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영광 누리려면 ‘십자가’부터 짊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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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영광 누리려면 ‘십자가’부터 짊어져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1.03.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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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절, ‘고난의 의미’를 되돌아보다(하)

▲ 17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영성 운동가들은 교회와 성도들을 향해 참회와 성결의 삶이 필요함을 강하게 선포했다.
지난 3월 9일, 사순절이 시작됐다. 주일을 뺀 40일을 지나면 4월 24일, 예수께서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부활주일이 된다. 사순절, 이 40일의 기간이 우리에겐 무슨 의미를 주는 것일까. 그리고 예수께서 당하신 고난, 우리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본지는 2회에 걸쳐 고난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현재적 의미와 성도들의 신앙 속에 살아나는 고난과 사순절을 되살려본다. <편집자 주>

개혁과 변혁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한국 교회 당면과제는 ‘회개 운동’
경건주의ㆍ청교도ㆍ수도원 운동이 추구했던 ‘성결과 거룩의 삶’ 필요

오는 24일 주일 새벽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드려지게 될 ‘부활절 연합예배’는 한국 교회의 회개에 초점을 맞춰 ‘부활,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교회부활절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원회)는 “우리 교회는 현재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본연의 정신에서 떠나 세속 가치관에 물들어 버렸다”며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회개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준비위원회는 “한국 교회는 섬김을 위한 자기비움은 보이지 않고, 권력에 대한 과도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을 뿐만 아니라 맘몬이 신앙을 대신하고, 물질이 소망을 대신하며, 규모가 사랑을 대신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뿐만 아니라 “교회와 단체들은 권력집단으로 전락했으며, 교권투쟁을 위한 수라장이 됐다”며 “이런 암울한 현실 앞에서 한국 교회의 쇄신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새로운 시작은 오직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강조하면서 사순절 기간에 한국 교회가 참회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

사실 사순절을 보내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일반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안의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비춰지고 있는 한국 교회의 현재 모습은 수치스러움 그 이상이다. 때문에 지금 우리 주변에서 개혁과 변혁을 이끌어야 할 교회가 개혁과 변혁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는 등의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비판의 목소리들을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근 교계 안에서 한국 교회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하려는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른교회아카데미는 ‘한국 교회의 도덕적 무기력과 구원론적 혼란’을 주제로 목회자 세미나를 진행하며 목회자 및 성도들의 윤리적 삶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목회자들의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도 한국 교회의 자정능력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한 한국기독교학술원도 오는 5월 ‘한국 교회를 진단한다’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렇듯 한국 교회 스스로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작은 노력들은 참회를 통한 교회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자성과 성찰의 시간이 단순히 비판을 위한 비판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3월 9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으로 네 번째 주간의 사순절을 보내고 있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며 성도의 참회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삶을 결단하는 기간이므로 한국 교회는 ‘사순절의 영성’을 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사순절의 영성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세례의 영성’이다. 세례의 영성은 사순절 영성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 영성은 회개와 개종에 기초한 것으로써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새사람을 입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마틴 루터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세례 가운데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세례 안에서 산다는 것은 첫 영적 경험에 대한 헌신을 계속적으로 새롭게 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한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이번 사순절 기간 동안 각자가 예전에 받았던 세례를 회상하면서 그동안 저질렀던 모든 죄악된 모습들을 버리고, 회개 운동을 통해 영적 변화, 그리고 결단의 감격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순절의 영성’의 또 다른 측면은 금식과 기도, 자선의 영성이다. 금식의 올바른 목적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확립하고 개선하며, 변혁시키려는 것이다. 금식과 기도, 구제는 음식이나 시간, 그리고 돈 등의 가치 있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취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맘모니즘에 빠져 물질과 권력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혀, 섬김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한국 교회에게 있어서 이 영성은 보다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영성인 것이다.

