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믿음의 기반 무너지면 대란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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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믿음의 기반 무너지면 대란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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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0.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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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발전한 나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신용사회가 이루어진다. 신실한 사람들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시장을 지배한다.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거래가 신용거래다. 미국의 경우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담보보다 그 사람의 신용을 우선적으로 본다. 담보가 있어도 신용상태가 나쁘면 돈을 빌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도, 담보가 없어도 신용상태가 좋으면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다.

미국에서는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려 해도 신용상태가 좋아야 한다. 십년 전의 금융거래 내역까지 샅샅이 조사해서 이상이 없어야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만약 수 년 전에 은행에서 돈을 빌린 후 이자를 며칠 늦게 낸 사실이 있으면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상세히 들어보고 그 사유가 납득할만 해야 카드를 발급해 준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의 신용상태를 잘 관리하려고 애쓴다.

우리나라에서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담보가 없으면 거의 돈을 빌릴 수 없다. 신용상태가 좋은 사람이라도 담보 없이 은행에 찾아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돈을 빌리고 싶어도 담보가 없으면 아예 돈을 빌리러 은행에 찾아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것도 미국과는 정반대로 이상한 행태가 성행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아무나 발급해 주는 ‘묻지마’ 발급이다. 카드를 발급받기 원하는 사람의 신용상태는 아예 관심 밖이다. 심지어 선물까지 덤으로 주며 카드를 발급받으라고 통사정까지 한다.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면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돈 벌이가 된다는 생각에 일단 카드를 발급하고 보자는 것이다.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빌린 돈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되든 말든 그것은 사용하는 사람의 사정이라는 것이다.

2003년은 우리나라가 카드사태로 인해 신용대란이 일어난 해다. 1997년 143만 명이던 신용불량자가 카드사태를 겪으면서 엄청나게 불어나 2004년 4월 말에는 382만4천 명으로 급증했다. 그동안 다져오던 신용사회의 기반이 한꺼번에 무너져 버렸다. 성경적 자본주의에 대한 신념이 없는 사람들이 저지른 불행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카드사태는 정치권과 카드업체가 함께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IMF사태로 경제가 위축되자 정치권에서는 소비가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며 법으로 묶어 놓았던 1인당 현금서비스 한도 70만 원을 해제시켜버렸고, 카드업체들은 서로 많은 사람들에게 카드를 발급하려고 길거리에까지 나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선물까지 쥐어주며 무작정 카드를 발급했다.

한 사람이 10장 이상의 카드를 발급받은 경우도 흔했다. 돈에 목말라 있던 저소득층의 사람들은 연30%라는 고금리임에도 이 카드사 저 카드사를 불문하고 발급받은 카드로 돈을 빌려 구멍가게를 열고 확장시켜 나갔다. 대출상환기일이 도래하여 상환자금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 카드사에서 돈을 빌려 저 카드사의 대출을 상환하는 이른바 ‘돌려막기식대출’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이 지경이 되자 시장에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드회사들이 현금서비스대출을 하기 위해 동원하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고 이미 발행했던 회사채가 기일이 도래하면 자금을 상환해야 했다. 카드회사가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카드회사에 비상이 걸렸다. 회사채가 상환기일이 돌아와 자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 카드회사들은 제일 먼저 현금서비스 한도를 줄여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돈을 갚으라고 목을 조았다. 그러나 그들은 갑자기 돈을 구할 길이 없어 연체가 무더기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카드회사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기일이 도래한 회사채 상환금액을 조달할 길이 없어 부도가 날 지경이 되었다.

카드회사가 부도나면 시장은 온통 아수라장이 된다. 특히 현금을 소지하지 않고 신용카드를 사용하던 해외여행객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손발이 묶여 버린다. 정부에서는 다급한 나머지 카드회사의 회사채를 소지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을 불러 모아 상환기일을 연장해 주라고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시장경제에서 있어서는 안 될 짓이지만 정부에서 강압적으로 나오니 금융회사에서 말을 듣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렇게 해서 카드대란의 위기를 간신히 넘길 수 있었지만 그 후유증은 엄청난 것이었다. 이 문제는 다음에 살펴보기로 하겠다.

성경적 자본주의는 믿음의 바탕위에 세워져야 한다. 이것을 알지 못하는 지도자들이 경제를 이끌어 가면, “그들은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여 흑암 중에 왕래하니 땅의 모든 터가 흔들리도다(시편 82:5)”라는 말씀대로 나라가 흔들리고 국민들은 많은 고통을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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