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혼란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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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대혼란 시작되나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3.1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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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광선목사의 ‘유고’ 인정할 수 없다" 해석


길자연 목사 항고 의지 뚜렷, 감리교 사태 재현 우려
이광선 목사 “금권선거 종식과 한기총 개혁에 나설 것”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가 내린 결정문은 길자연 목사의 대표회장 직무와 1월 20일 한기총 정기총회에 대한 상황 해석 등이 담겨져 있다. 재판부의 해석은 이렇다.

①지난 1월 20일 이광선 목사가 선언한 정회는 유효하다. (교단 헌법에 근거해 대표회장에게는 질서유지 및 비상정회 선포권이 있다. 당시 이광선 목사는 더 이상 총회를 진행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

②한기총이 주장한 이광선 목사의 ‘유고’는 인정할 수 없다. (한기총은 계획적, 조직적으로 대표회장 인준을 방해하고 정회를 선포했다고 하나 ‘유고’란 사망, 질병 등 기타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 직무를 집행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하며, 이광선은 정회 선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속회를 공지한 점에 미루어 정회선포 당시를 유고상태로 볼 수 없다.)

③임시의장 조경대 목사에 의해 이루어진 길자연 대표회장의 인준결의는 무효다. (대표회장 유고로 볼 수 없어 임시의장도 무효다.)

④임원 인준결의 정족수가 성립되지 않았다. (조경대 목사 속회 후 대표회장 인준에 있어서 개회 때는 회원단체와 교단으로 정족수를 파악했지만 속회는 총회대의원 수로 파악한 바 433명 중 154명만 남아있어 개회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⑤3월 15일 소집된 임시총회의 결의는 효력이 없다. (소집권자인 길자연 목사가 자격이 없으므로 임시총회에서 이루어진 결의는 효력이 없으며 결의 무효 확인을 청구할 수 있다.)

큰 틀에서는 이렇게 다섯 가지로 한기총 사태를 해석했다. 여기에 지난 3일 한기총 실행위원회에서 “개인은 회원이 아니므로 한기총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결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회원은 교단과 단체로 명시되어 있지만 교단과 단체에서 실행위원과 총대에게 권한을 위임했으므로 결의 효력의 유무를 다룰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광선 목사측은 결정문이 발표된 이튿날인 15일 오전 10시 신일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판결을 근거로 길자연 목사의 대표회장 자격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직무정지 가처분에 이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광선 목사는 “임시총회중지 가처분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18일에 있을 직무정지가처분도 잘 되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판결에 이기고 지는 것보다 한국교회와 한기총의 금권선거를 종식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길자연 목사측은 “임시총회 중지 가처분은 각하됐으며, 한기총은 개인의 음해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가처분 판결에 대해서도 항고하고 본안소송 등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마디로 한기총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사법권까지 확대된 것이다. 가처분에 이어 본안소송까지 진행될 경우, 감리교와 같은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감리교 사건을 지켜본 교계 관계자는 “사법적 해석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며, 길자연 목사 뿐 아니라 이광선 목사의 자격 여부도 판단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가처분 결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이 ‘정회의 적법성’이었다. 재판부는 이광선 목사의 정회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하면서 1월 20일 정기총회에 대한 해석을 시작했다.

재판부는 “회의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소란이 있는 경우라면 정회선포가 동의 재청 없이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길자연 목사측이 판결을 뒤집기 위해서는 ‘소란’의 여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당시의 소란은 정회를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순간에 시작됐다는 증언과 1월 27일에 열린 이광선 목사측 속회에서도 “신변의 위협에 의한 정회는 아니었다”는 결론을 확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이광선 목사가 개최한 속회도 ‘정족수 미달’이라는 결론이 날 경우, 감리교와 같이 의장 없는 단체로 소모적인 법적 공방만 이어질 수 있다. 이와관련 한기총 비대위측은 “감리교 사태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한편, 그동안 길자연 목사 체제의 한기총에 협조해온 교단들은 만에 하나 18일 가처분 결정에서 길자연 목사의 직무가 정지될 경우를 생각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교단 관계자는 “사법부가 길자연 목사의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광선 목사를 다시 지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아마도 한기총 정상화까지 행정보류를 결정하는 교단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미 몇몇 교단들은 ‘행정보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길자연 목사도 한기총 비대위도 믿을 수 없다”는 개혁그룹들이 교단 안팎에서 ‘한기총 해체운동’을 확대하고 있어 한기총의 위기는 점차 심화될 전망이다. 만일 한기총을 주요 통로로 활용하던 정부기관과 정치권까지 한기총 ‘해체’에 대해 고심하게 된다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란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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