특히 이러한 금식과 기도, 자선의 영성은 ‘그리스도의 수난’, 즉 고난의 영성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김성영 박사(백석대 석좌교수)는 “고난은 하나님의 사람으로 하여금 그 영혼을 더욱 견고하게, 더욱 고결하게, 더욱 성결하게 만들어 준다”며 한국 교회는 ‘고난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치 조개가 모래를 씹는 아픔 속에서 영롱한 진주를 빚어내듯이 한국 교회는 진리를 위해, 십자가 구속의 사랑을 위해 고난을 받음으로써 더 깊고 풍성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세상이 날로 기계화되고 물질주의로 흘러갈수록 참된 성도는 영적으로 더욱 무장해야 한다”며 “영성훈련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모두 성결한 영성의 사람들이 되기 위해 고난의 영성을 반드시 소유하고, 교회와 국가를 위해 올바로 헌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만큼 고난이라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사랑, 겸손, 헌신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한국 교회는 과거 ‘경건주의’, ‘청교도 신앙’, ‘수도원주의’ 등과 같이 고난과 함께 성결된 삶을 추구했던 신앙 운동들의 의미를 되새기는 노력도 필요하다.

17세기 독일 루터교의 한 영향력 있는 종교개혁 운동으로 시작된 ‘경건주의’는 개인적 신앙을 강조하면서 다른 여러 나라로 확대됐다. 경건주의는 교회 안의 세속주의에 대항해 일어난 하나의 외침이었다.

비록 세속주의를 교회 안에서 완벽하게 떨쳐버리지는 못했지만 여러 가지 형태로 교회를 변혁시키는 데 이바지 했다고 볼 수 있다. 경건주의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로운 삶에 전체적으로 참여하는 이상을 강조했다. 즉 낡은 옛 생활과의 단절과 인격적 거룩함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경건 훈련을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경건주의자들은 성경을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로운 삶과 개종, 회개를 초래하는 성령의 수단으로서 이해했다. 성경은 사람의 죄를 비추어주며, 새로운 탄생을 요구하며, 질적으로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게 인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건주의 운동의 영향은 ‘청교도 신앙운동’에까지 미쳤다. 청교도 신앙운동은 16세기 중반에 일어나 17세기 중반까지 영국과 스코틀랜드와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종의 정화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말씀으로 자신의 인격과 삶이 변화되어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운동이다.

청교도 운동은 성경중심의 신앙, 성수주일, 직업에 대한 소명 정신, 자녀들에 대한 책임, 바른 교회 세우기, 정의로운 사회와 국가 세우기, 재물에 대한 청지기 정신과 십일조 생활 강조 등 일곱 가지의 뚜렷한 기준을 내세우며 순결한 삶을 추구했다.

‘수도원 운동’도 마찬가지다. 수도원 운동의 핵심은 금욕주의다. 당시 신앙인들은 자기 정화에 필요한 금욕을 통해 보다 더 성결된 영혼을 갖기를 소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금욕과 함께 청빈과 순결, 겸손과 복종 등도 함께 추구했다. 물론 극단적으로 철저한 독신주의와 완벽한 금욕의 형태를 따른 순결을 실행하기도 했다. 그들은 이와 같은 행위들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데 주력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경건주의 운동, 청교도 운동, 수도원 운동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들의 모든 것들을 포기한 채 하나님 앞에 철저히 낮아지려고 했던 신앙운동으로 한국 교회가 이번 사순절에 깊이 있게 묵상하고, 실천해야 하는 운동인 것이다.

‘번영신학’의 영향으로 인해 소위 예수 그리스도를 잘 믿고 교회생활을 열심히 하면, 이 세상에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고, 물질축복을 받고, 나중에 천국에도 갈 수 있다는 ‘삼박자 구원론’이 강하게 뿌리박혀 있는 지금의 한국 교회 현실 속에서 이와 같은 운동은 ‘고난의 영성’의 소중함을 새롭게 깨닫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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