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단기선교 경험 모은 '매뉴얼'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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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단기선교 경험 모은 '매뉴얼' 필요하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5.1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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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한국 파트너스위원회 지난 13일 신반포교회에서 대토론회 개최

중장기 선교 결단으로 이어지는 전략 마련하고 개교회 훈련 나서야

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히 증가한 단기선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선교계는 매년 10만 명 정도의 단기팀이 해외로 나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 교회 전체가 쓰는 단기선교 비용을 환산하면 한 명당 100만 원씩만 잡아도 연간 1천억 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된다. 결코 적은 돈이라 할 수 없다. 1천억의 예산이라면 실제 선교 현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교회나 단체별로 진행되는 단기선교를 막을 수도 한 곳에서 일관되게 관리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선교의 ‘첫 걸음’으로 불리는 단기선교. 그러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선교는 무의미하다. 지난 13일 선교한국 파트너스위원회는 한 단계 수준 높은 단기선교를 위해 전문가들을 불러 모아 ‘21세기형 단기선교여행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신반포교회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과제와 대안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 가장 시급한 과제로 한국 교회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기선교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선교사 파송 세계 2위의 명성에 걸맞는 한국 교회를 만들기 위해선 수십년 간 쌓아온 선교의 경험을 하루빨리 데이터로 정리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파트너스위원회 한철호 선교사는 “재정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지만 가능하다면 지역 교회와 단체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단기 선교 매뉴얼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21세기에 추구할 건강한 단기선교의 시작을 알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 단기선교여행 문제는 많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단기선교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지적됐다. 토론회를 주최한 선교한국은 “단기선교를 통해 구체적인 선교동원이 일어나야 하지만 열매가 없는 선교가 많다”며 “이제는 창의적 대안을 찾아 단기선교의 패러다임 전환을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성이 취약한 중소형 교회의 집중적 참여가 단기선교의 문제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최주석 전도사는 “한국 교회의 90%를 차지하는 중, 소형교회가 준비 없는 선교를 진행하거나 단회적, 이벤트성 선교를 펼치며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도사는 “교회 내 단기선교 전문가의 부재와 훈련 프로그램의 부족, 선교 전략 부재 등이 선교 성과주의나 위기관리 미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단기선교의 문제점은 이미 오랜 시간동안 하나씩 드러났다. OMF 손창남 선교사는 “목표도 없이 진행되는 단기선교가 많으며 수차례 단기선교에도 장기적 헌신이 일어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고 말했다.

# 단기선교 정책적 매뉴얼 필요

지난 2007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봉사단 피랍사건 이후 공격적 선교에 대한 비난도 쇄도했다. 선교한국 대회 조직위원회 이대행 선교사는 2007년 아프간 사건 직후와 2011년 한국교회의 해외단기선교에 대한 의식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한국 교회의 해외선교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응답이 50%에 달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공격적 선교에 대한 지적은 다소 완화됐다. 또 단기선교는 봉사와 복음이 함께 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목회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설문 응답자들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훈련, 위급상황에 사용하는 대책 매뉴얼 마련, 경쟁을 지양할 해외선교정책의 창구단일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응답비율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2007년과 2011년 모두 비슷한 의견이었으며, 특징적으로 급변하는 세계상황을 바로 이해하고 참여하는 단기선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 ‘변화’와 ‘결단’이 중요하다

단기선교는 선교동원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단기선교로 자신이 기도한 지역을 정하고, 그 지역문화와 상황을 정탐하고 그리고 중장기 선교사로 헌신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선교지에 대한 충분한 기도와 이해 없이 진행되는 선교는 자칫 ‘관광’과 다를 바 없는 무의미한 선교가 되고 만다. 한국형선교개발원 조명순 선교사는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장단기선교사로 헌신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선교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열매로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장기 선교사로 결단이 없더라도 단기선교는 안 가는 것보다는 다녀오는 것이 낫다. 개인의 의식 변화는 선교를 위한 후원과 중보기도, 원거리 지원 사역 등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조 선교사는 단기선교가 ‘정탐선교’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과 함께 지역교회의 선교훈련과 현지 사회에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리서치 중심의 선교를 강조했다. 또 ‘나를 위한 선교’가 아니라 ‘그들을 위한 선교’라는 점을 교회 현장에서 깊이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GP선교회 김동건 선교사는 맞춤형 선교와 가족형 단기선교, 문화사역 단기선교, 공정여행으로의 선교여행, 네트워크형 단기선교를 제안했다. “청년 중심의 단기선교가 아닌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적 단기선교와 귀국 후에도 현지인과 비전을 나누고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형 단기선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토론회를 마친 선교한국은 “단기선교가 이벤트가 아닌 선교를 위한 프로세스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선교여행 후속 프로그램 개발과 단기선교의 방향을 이끌어 가는 교재, 강습회의 개발, 필드선교사를 위한 교육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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