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서 ‘기능’까지 성경 변천사 흥미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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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서 ‘기능’까지 성경 변천사 흥미진진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7.22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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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부터 4세대까지 한국 교회사와 동행한 성경
성경은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이다. 하지만 성경은 변했다.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성도들의 취향, 시대의 흐름에 맞게 겉모습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한국 교회 부흥기 이후 성경의 변천사는 크게 1세대 ‘스터디 성경 시대’(1980년대 중반), 2세대 ‘절반 성경 시대’(1980년대 후반), 3세대 ‘통독 성경 시대’(1990년대 중반), 4세대 ‘기능 성경 시대’(2000년 이후)로 분류할 수 있다. 

# 1세대 스터디 성경 시대
1970~80년대 한국 교회는 세계가 놀랄 만한 성장을 이뤘다.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 한국 교회의 놀라운 성장의 배경에는 성경 공부 열풍이 있었다. 이른바 스터디 바이블 시대, 본격적인 ‘평신도 성경연구 시대’가 열린 것이다.

1984년 기독지혜사가 발간한 ‘톰슨관주성경’은 목회자들뿐만 아니라 평신도 지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보통 성경 두께의 2배에 달하는 톰슨성경은 당시 50만 권 이상 팔려나갈 정도로 열풍을 일으켰다. 당시 톰슨관주성경은 관주, 삽화, 연대, 서언 등을 수록하고 지도와 도표, 사전 등을 실어 성경 본문보다 주석이 2배 이상 많았다.

한국 교회 성장과 함께 평신도들이 목사들의 성경 해석에 의존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성경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이후 기독교 출판사들이 스터디 바이블, 주석 성경을 경쟁적으로 출판했고 10여 종이 넘는 스터디 성경이 불티나게 팔렸다.

1세대 성경 부흥기 당시 성경 배치를 시대 순으로 바꾼 ‘연대기 성경’이 등장했지만 파격적인 시도 때문인지 평신도들에게 보편화 되지는 못하고 신학자들의 연구서나 참고서 정도에 머물렀다. 

# 2세대 절반, 3세대 통독 성경 시대
평신도들의 성경 연구 욕구는 계속돼 스터디 성경 시대 추세는 이 시기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지나치게 두꺼워진 성경에 대한 반작용이었을까. ‘라이프 성경’을 시초로 얇은 성경을 찾는 성도들이 늘어났다. 

1980년대 후반 2세대 절반 성경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한 페이지에 2단으로 성경을 싣고 주석도 최소화했다. 한층 얇아진 성경은 1/2성경, 만나 성경 등으로 대표됐다. 

크기가 얇았던 만큼 두꺼운 성경에 거부감을 가진 초신자들을 위한 선물용으로도 많이 팔렸다. 또 스터디 성경은 집에서 소장하며 볼 수 있었지만, 교회에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실용성은 떨어졌다. 이 때문에 절반 성경을 찾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났다. 

한국 교회의 성경 사랑은 1990년대 중반 ‘성경통독’ 바람으로 이어졌다. 이때 성경통독원 (원장:조병호 박사) 등 성경통독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이 속속 등장했다. 교회도 여름과 겨울 수련회 때 3박4일, 6박7일 등 성경통독 수련회를 개최하거나 평신도들이 성경통독 기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성경통독 바람은 3세대 성경 변화를 이끌었다. 통독하기 쉽도록 성경 주석이 빠지고 활자가 크게 인쇄된 성경이 등장했다. 성경 통독을 위해 시연성이 강조됐고 활자 디자인, 표지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 4세대 기능 성경 시대
2천 년대 이후 출판사들은 독자들의 요구에 맞는 특성화된 성경을 내놓고 있다. 휴대성을 강조한 부분 성경은 신구약 성경을 10여 권으로 나눠 볼펜 한 자루 정도의 두께로 쪼개 휴대성을 높였다. 또 한 달에 한 권씩 읽으면 성경을 3독 할 수 있도록 구성한 성경도 있다. 

치유와 묵상을 목적으로 한 성경도 눈에 띈다. 성서원에서 발간한 ‘회복성경’은 심리 치유를 목적으로 한다. 치유사역을 하고 있는 릭 워렌 목사(미국 새들백교회)의 회복 사역을 담은 ‘회복성경’은 성경 말씀 중 치유와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고 묵상과 연결해 상담과 치유가 이뤄지도록 이끈다. 또한 새신자들을 위한 Q&A성경도 있다. 성경 읽기가 지루하지 않도록 본문 중간 중간에 대화 형식의 문답을 넣었다. 평신도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질문에 답을 함으로써 하나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이 외에도 신혼부부를 위한 성경, 성경 속 관습과 풍경을 담은 고고학 성경, 메모지가 붙어 있는 성경 등 독자들의 요구에 맞게 다양한 성경이 출간되고 있다. 기독서점에는 형형색색,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성경들이 비치돼 성도들을 유혹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기술을 활용한 성경 앱도 등장했다. 두꺼운 성경을 가지고 다니기 싫어하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찾는 것이 점차 익숙한 풍경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성경의 변천사를 달갑게 바라볼 수만은 없다. 기독교계 출판 한 관계자는 “한국 교회 성도들의 성경 사랑이 예전만 못하다”며 “성경이 특성화되고 다양화되는 것은 일면 긍정적이지만, 성도들이 예전처럼 성경을 많이 찾지 않는 데서 나온 출판사들의 고육책이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예쁘고 다양해진 성경만큼 다시 한국 교회에 성경 공부 바람, 성경 통독 바람이 일어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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