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함을 넘어 살가운 상상력으로 돌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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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함을 넘어 살가운 상상력으로 돌파하라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4.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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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리얼리즘 전성시대의 기독교 문화

바야흐로 리얼리즘 전성시대다.

최근 한국 방송 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서바이벌 방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 방식의 특징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식의 경쟁을 통해 가치 있는 어떤 것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 대중문화와 리얼리즘

지난해 케이블 방송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은 Mnet 리얼리티쇼 슈퍼스타K’. 또 한편에서는 대본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연예인들이 고정적으로 출연해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정해진 규칙에 의해 게임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려 살가운 웃음을 선사한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모습이 현실적이고 인간적일수록 환호한다.

▲ 최근 대중문화 속에서 큰 흐름을 차지하고 있는 리얼리즘은 기독교 문화에 단순한 스토리의 한계를 뛰어넘야 한다고 도전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씨씨엠루키, 소명2, 클럽 코스모스, 플랜트콘서트의 한장면.
그것이 음악이던지, 웃음이던지, 삶의 방식이던지 리얼리즘이 추구하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무언가 꾸며진 웃음, 장식된 분위기, 갖춰진 논리를 따라가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를 둘러싼 논란은 리얼리즘 문화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간단히 말하면 7명의 가수가 출연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노래를 바꿔 부르고 500명의 청중평가단을 통해 한 명의 탈락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이 프로그램은 다소 자극적인 서바이벌 방식이 논란이 됐다. 각본이 없다보니, 참가 가수 중 최고 선배인 김건모가 7위를 했다. 그러나 그에게 탈락의 룰이 적용되지 않고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자 대중들은 공분했다. 리얼리티가 거부당한 것이다. 그러나 이후 참여한 가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라는 가수 본연의 모습을 보여줬을 때 대중들은 감동했다. 아이돌 스타, 댄스 그룹 등 그동안 보여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왔던 가요계는 반색했다. 대중들은 가수의 본질을 추구하는 모습에 열광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 그것이 가수에게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 씨씨엠루키 등 새로운 시도

기독교 문화도 이 같은 대중 주류 문화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독교 문화 중 하나인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계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음반 판매 시장이 축소되고 있고, 교회 내에서 CCM 가수들을 찾는 횟수도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활용해 침체에서 탈출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CCM계의 슈퍼스타K로 불리는 씨씨엠루키(CCM Rookie)가 그것이다. 씨씨엠루키는 예장 통합 총회문화법인과 뮤직브릿지가 주최하고 H's 엔터테인먼트가 주관하는 CCM 가수 선발 경연대회다. 수상자는 기획사를 통해 CCM 가수로서의 활동을 지원받게 된다.

3차까지 공개 예선을 마친 씨씨엠루키는 49일 오후 6시 서울 홍대 뮤직브릿지 3층 홀에서 본선을 진행할 예정이다. H's 엔터테인먼트 은희승 대표는 1회 씨씨엠루키를 통해 침체돼 있는 크리스천 문화가 널리 알려지고 더 나아가 복음에 대한 바른 인식까지도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이 대회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만큼 실력 있는 CCM 가수를 발굴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 같은 대회를 통해 침체된 CCM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크다.

이와는 별도로 찬양사역자연합회도 지난해부터 플랜트콘서트’(Plant Concert)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CCM을 대중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 홍대 클럽에서 열리는 플랜트콘서트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알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향해 당당하게 선포한다. 그들의 문화의 중심에서 복음을 외치는 것이다.

2011년 첫 번째 플랜트콘서트는 31일 오후 7시반 홍대 클럽 롤링홀에서 열린다. 김성호 회장(에이멘 멤버)외국에서는 CCM이 대중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한국 CCM계의 열악한 환경을 탓하기 보다는 찬양사역자들 스스로가 나서 출구를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실화, 다큐 영화의 흥행

최근 영화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리얼리티가 가미된 영화가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월 대장암으로 사망한 고 이태석 신부의 삶과 죽음을 다룬 영화 울지마, 톤즈는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오지마을 톤즈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벌어진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 신부가 가난한 나라 수단의 톤즈 마을에 학교를 세우고, 병원을 짓고, 음악을 가르치는 과정을 소소하게 그려냈다.

이 영화는 지난해 9월 개봉해 현재 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국내 종교 다큐멘터리 영화 최고의 흥행 기록이다. 지금도 기관 및 지자체에서 무료상영을 통해 영화의 감동을 나누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09년 기독교 다큐영화인 소명이 아마존에 사는 강명관 선교사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중들을 감동시켰다.

신현원 감독의 이 작품은 전체 인구가 100여 명 밖에 안 되는 작은 부족인 바나와 원시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강명관 선교사의 이야기를 그렸다. 신의 뜻을 따라 오직 그들을 돕기 위해 오지로 떠난 선교사의 이야기는 물질문명을 쫓아 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도전을 던졌다.

지난해 3월 개봉한 소명2 모겐족의 월드컵도 미얀마와 태국의 접경에서 생활하는 바다 집시 모겐족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평신도 선교사 강성민 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헝겊을 말아서 공을 차고 헛발질을 해대는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강성민 선교사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소명 시리즈는 최근 소명3 히말라야의 슈바이처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세브란스 출신 1호 의료선교사인 할아버지 의사 강원희 선교사 부부의 이야기다. 잘되던 병원을 정리하고 30년 넘게 왕진 가방 하나를 메고 히말라야 등지를 다닌 그의 이야기가 또 어떤 감동으로 대중들을 매료시킬지 기대되고 있다.

# 리얼리티 담은 기독교 문화

이처럼 리얼리티의 요소를 담은 대중문화의 바람이 기독교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존의 고루하고 진부한, 단선적인 기독교 스토리는 더 이상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 단순한 진리탐구식의 레토릭(수사학, 언어를 통한 설득의 기술)이 심지어 기독교인들조차 기독교 문화를 멀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자성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기독교 문화 전문가들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교계 문화단체 관계자는 최근 기독교 문화도 천편일률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참신한 소재와 독창적인 스토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기독영화제 한 포럼에서도 소재와 내용의 다양성을 통해 기독 문화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근 개봉한 창작 뮤지컬 클럽 코스모스는 기독교적 요소를 무대에 잘 녹여낸 작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오는 423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공연되고 있다.

클럽 코스모스는 극에서 단 한번도 하나님’, ‘예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절대적인 사랑의 의미, 세속적인 가치 추구의 허무함, 인간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 등 다양하고 난해한 논제들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랑이라는 기독교 본질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직선적인 복음, 구원 스토리를 넘어, 성경에 담겨 있는 풍부한 레토릭과 비유적 표현을 세련되고 자연스럽게 풀어내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리얼리즘이 그 열쇠다. 리얼리즘 대중문화의 흐름이 기독교 문화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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