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28강) 예수님은 나에게 누구이신가?
상태바
마가복음(28강) 예수님은 나에게 누구이신가?
  • 운영자
  • 승인 2011.05.24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풍랑과 바다를 잠재우신 주님
 

마가복음 4장 35절부터 5장에는 4개의 기적 이야기가 연속적으로 등장한다. 주님은 광풍을 잠잠케 하시고(4:35-41), 거라사의 귀신들린 사람을 치유하시며(5:1-20), 혈루병 걸린 여자를 고치실 뿐만 아니라(5:25-34), 죽었던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셨다(5:21-24, 35-43). 이러한 기적 사건들은 마가복음 전반부의 주요한 특징인 영광의 주(the Lord of Glory)로서의 그리스도를 소개하면서, 예수님의 놀라운 능력과 권세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첫 번째와 두 번째 사건은 자연만이 아니라 더러운 영에 대하여 권세를 가지신 주님의 모습을 잘 부각시키고 있다.

갈릴리 호수에서 갑작스런 돌풍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제자들 중 최소한 네 명이 숙련된 어부였는데, 그런 상황에 놀라워하는 것을 보면, 그 풍랑이 예사롭지 않았음을 가리킨다고 하겠다. 그런데 그러한 상황에서도 주님이 주무시고 있었다는 것은 제자들의 반응과 매우 대조적이다. 즉 예기치 않은 풍랑을 만난 상황에서 나타난 제자들의 믿음 없는 행동은 하나님을 철저히 믿고 주무시는 주님의 태도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에게 닥쳐오는 모든 상황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바른 태도를 주님에게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거친 풍랑과도 같은 험한 세상에서 평화를 누리기 위하여 우리는 광풍을 포함하여 세상의 모든 일을 하나님께 온전히 맡겨야 하는 것이다.

주님은 광풍을 꾸짖으시고 바다에 대하여 잠잠하라고 명령하셨는데, 이는 더러운 영을 책망하시는 마가복음 1장 25절과 유사하다: “예수께서 꾸짖어 가라사대 잠잠하고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하시니.” 주님의 두 말씀 사이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공통점은 매우 놀라운데, 왜냐하면 바다는 혼동과 악의 상징으로 종종 나타나고, 폭풍은 거역하는 세력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를 보면, 주님의 꾸지람을 들은 더러운 영은 큰 소리를 지르며 쫓겨 나갔고(막 1:26), 큰 광풍은(막 4:37) 이제 아주 잠잠하게 되었다(막 4:39). 이처럼 자연 속에 역사하는 악령의 세력을 잠재우심으로써 주님은 하나님 나라의 능력을 생생하게 나타내 보이신 것이다.

그 후 주님은 광풍 앞에서 놀라 떨며 두려워하던 제자들의 믿음 없음을 책망하셨다. 그러자 이제 제자들은 더욱 심히 두려워하면서, 주님께 물었다. “이분이 누구이신가?”(Who is he?) 마가의 청중 혹은 독자는 이 질문의 답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제자들은 여전히 진리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후에 터툴리안 같은 교부는 이 사건을 해석하되, 배를 핍박에 흔들리는 교회로 풀이하면서 그런 상황에서 교회는 그리스도께 도움을 구해야 하는 것으로 설명하였는데, 이러한 풍유적(allegorical) 해석은 저자 마가가 제시하는 이 사건의 본질을 비켜가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저자의 관심은 예수님의 참 신분, 즉 “이분이 누구이신가?”에 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여기서 주님이 하나님을 부르시지 않고, 그분 자신이 직접 행동하시는 것을 보게 된다.

따라서 “이분이 누구이신가?”에 대한 질문은 어떤 개념이나 칭호로 대답될 수 없는 것이다(참고 막 8:29 이하). 제자들은 하나님이 지금 그들 가운데 역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하는 것이다.

사실 마가복음은 처음부터 주님의 신분, 즉 그분이 어떤 분인지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갖고 시작한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시작이라.”(막 1:1). 이 서언이 마가복음의 제목이자 총 주제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하여 마가는 그 복음서를 기록하면서 계속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신지를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하였다. 주님이 세례 받으실 때 하늘로부터 들려온 소리 역시 이를 증거한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하시니라.” (막 1:11) 마가복음의 서두에 언급된 이 선언은 복음서의 마지막에서 다시 반복되어 나타난다. “예수를 향하여 섰던 백부장이 그렇게 숨지심을 보고 이르되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 (막 15:39) 처음 세례 때의 선언은 하늘과 하나님의 음성이라면, 마지막 숨질 때 백부장의 선언은 땅과 사람의 음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수미쌍관법(首尾雙關法, inclusio) 구조로써, 저자가 주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한 문학적 장치인 것이다. “나에게 예수님은 누구이신가?” 제자들이 풍랑 속에서 던진 이 질문은 여전히 오늘 우리들도 물어서 확신을 가져야 할 중요한 질문인 것이다. 김경진 교수<백석대 신약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