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 바람 타고 북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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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민 혁명’ 바람 타고 북으로 가라"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3.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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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풍선 날리는 이민복 선교사

지금도 수백만이 굶주리고 있다. 식량은 태부족하다. 그러나 국가 예산의 상당수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 그러나 핵무기를 쥐고 여전히 정치적인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반쪽 북한 이야기다.

# 식량난 핵심 지적했던 북한 연구원
기독탈북인연합 대표이자 전 북한과학원 연구원인 이민복 선교사. 그는 북한에서 주민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야할 사명을 가진 연구원이었다. 그는 공산주의 사상을 넘어 학자적 양심으로 “식량난 해결을 위해 집단농 방식을 버리고 등소평이 실시한 중국식 개인농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확고한 신념이었다. 그리고 학자로서 이것이 북한 주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제안한 이민복 선교사를 ‘사상이 불순하다’고 판단했다. 개인농을 실시할 경우 사유재산이 커지고 시장원리가 뿌리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처럼 모셔온 김정일에 대해 ‘수령님이 인민을 죽이는 선택을 할 수도 있구나’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우연한 기회로 남한에서 풍선을 통해 보내진 이른바 ‘대북전단’을 보게 됐고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됐다.

북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로는 많지 않다. 남한으로는 철조망이 가로놓여 있다. 동서는 바다로 둘러 쌓여있다.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은 통로는 중국과의 접경을 통한 탈북이다. 이 선교사도 중국으로 탈북을 시도했다. 그러나 처음 탈북시도는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북한군에 의해 체포됐다.

북한과학원 소속 연구원이었던 그는 “중국의 농업을 보기 위해 가는 길이었다”고 해명했고, 다행이 별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곧 풀려날 수 있었다. 이후 두 번째 시도에서 탈북에 성공했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러시아로 넘어갔다. 중국에서 공안에 잡히면 다시 북송되기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남한 선교사를 만났다. 교회와 복음은 그에게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줬고, 탈북자들을 위해 한 평생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이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선교사들과 함께 신학을 공부했고, 유엔 탈북난민으로 등록해 국제 적십자사를 통해 1995년 드디어 꿈에 그리던 남한 서울에 도착했다.

# 북한선교를 향한 부르심
“너희는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받았으니 이를 육체를 위한 기회로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라”

갈라디아서 5장 13절 말씀은 이제 자유의 몸이 된 그의 가슴에 와 박혔다. 그는 수천만의 북한 사람, 수십만의 탈북자 중에서 ‘유엔 탈북난민 1호’로 남한에 오게 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이를 육체를 위한 기회로 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남한에 와서 그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등록했다. 이후 북한선교회 상담실장을 맡아 교회 내 탈북자들과 함께 북한선교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세상에서 북한 사람만큼 불쌍한 사람은 없습니다. 말도 마음대로 못하고, 마음대로 다니지도 못합니다. 먹기는 더더욱 못합니다. 인구 일곱 명당 한명 이상이 굶어 죽고 있습니다. 북한의 농업을 연구한 탈북자는 제가 유일합니다. 남한에 온 이후 지금도 농촌경제연구원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해오고 있습니다. 몇 번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라는 말씀처럼 굶어죽고 인권을 유린당하는 북한 사람들을 위한 선교를 놓고 갈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합니다.”

이 선교사는 지금도 북한 사람들의 참상이 눈앞에서 캄캄하다고 말한다. 북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 대북전단이 유일한 정보 통로
올해 초 북한은 남북대화를 위한 접촉을 시작하면서 ‘대북전단 날리기’ 사업을 직접 언급했다.

협상 테이블에 안건으로 올려 논의하자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대형 이슈로 인해 1년 이상 열리지 못했던 군사회담에서 대북전단이 안건으로 올라온 것은 그만큼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민복 선교사는 “그만큼 대북전단이 북한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대북전단만큼 분명하고 확실하게 북한의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수단은 없다”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연초부터 잇따라 발생한 리비아, 이집트 등 아랍권 독재 권력의 붕괴 원인으로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한 정보의 공유, 이슈의 확산을 꼽았다. 언론을 통해 철저히 통제해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을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는 것이 이 선교사의 주장이다.

그는 “북한은 핸드폰이 있지만, 도청과 감시가 심하고 일부 지도층에게만 제공된다. 라디오에서도 국가에서 제공하는 방송 외에는 들을 수 없다. 다른 주파수를 차단하도록 제조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최근의 이집트 독재 권력의 붕괴도 왜곡된 정보를 제공받았거나, 전혀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정보 차단으로 인해 사실상 북한 주민들은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스마트 등 정보기기를 통한 정보의 확산은 북한에서 환상 같은 이야기다. 이 선교사는 “대북 전단은 북한 주민들에게 거의 유일한 정보의 통로”라고 설명했다.

이 선교사가 대북 전단을 풍선을 통해 보낸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당시 기독인 탈북자 몇 명과 함께 고무풍선에 전단을 하나씩 붙여 날려 보냈다. 그러나 2005년 7월에 대형풍선을 통해 대량으로 보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기술 개발을 통해 단가도 300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췄다.

반면, 남한 정부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요청으로 대북 전단 날리기를 중단했다. 당시 정부가 책정한 1년 예산은 30억 가량이었다.

그가 북한 선교를 결심하고 그 방식으로 대북 전단 날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그의 경험 때문이다. 이 선교사의 탈북 계기가 됐던 것이 남한에서 날아온 대북전단의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북한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당시, 그는 1990년 8월 강원도 철원으로 출장을 갔다가 전단을 발견했다.

이 선교사는 “전단을 보고 6·25가 남침이라는 사실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당시 참전했던 어른들을 통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 전단 내용을 확인할 당시 굉장히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 이집트 혁명의 바람 북한으로
그의 설명에 따르면 12m 크기의 대형풍선 하나에 7.5kg을 실을 수 있다. 여기에는 소형전단 6만장, 신문크기의 전단 1500장 가량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또 볼펜, 라이터, 스카프, 스타킹, 라디오 등을 함께 날려 보낸다.

풍선을 통해 보내는 전단에는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수령우상화, 혁명주의, 선군정치 등을 언급하며 북한 군부의 핵심 논리를 정면 비판한다. 특히 ‘칼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 등 성경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또 남한과 북한의 군사력, 경제력, 생활상 등을 비교하며 북한 정권의 허상을 폭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집트 혁명 관련 전단이 추가됐다. ‘에짚트 인민들,30년 독재 타도 혁명에 나서다’, ‘조선인민들도 60년 독재타도 혁명에 일떠 나서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또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과 차남 가말. 북한 김정일과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은의 얼굴을 등장시키며 “에짚트 부자 권력세습 실패, 조선 땅에서도 그꼴 난다. 우리도 김씨왕조 60년 세습독재 끝장내자”며 북한 주민들을 선동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러시아 붕괴도, 독일의 통일도 라디오 덕분이었습니다. 이집트와 리비아 혁명도 인터넷을 통한 것이었습니다. 독재의 폐해를 모두가 알고 있다가 기회가 와서 폭발한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정보를 차단당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사람은 의식에 의해서 행동합니다. 조금씩 전파하고 퍼지다보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고 북한의 독제 정권도 무너질 것입니다.”

이 선교사는 인터넷이 없는 유일한 나라, 라디오가 없는 유일한 나라에 정보를 보내기 위해 오늘도 풍선을 날린다. 그에게 있어서 과정,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북한 주민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정보를 주는 것이다. 선택은 북한 주민들이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이 일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영적인 눈으로 북한 주민들을 바라보고 이들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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