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현대인들의 욕구가 이런 제목의 책들이 인기를 끌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예수는 신화다’가 다룬 신화론이나 동양사상과 기독교의 만남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다뤄진 소재이고 그것이 오직 ‘대박’이 목적인 일반출판사들에 의해 다시 다뤄진 것 뿐이라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현재 미국 출판계의 경향 역시 자극적인 내용과 ‘돈벌이’에 치중되어 있고 미국 출판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우리 출판사들이 검증없이 즉흥적으로 책을 펴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정기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런 기독교 비판서나 비복음서들이 평신도들에게 전달됐을 때 가져오는 파장이다.
배재대학교 장춘식교수(구약학)는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는 신학자 사이에서 계속되어져 왔다. 그러나 연구는 연구일뿐 역사적 예수를 의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예수의 일대기를 신화에서 짜깁기 했다는 주장 자체부터 논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총신대 서철원교수(조직신학) 역시 “현대 서구신학자들은 예수의 성육신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이나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 성경은 이러한 비평방법으로 다뤄질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교수는 또 “기독교 비판서들이나 자극적인 제목의 책들이 기독교를 파괴하고 있다”며 “목회자들이 먼저 책을 읽고 혼란에 빠지기 쉬운 평신도들을 바른 길로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신도들에게 책에 대한 분별력을 길러 주는 것도 목회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 한국교회의 대안 만들기 자극적 제목의 기독교 비판서적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오강남 교수의 주장대로 ‘실제적 무신론’(입이나 머리로는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을 믿지만 실제생활에서는 하나님이 돌아가신 것처럼 하고 사는 태도)자와 같은 생활을 계속하는 한 비판적 글쓰기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책들이 성경을 부정하고 예수의 존재를 신화화 한다고 해서 교회를 떠나는 평신도가 생겨날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서철원교수는 “신학은 더이상 신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평신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신학서적의 출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신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책들의 위험성 여부도 신학자나 목회자의 몫. 대응능력과 비판능력 그리고 자정능력이라는 3박자가 갖춰질 수 있도록 평신도들의 신앙과 지식을 체계화해야 한다 는 주장에 이젠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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