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의 권위가 성경보다 높아졌다”
상태바
“설교의 권위가 성경보다 높아졌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4.04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글성경 완역 100주년 기념 예배

“한국 교회는 기독교 왕국을 꿈꾸면서 교회의 권위를 성경의 권위보다 우위에 놓는 무서운 우를 범했다. 오늘날 설교의 권위가 성경보다 높아졌다. 설교자의 목소리가 성경 내면의 소리보다 높아졌다.”

▲ 한글 성경 완간 100주년 기념 예배가 서울 연동교회에서 열렸다.
지난 4일 서울 연동교회에서 열린 ‘한글 성경 완역 및 출간 100주년 기념 예배’에서 성경의 권위를 경시하는 한국 교회의 현실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날 설교를 맡은 노(老)학자 은준관 목사(실천신학대학원 총장)는 한국 교회의 큰 흐름을 분석하고 “성경은 단지 설교를 전하는 참고서로 전락했다”며 질타했다.

이날 ‘하나님의 구원을 순례하는 신앙’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전한 은 목사는 “한국 교회는 1970년대와 80년대 교회성장기를 지나면서 5만 교회, 1천2백만 성도로 성장했다”고 밝히고 “이 때가 교회성장의 클라이막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교회의 성장과 부흥을 한국 교회 사례와 비교한 은 목사는 “이후 교회 성장이 끝났다는 경고음이 무서운 파괴력을 가지고 교회를 난타했다”며 “기독교가 지식인과 젊은이들의 관심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90년대 이후 한국 교회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 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는 지난날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교회 성장 신드롬에 빠지는 위험한 선택을 했다”며 “미국발 유행성 교회성장 프로그램을 좇아 극장식 교회 건축, 재단의 스크린을 통한 무대화, 돌아다니는 설교 등의 스타일이 유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메가처치가 부상했지만 새신자의 영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며 “작은 교회에서 큰 교회로 옮겨온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도화된 교회를 버리고 스스로 영적으로 살려는 부류가 교회를 떠나기 시작했다. 지식인과 젊은이들이 조용히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경고하고 “한국 교회가 기독교 왕국이 아니라 하나님이 성경 속에서 펼쳐 가시는 구원을 순례하는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 목사는 “한글 성경은 한국 교회가 겪어온 긴긴 수난의 여정 가운데서도 성경의 권위를 끝까지 지켜왔다”며 “오늘 이 순간까지 한국 교회를 하나로 묶어온 중심적인 축이자 에너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예배에는 사이먼 반스 미국성공회 부총무, 마코토 와타베 일본성서공회 총무, 한글학회 오동춘 이사 등이 축사했으며, 마이클 페로 세계성서공회연합회 총무가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한글 성경의 역사는 1877년 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회 존 로스 목사와 메킨타이어 선교사, 이응찬 등이 중국 심양에서 번역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난 1911년 신구약 성경이 한글로 완역됐으며 올해로 백주년을 맞았다. 한글 성경 번역과 출간은 한국의 문화와 사회, 사상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