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2] 교회협, 용공·좌파 ‘색깔론’ 넘는 새 변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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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2] 교회협, 용공·좌파 ‘색깔론’ 넘는 새 변화 절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6.29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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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메니칼 운동의 중심지 교회협을 향한 비판

▲ 지난달 30일 열린 ‘긴급회의’는 교회협에 대한 교단들의 선입견이 드러났다.

■ 분열 움직임 보이는 에큐메니칼, 본질적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

대화의 폭 넓히는 포용력과 다양한 복음적 변화 일어나야
교회적 지지얻는 통일 운동과 에큐메니칼 저변 확대 과제

1) WCC 부산총회 준비상황과 기획위원회를 보는 시각
2) 에큐메니칼 운동의 중심지 교회협을 향한 비판
3) 2년 앞으로 다가온 WCC 부산총회 서둘러 준비하자

국내 에큐메니칼 운동의 중심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있다. 이는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역대 세계교회협희회(WCC) 총회 역시 그 나라의 NCC가 창구 역할을 감당했다. 그동안 세계교회와 교류의 문을 열고, 국내 에큐메니칼운동을 조직하고 저변을 확대해온 중심에 교회협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교계에서는 교회협 ‘재정비론’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금의 교회협으로는 포괄적 에큐메니칼운동의 전개도 어렵거니와 더 이상 한국 교회와 사회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전국 수련회에서 강사로 나선 이성구 목사(구포제일교회)는 “교회협은 좌파와 같은 기울어진 성격을 가진 것으로 규정되어 있어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안고 갈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목사는 “교회협이 한국 교회의 대표성을 갖기 위해서는 포용력 있는 태도를 취해야 하지만 아직도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지적은 예장 고신에 소속된 목사의 시각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치부하기 상당히 보편적인 지지를 받는다. 교계, 특히 보수권에서는 교회협의 ‘색깔론’을 늘 앞세운다. 그동안 교회협이 보인 대북관, 인권활동, 사회정의 운동에서 지나치게 일방향적인 이미지를 지우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로 이어진 진보 집권 10년 동안 한국 사회는 ‘보수 회귀’ 현상을 나타냈다. 진보 정부의 개혁이 보수권과 기득권층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기득권층에 속해있는 교회도 그 보수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정권에 대한 불만은 그와 맥을 같이 해온 진보 교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어졌고, 교단 내부에서는 보수층의 발언이 힘을 얻으면서 세를 확장시켜 나갔다. 교회협이 지난 80년 간 한국 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하고, 금기시 되어 있던 남북통일 문제를 밖으로 끌어내는 등 한국사에 기록될 다양한 사회적 결과를 내왔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집권 10년 동안 과거의 공은 뒤로한 채 보수주의자들에 의해 ‘색깔론, 용공론’으로 비판받으며 평가절하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했다.

문제는 한국 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을 이끌었던 핵심 인사들이 진보 정권 아래에서 정부 요직에 기용되면서 교회협을 비롯한 교단 에큐메니칼운동에서 한 발 물러나게 됐다는 점이다. 후배를 키우고, 에큐메니칼운동의 저변을 넓히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운동을 지지하고 격려해야할 선배들이 빠져나가면서 사실상 에큐권은 혼돈의 상태에 빠지게 됐다. 에큐의 맥을 이어나갈 후배들은 자신들을 이끌어주는 믿을만한 선배 없이 시대의 변화와 보수의 비판 앞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이다.

이런 혼란 중에 얻어낸 것이 WCC 총회 유치라는 성과였다. 예장 통합측 한 인사가 “교단의 100년 숙원사업”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WCC 총회는 국내 에큐메니칼권으로서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중요한 기회였다. 그동안 세계 교회의 도움을 받아 성장해온 한국 교회가 당당히 그 빚을 갚고 연합과 일치, 그리고 다양성의 평화로운 공존을 세계 앞에 보여주게 된 것이다.

WCC 총회는 회원 교단인 통합과 감리교, 기장, 성공회 등 4개 교단의 뜻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여기에 교회협 회원 교단들의 지지가 있었다. 사실 WCC 총회를 치루기 위해서는 7개 교단만으로도 충분하다. 가톨릭과 정교회의 참여, 그리고 교회협을 통한 북한 교회 초청 등 세계 교회로서는 교회협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 교회의 에큐메니칼 ‘현재’만으로도 충분한 감동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준비기획위원회는 ‘복음주의권’으로 확대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세웠다. 그 이면에는 “지금의 ‘교회협’으로는 안 된다”는 우려가 깊게 깔려 있었다.

통합측 한 인사는 “에큐메니칼운동의 확산을 위해서는 교회협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용공, 좌파 비판을 받고 있는 교회협을 넘어 보다 복음주의적인 에큐메니칼운동을 구상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일부 교단에서는 새로운 에큐메니칼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기회로 WCC 총회를 생각하고 있다.

준비기획위원회 일각에서 교회협 배제론을 계속 주장하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복음주의권과 보수권에서는 ‘교회협’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심하다는 것. 교회협이 전면에 나선다면 포괄적 총회 준비는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교회협에 대한 반감은 지난 5월 30일 소집한 ‘한국 교회 회복을 위한 긴급회의’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18개 교단을 초청한 긴급회의는 8개 교단만 참여했고, 교회협 비회원 교단으로는 기성 한 곳만 참석했다. 기성 주남석 총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 교회 전체를 위한 논의라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왔다. 하지만 교회협이 주도하지 않아야 더 많은 교단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절실한 마음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던 김영주 총무는 “최근 한국 교회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우리도 자유롭지 못하며, 책임을 통감한다. 교회의 본질 회복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급박한 과제라고 생각해 긴급회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총무는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경계도 허물고, 교단 간 교리와 이해관계도 뛰어넘어야 한다”며 기득권을 내려놓을 뜻을 밝혔다. 그러나 진심은 통하지 않았다. 교회협에 대한 색안경을 쉽게 벗어던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WCC 총회는 교회협에게 있어서도 기회다. 세계 교회를 초청하는 자리에 함께 하고픈 교단들을 찾아내고 이들을 교회협 회원으로 끌어안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회협 회장 이영훈 목사는 지난 4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회협의 문호 개방”을 언급했다. 복음주의권을 포함해 보다 많은 교단이 참여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방식의 변화도 시급하다.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며, 언제나 평화통일 기조로 앞장서 가고 있지만 북한의 이중적 양면성을 고려한 통일운동과 인권운동을 함께 전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 에큐 인사는 “이제는 교회협도 북한의 인권을 이야기 하는 열린 통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쪽으로 치우진 교회협의 운동성을 균형있게 바로 잡아야 미래에도 영향력 있는 에큐메니칼 운동체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아직 한국 교회 에큐메니칼운동의 중심에 교회협이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교회 안팎으로 보다 굳건한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더 넓은 포용성과 열린 대화, 그리고 균형잡힌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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