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실행위, ‘WCC 준비위’ 갈등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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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실행위, ‘WCC 준비위’ 갈등 폭발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7.2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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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 대 감리교, 기장, 성공회 대립 격화

2013년 WCC 부산총회 준비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갈등이 표면화 되면서 에큐메니칼 운동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지난 21일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이영훈) 제59회기 제3회 정기실행위원회는 회원 교단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일부 위원들이 퇴장하고 고성이 오가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회원 교단 간 갈등은 실행위 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지난 18일 대한성공회는 김근상 의장주교 명의로 교회협과 회원 교단에 공문을 보내 한국측 준비기획위원회 조직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른바 ‘공문 발송’ 사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특히 준비기획위 불참 선언은 사실상 가장 강도 높은 반발이어서 큰 파장을 예고했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실행위원회에서 김영주 총무는 인사말을 통해 "WCC 총회는 우리 모두의 축제"라며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날 실행위는 교단 간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상처만 남긴채 끝났다.
기독교대한감리회도 같은 날 교단 파송 교회협 실행위원들이 모임을 갖고 “부산 총회 준비가 예장 통합측의 독주로 인해 에큐메니칼 정신이 무너지고 있다”며 교단 간 대화와 합의가 존중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WCC 공문 발송을 주도한 예장통합측의 해명과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교회협 회원 교단 산하 기독교사회운동 단체들도 20일 공동성명을 통해 회원 교단 간 갈등으로 인해 준비위원회 구성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WCC의 원칙을 강조하며 “특정한 이해와 요구를 앞세우기보다, 한국 교회의 일치와 연합이라는 에큐메니칼의 본래 정신을 발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갈등은 마지막 안건으로 제안된 '평화열차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실무진 구성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표면화 됐다. 평화열차는 2013년 WCC 부산총회의 인상적인 개최와 한반도 평화통일의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해외 참가자들이 유럽과 러시아, 중국, 북한을 지나 부산까지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대형 프로젝트.

이날 김영주 총무는 "WCC 한국측 준비위원회가 아직 구성되지 않았지만, 평화열차는 국가 간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장기 프로젝트"라며 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다만 ‘평화열차 추진위원회는 한국측 준비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는 즉시 실무를 이관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회권 교단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준비위원회 구성을 기약할 수 없고, 2년여를 남긴 상황에서 더 늦어질 경우 한국 교회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평화열차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예장 통합총회 인명진 목사는 "교회협 실행위원회가 WCC 준비위원회와 관련한 결의를 하면 그 업무를 연계한다고 해도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인 목사는 “교회협 실행위가 결의할 것이 있고 결의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며 “의견은 좋지만 이야기에서 끝내고 준비위원회가 추진할 수 있도록 넘기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장시간 논의 끝에 실행위원회는 앞서 안건이었던 WCC 부산총회를 목표로 한반도 평화협정체결 서명운동과 평화콘서트 개최를 위해 설립을 결의한 '(가칭)평화함께2013위원회'에 평화열차 프로젝트 추진 업무를 맡기기로 결의했다.

이후 아시아교회여성연합회 이문숙 총무는 “한국측 준비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준비 상황을 상세히 보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영훈 회장은 “7차례 준비기획위원회가 모여서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회원 교단 간 이해 문제가 돌출됐다”며 “속히 마무리해 다음 회기에 발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공회 김광준 신부는 “대한성공회는 한국측 준비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회원 교단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교회협 김영주 총무는 “교단들 의견이 조금 다르지만 소득이 없다고 할 수 없으며 합의점이 상당히 도출돼 있다”며 “곧 교단끼리 합의하고, 성공회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인내를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호소했다.

감리교 정상복 목사는 “상황을 빙빙 돌리지 말고 왜 지금까지 준비위가 구성이 안됐는지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몇몇 위원들도 내용 공개와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준비기획위원회에 참여했던 기장 배태진 목사가 발언권을 얻어 “지금 (준비기획위원회) 회의체에 문제가 있다”며 “회의에서 결의된 사항으로 모든 것이 진행 돼야 하는데 회의한 내용이 전혀 아닌 내용을 WCC 본부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배 목사는 한국적 상황을 고려해 내셔널코디네이터(Chief of National Coordinator)를 없애자는 의견이 교환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성원 중앙위원을 선임했다고 밝힌 부분을 지적했다. 즉 다른 교단들과 협의 없이, 그것도 내셔널코디네이터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준비위 구성이 확정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을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이어 배 목사는 “위원장, 준비위원장, 예배위원, 네셔널 코디 등 WCC 총회 유치와 관련한 요직을 통합측이 독식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주장하고 예장 통합 조성기 사무총장과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배태진 목사가 언성을 높이고 감정적 발언을 쏟아내자 인명진 목사를 비롯한 예장 통합측 일부 위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인상을 구기며 회의 도중 퇴장했다.

이후 발언권을 얻은 조성기 목사는 “치프(Chief)라는 표현을 쓴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동의한다”면서도 “그날 회의에서 누군가 한 사람이 역할을 해야 한다면 박성원 목사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오고갔다”고 주장했다. 또 "공문을 보낸 것은 WCC가 5월 말까지 준비위 조직에 대한 통보를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통합측이 다 독점했다고 하는데 처음 20인 위원회를 시작으로 19개월 동안 3명의 총무들과 함께 회의를 통해 진행해왔다”며 “무엇이 독점인지 납득할 수 없다.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단과 한 개인을 폄훼하는 것은 품위 없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성공회 김광준 신부는 “이 문제 본질적인 핵심은 WCC 준비 실무 주체를 어디에 둘 것이냐”라며 “지난 2년간 준비위가 구성되지 못한 것은 교회협을 WCC 준비에 참여 시키느냐 하는 것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측 실무 책임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를 놓고 지금까지 이견을 보이고 논쟁해 왔던 것”이라며 “교회협 총무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하고 중심에 있어야 한다. 이는 교회협 위상과 정체성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회의가 격앙되자 이영훈 회장은 “교회협이 결론을 내놓는 자리가 아니”라며 “준비기획위원회 모임에서 머리를 맞대고 하나 될 수 있도록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며 회의를 마무리 했다.

이날 실행위는 한국기독교역사문화박물관 설립 추진 여부를 연구하기로 결의했다. 박물관은 한국 기독교 역사 사료의 체계적 수집과 보존, 역사 연구와 미래 비전 제시, 한국 교회 에큐메니컬 센터 기능 등을 목적으로 제안됐으며, 각 교단 2명과 약간의 역사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위원회가 타당성 여부를 연구해 다음 실행위에서 보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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